‘한·중 원전기술포럼’ 개최…진출 가능성 적극 타진
중국측 핵심인사 대규모 참석…파상적인 홍보 펼쳐

중국은 원자력 발전 산업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중국의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원전정책을 결정하는 정부, 민간의 최고위급 인사가 처음으로 방한해 한국과 원전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중국의 국방과학기술공업위원회(이하 국방과기위) 장윈촨(張雲川) 주임은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23일 개최된 ‘한·중 원전기술포럼’에 참여한 것.
이번 대표단은 중국 원전정책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핵심인사들인 천자보(陳肇博) 국가핵전기술공사 준비위 위원장, 치엔즈민(錢智民) 광동핵전집단유한공사 회장, 황궈쥔(黃國俊) 중국핵공업집단공사 부사장을 비롯한 원전 전문가 4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중국 대표단은 지난 12월 이희범 장관 방중시 장윈촨 주임과의 합의에 따른 것이지만, 이처럼 핵심인사들이 대규모로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방한기간 중 장윈촨 주임일행은 22일 산자부 장관과 만찬자리를 갖고 양국간 원전건설, 기술인력 교류, 정례적 협력채널 신설 등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협의했다.
다음날인 23일에는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 열린 ‘한·중 원전기술포럼’에 참석해 원전 건설 및 운영분야에서의 양국간 경험을 소개하고 기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날 한수원 이중재 사장은 황궈쥔 중국핵공업집단공사 부사장, 천자보 핵전기술공사 조장 등 중국 측 대표자들과 잇따라 면담을 갖고 국내 원전기술의 중국 진출에 협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중국 대표자들은 이어진 산업시찰에서 영광원전, 두산중공업 등 한국의 대표적인 원전 및 기자재 업체를 방문하기도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장윈촨 주임 방한은 중국에 한국 원전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양국의 원전 전문가간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중국의 막대한 신규원전 건설 시장에 우리 업체 참여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중국의 경우 2003년 기준으로 전체 발전설비용량(3억5500만kW)에서 원전은 약 1.7%(610만kW)에 불과하다. 현재 원전 9기(670만kW)가 운영중에 있어며 2기(200만kW)는 건설 중에 있다.
하지만 중국은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2020년까지 전체 발전설비를 8억kW로 건설하고 원전설비는 3600만kW(전체설비용량의 4%)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의 원자력업계는 약 500억불 규모의 중국 원전시장을 두고 치열한 수주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기존원전 복제건설 4기(링아오 원전, 친산원전) 및 신형원전 건설 4기(산먼 원전, 양쟝 원전)의 입찰을 실시하고 평가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당초 신형원전 입찰에 한국 신형원전(APR1400)의 참여를 추진했으나, 미국, 프랑스, 러시아 업체만 참여하게 됐다. 하지만 산중공업은 미국 웨스팅하우스 원전인 AP1000의 부품공급 형태로 입찰에 참여 중에 있으며 10월 경 계약사로 선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존원전 입찰은 분야별로 실시함에 따라 우리 업체는 중국 업체와 제휴해 주요 기자재 공급 입찰에 참가 중인데, 두산중공업은 중국 업체와 제휴해 친산원전의 부품별 입찰에 참여했으며, 원자로 부문 우선협상대상자로 4월에 선정된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과 달리 90년대 이후 지속적인 원전건설을 통해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반복건설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해외선진기술 도입, 표준화 및 반복건설을 통한 기술자립화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중국측에 노하우 전수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실시간 기술자문 및 애로사항 해결, 공동 부품관리 등 협력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원전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기반조성활동이 필요하고, 해외 진출경험 및 원천기술 면에서 선진국에 열세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과 프랑스가 적극적으로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원전의 실제 수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국내 원자력업계에는 현재 입찰중인 원전의 기자재 공급, 설계 등 분야별로 최대한 참여하는 한편, 중국의 발전설비의 조속한 확충이 필요하나 신형원전 건설경험이 없어 지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건설기간이 짧은 한국 원전을 적극 제안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원전사업의 특성상 정상회담, 산업협력위, 투자협력위, 주중 대사관 등 정부간 협력채널을 통해 민간업체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위 정책결정권자에 대해 원전홍보 및 협력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또 한국표준형원전의 우수성과 미검증된 신형원전의 불확실성 등에 대한 기술적 판단 및 여론조성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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