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불과 5년 만에 ‘지구 끓는 시대’로 급변

■ 특별기고 ■
대통령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문위원
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황 우 현
지난해 7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지구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끓는 시대(era of Global Boiling)가 시작되었다’라고 경고했다. 산업혁명 이후 200년간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1997년 12월 교토에서 채택한 기후변화협약의 의미가 기후위기(Climate Crisis)로 바뀐 것은 2019년 6월 무렵이었다. 그때 필자에게 기후위기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했던 이유는 일상에서 빈도 높게 목격되거나 체험할 수 없어서였다. 그로부터 불과 5년여 만에 ‘지구가 끓고 있다’라는 표현의 등장은 기후변화가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개구리 삶기’(Boiling Frog) 우려
최근 기후 관련 피해사례는 언론 보도나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세계 기상특성(WWA)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4월에는 100년 만의 한번 발생하던 폭염이 5년 주기로 빈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방글라데시, 인도, 라오스 등지의 기온은 40도를 넘었고, 미국 시애틀, 오리건, 워싱턴주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으며, 스페인, 포르투갈은 가뭄이, 이탈리아는 폭우와 홍수, 남미에는 식수난으로 고통받는다. 특히 산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호주, 유럽도 동일한 현상이다. 당연히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곡물 작황도 나빠진다. 이러한 상황변화에 무감각하게 대응하다가는 지구 안의 모든 생명체가 냄비 안의 ‘개구리 삶기(boiling frog)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노파심이 든다. 오늘 이후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참으로 ’소름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기후위기 배상 환산금 518조 원 규모
비영리법인인 기후솔루션은 2023년 12월 기후위기로 인한 전 세계 GDP 손실액은 9경 2천85조 원(70조 달러)으로 추산했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 1.7%를 기후위기 배상금으로 환산하면 518조 원 규모가 된다. 정부의 1년 예산과 거의 맞먹는 금액이 기후위기 발생과 연관되어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구조와 에너지수급 체계를 재정립하는데 최소 두 배 이상의 비용투자가 소요될 전망이다.

최대 난관은 기존 화석에너지 인프라의 적기 대체
기후 상황을 정상화하는 최선의 방법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친환경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요인을 없애면 지구온난화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이다. 이러한 방법론에 따라 9년 전인 2015년 파리 기후변화총회에서 196개국이 각각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량 제시와 이행에 서명하였다. 이후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나 연료전지 같은 친환경에너지 공급 정책도입과 투자를 촉진했는데도 확산 속도는 생각보다 더디다. 이미 성숙한 화석연료 시장의 가격대비 초기 단계의 시설투자 부담이 크다. 더 큰 난관은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된 에너지 공급망 인프라가 너무 거대하고 정교하다는 점이다. 지난 60년대 이후 구축된 우리나라의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수급 인프라는 ’22년 말 기준 석탄, 가스 발전이 약 60%에 달하며 송유관과 도시가스관도 각각 1,200km와 43,000km 규모에 이르고, 송배전 전력망은 약 540,000km, 변압기는 250만 대, 엔진차는 2,550만대가 넘을 만큼 거대하다. 203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 40%를 달성하려면 현장 인프라 전환과 운영시스템의 지능화가 적기에 선결되어야 한다.

에너지 공급망 운영시스템 지능화가 가장 유효한 수단
흔히 4대 에너지원으로 불리우는 석탄, 석유, 가스와 전기는 산업단지와 도시 인프라 작동의 중추적인 시스템이다. 화석연료는 산업화과정에서 단기 구축이 가능하고 유지비가 저렴하며 효율이 높다. 이러한 배경에 따라 대부분 거미줄처럼 구축된 석유와 가스 파이프라인, 송배전망은 국가 경제의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스, 휘발유 대비 사용의 편리성과 가격 경쟁력이 좋은 전기로의 전환이 많아 지고 있다. 에너지전환은 선행 투자비용 이상의 대규모 사업비가 소요되고 기존의 운영기술 위에 첨단공법과 시스템 도입이 수반된다. 따라서 현재 인프라와 시스템을 친환경에너지원, 전기차 충전장치, 전력저장시스템 등과 상호 유기적으로 연동해 운영할 수 있는 지능화시스템, 즉 스마트그리드 도입이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203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 가능성
기후위기 극복의 또 다른 현안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 기간이다. 2030년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달성목표는 40%이고 미국 52%, 일본, 유럽도 대부분 비슷한 목표를감축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291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급에 전력을 기울여 온 결과 지난해 각각 26GW와 50만 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으나 선도국 대비 점유비율은 아직 저조한 편이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제품 설치와 운영기술, 운영시스템 전환 등 중장기적 추진을 고려하여야 한다.

 

탄소중립 구현 3대 해법과 성과관리시스템 구축
일상생활에서 탄소중립을 적기 달성하려면 먼저, 태양광, 풍력, 바이오, 연료전지 등을 손쉽게 구입하여 설치, 사용하는 가치사슬(Value Chain)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입지 관점에서 태양광은 넓은 들이나 건물 옥상에 주로 설치하고, 풍력은 해상이나 산악지에 설치한다. 따라서 도심지 아파트단지와 빌딩, 유휴공간에 친환경에너지를 설치할 수 있는 제품과 연관 장치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전기차 충전시간 단축과 주행거리 연장, 구입비용 등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글로벌 선두인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의 BYD, 유럽과 일본 등 자동차 강국의 참여가 빨라져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면 국내외 입지가 위축된다. 기후대응 필수요소 중 하나인 전기차 전환은 기존 자동차산업과 에너지공급망 대체에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사회적 편익 변화와도 연관이 크므로 서두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에너지 이용 효율 개선시스템의 도입이다. 이는 대규모 신규 투자 없이 공장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기존의 에너지 소비 시설과 시스템을 개선하면 현재보다 2~30%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개인 시설물에 투자되는 막대한 비용을 정부나 지자체가 줄여 주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렇게 구축한 설비를 적기 운영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 추진 성과관리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현장에 설치된 친환경에너지설비는 광범위한 지역, 오지, 해안가 등에 분포되어 있어 운영 상태와 효과를 적기 파악하기가 어렵고 이산화탄소 감축량 집계가 곤란하다. 따라서 기존 화석연료 공급체계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전기차 충전시설 확대 등 그룹별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여 탄소중립도시 확산을 촉진시킬 수 있다. 지자체 단위로 이 시스템을 설치하여 전국적으로 연계 운영도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적기 에너지전환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켜 기후 끓음을 차단하고 정상화하면 기후위기 대응 선도국 구현과 일자리 창출로 미래 세대에게 친환경지구를 물려 줄 수 있을 것이다.

 

황우현교수는

1983년 중앙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한양대학교 석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데이터마이닝 전공 박사
1986년 9월 한국전력공사 입사 후 30여 년간 스마트그리드&ESS처장, 에너지신사업단장, 제주본부장, 인재개발원장 등 역임하며 배전자동화, 스마트그리드, ESS, 마이크로그리드, AMI, 전기차 충전장치 등 개발 및 구축 총괄
2020년 3월부터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으로 근무하며 육상·해상풍력사업, 태양광, 전기차충전, RE100, 신재생발전연계 수소생산 등 제주 CFI구축 기반 조성
2020년 3월 ~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스마트그리드공학 연구, 강의
2023년 2월 ~ 현재,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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