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경쟁사 제품 모방 ‘붐’/‘원조지키기’ 광고에 법정 공방도

유통가에 ‘미투(Me too)’ 상품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영어로 ‘나도 역시’라는 의미의 ‘미투’ 상품은 경쟁사의 인기제품을 모방해 인기에 편승하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남이 애써 만들어 놓은 제품을 무분별하게 베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미투’ 상품은 시장에서 1위 브랜드의 독주를 견제함으로써 독점 형성을 막고 시장 규모를 확대시켜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정당한 영업 전략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반면 인기상품을 비슷하게 복제한 뒤 재생산함으로써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등 시장질서를 혼탁하게 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최근 ‘미투 상품’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는 곳은 비타민·아미노산 음료 시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비타민 음료시장은 지난 2001년 광동제약의 ‘비타 500’이 시장 선점에 나선 이후 그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관련 제품을 선보인 업체수가 30개에 달하고 전체 매출액도 500억원대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 같은 출시경쟁은 유사한 이름의 제품을 출시하는 부작용을 초래하며 시장이 혼탁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더욱이 CJ ‘제노비타’, 동화약품 ‘비타천’, 대기업 또는 중견업체들도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면서 과열경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선발업체인 광동제약이 유사 제품에 대한 소송을 법원에 신청하면서 법정공방까지 벌어졌다.
아미노산 음료시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해 롯데칠성이 ‘플러스마이너스’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동아오츠카의 ‘아미노밸류’, 해태음료의 ‘아미노 업’, 한국야구르트의 ‘아미노 센스’ 등이 잇따라 출시됐는데 대부분 일본 제품을 본뜬 미투 상품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제품의 디자인까지 비슷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는 바람에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생산라인만 변경하면 손쉽게 신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식음료 업계에서 유사상품 출시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비락이 개발한 전통음료 식혜의 경우 지난 94년 성공을 거두자 모두 60여개 업체가 달려들었다. ‘갈아만든 배’ 등 해태음료의 ‘갈아만든’ 시리즈도 제품마다 40∼50여개의 유사상품이 쏟아졌다.
롯데제과의 ‘자일리톨 껌’ 역시 경쟁사들이 곧바로 시장에 뛰어 들어 표기명, 성분, 상품권, 용기 디자인에서까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투’ 상품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동양제과의 오리온 초코파이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자 베트남,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유사제품이 쏟아졌다. 가장 극성인 베트남에서는 확인된 유사품만해도 10여 종인데다 저가공세로 밀어붙이고 있어 동양제과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후발주자가 오히려 시장에서 수위를 차지한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 미과즙 음료의 효시는 롯데칠성의 ‘2프로’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남양유업의 ‘니어워터’가 원조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에 있어서는 ‘2프로’가 80%를 차지해 진짜 원조처럼 인식되고 있다.
미투 상품을 둘러싼 논란은 가전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0년 10월 DVD플레이어와 VCR를 결합시킨 ‘DVD콤보’ 제품을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출시 1년만에 대히트를 쳐 지난해에는 해외에서 130만대, 국내에서 7만대가 판매됐다. 특히 미주시장에서만 대당 299달러에 60만대나 판매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여 뒤인 2001년 12월 LG전자는 DVD와 VCR를 합친 ‘DVD콤비’를 시판했으며 2차례 더 후속모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대우전자도 이와 비슷한 ‘DVD콤보 투플러스’라는 제품을 내놓았다.
이 밖에 문이 두 개인 양문 냉장고의 경우에도 LG전자가 ‘디오스’ 냉장고를 처음 내놓자 삼성전자가 ‘지펠’을 출시해 한바탕 홍보전쟁을 치렀다.
이렇듯 미투 상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일부 업체에서는 ‘원조’ 지키기 광고까지 펼치며 경쟁사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롯데제과는 인기배우 김혜자씨를 모델로 기용, 자사의 자일리톨 껌이 원조라는 TV 광고를 얼마 전부터 방영하고 있다.
또 ‘태양초 고추장’ 지키기에 나선 해찬들도 자사의 상품이 진짜 원조임을 강조하는 TV 광고를 곧 내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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