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에 뇌파분석장비 본격 도입/성폭력 사건은 전자법정서 재판

“범인이 고속도로를 달리면 검찰과 재판관은 우주선을 타고 하늘을 난다.”
범죄수사와 재판과정에 각종 첨단 기기가 도입돼 관심을 끌고 있다.
대검찰청은 최근 자백 위주의 강압적 수사방식에서 벗어나 과학적 수사를 뒷받침하기 위해 뇌파분석장비를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법원은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피고인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법정에서 증언할 수 있는 ‘전자법정’ 제도를 마련해 이 달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검찰과 법원의 이 같은 움직임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 기존의 ‘아날로그식’ 수사와 재판으로는 범인들의 ‘디지털 복면’을 벗겨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절박함의 발로인 셈이다.

□ 이젠 ‘거짓말’ 안 통해
대검찰청이 도입키로 한 뇌파분석장비는 사람의 뇌가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친숙한 이미지와 처음 접하는 생소한 이미지를 봤을 때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 착안하고 있다.
뇌에 친숙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 0.3초 이후 뇌에서 양극전위가 급격히 증가, 뇌파 그래프에 큰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 이 장비의 핵심 원리. 본래 의료용으로 고안됐으나 피의자의 거짓말을 밝혀내기 위해 수사과정에 맞게 개조했다.
전문가들은 뇌파탐지기가 95∼98%의 높은 정확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기 앞에 앉아 아무리 자기최면을 걸어도 뇌파를 속일 수는 없다는 것.
이에 따라 ‘검은 돈’을 받고 ‘오리발’을 자주 내미는 정치인들도 앞으로 뇌파 분석기 앞에서는 꼼짝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살인·강도사건 해결에 이 장비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검찰은 뇌파분석장비를 통한 수사내용이 당장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는 않겠지만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방증 자료로 사용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검찰은 대당 가격이 5400만원으로 고가인 뇌파분석장비를 우선 시험적으로 운용한 뒤 효과가 좋으면 전국 검찰청에 확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 장치는 뇌파를 분석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정 진술을 할 때 나타나는 혈압·맥박·호흡 등 심리적 생리적 반응 변화를 분석해 진술의 진위를 가리는 기존의 거짓말탐지기와 다르다.
거짓말탐지기는 원래 호흡파나 피부 전기반사 또는 심맥파(혈압맥박파)를 동시에 기록하는 폴리그래프(polygraph: 다용도기록계)의 일종이다. 국내에 처음 도입될 때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별칭인 '라이 디텍터(lie detector)'를 번역하는 바람에 거짓말탐지기라는 용어가 사용돼 왔다. 그러나 거짓말탐지기를 통한 조사는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고 단지 정황증거로 참조하고 있는 정도다.

□ 범인 얼굴 안보고 ‘안심’ 증언
대법원은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법정에서 가해자와 다시 부닥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이 달부터 전자법정을 시범 운영한 뒤 내년에는 전국 법원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를 비롯해 부산·대전·광주·대구 등 5개 지방법원의 ‘성폭력 전문재판부’가 이런 사건들을 담당하게 된다.
전자법정은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피고인과 대면해야 하는 ‘2차 충격’을 덜 수 있도록 배려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는 시스템. 전자법정 안에는 대형 모니터와 카메라는 물론 DVD 등 영상·음향 녹취장비와 화상 제어 시스템 등이 설치돼 있다.
법정과 별도로 마련된 증언실에서 증인이 증언을 하면 법정에서는 피고인과 재판부, 검사, 변호사가 이 모습을 화상으로 볼 수 있고 증인 역시 법정에 설치된 5개의 카메라에 찍힌 법정 장면을 증언실에서 볼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은 그 동안 법정에서 가해자를 대면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두려움에 시달렸으며 특히 피고인의 윽박지르는 언행이나 분위기에 주눅이 들어 정확한 사실을 말하기 힘든 경우도 많았다”며 “전자법정 제도가 정착되면 이 같은 문제점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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