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직도입 ‘허용’ 쪽으로 쏠림 현상

발전사간의 ‘LNG 직도입’이 에너지업계의 뜨거운 현안으로 부상해 있는 상태다.
당장 가스공사로서는 국내 LNG 도매시장의 약 1/3을 차지하는 발전용 LNG 도입·도매권을 맥 없이 내주주기 싫다. 이에 비해, 발전사는 기업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0%를 넘는 연료수급 및 가격협상에 대한 자율권을 확보해 비용절감 등 수지개선을 꾀하고 싶어한다. 과거 가스공사가 정한 양, 정해진 가격대로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따르던 것에 대한 반발심리도 적지 않게 반영돼 있다. 각자 나름대로 명분과 이해득실을 놓고 큰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얼마전 치러진 한전·가스공사 국감에서도 의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산자부 ‘LNG 직도입 의사’ 발표
최근 산업자원부가 처음으로 LNG 직도입 추진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조환익 산자부 차관과 고정식 에너지산업심의관은 LNG 직도입은 가스공사가 더 이상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시장경제에 맞게 경쟁체제로 가야한다고 지난 11일 산자부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밝혔다. 특히 가스산업 구조개편 계획에서도 LNG 직도입을 추진키로 돼 있는 만큼 이마저 반대하는 것은 이기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전체적인 구조개편이 중단됐으므로 최소한 직도입만이라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산자부 측은 원료를 최대한 싸게 구입해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게 기업의 기본적 사안 이라며 정부는 비효율적 부분이 그대로 유지되도록 방치하지 않겠다며 경쟁체제 도입의사를 분명히 표명했다.
산자부는 또 한전과 발전사들은 원자재 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석탄과 석유의 경우 경쟁을 통해 최대한 저렴하게 구입하고 있지만 LNG는 가스공사와 20년전 맺은 장기계약에 묶여 있다고 말했다.
산자부 측은 직도입 경쟁체제 허용시 가스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시설투자 대비 총수요 감소시에도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며 “(장기수급계약이 끝나는) 2008년경이면 약 500만톤의 신규수요가 필요한 것으로 전망되는 만틈 가격 인상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가스공사-“가격·수급 기능 마비”
가스공사는 발전사 LNG직도입은 현재 추진중인 장기도입계약 고려시 물량이 중복되고 수요패턴이 양호한 물량이탈 등 국가 전체적으로 수급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돼 반대 또는 재검토하자는 입장이다.
가스공사 측은 “수급안정 및 TOP발생 방지, PNG 국책사업의 성공적 추진 등을 위해별 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그동안의 평균원료비 적용방식에서 용도별 실질적 원료비를 적용하는 원가중심 요금체계를 통한 발전용 요금의 점진적 인하를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국감 제출 자료에서 밝혓다.
가스공사는 그동안 LNG 공급을 독점했던 것은 가정용 가스 수요가 겨울철에 집중되는 국내 가스시장의 특성으로부터 출발한다. 가스공사가 직도입을 단순히 발전효율 제고가 아닌 국가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반박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특히 35%를 차지하는 발전용 가스를 직도입하게 되면, 그동안 가스공사를 통해 이뤄져 왔던 정부의 가스수급 조절기능이 약화 또는 마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극단적인 과부족·과공급 등 큰 혼란이 발생함은 물론, 그동안 누려왔던 국제시장에서의 구매력(Buying Power)도 크게 실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계절별 수급변동을 감안할 경우 발전사 직도입이 실행되면 TOP(take or pay·실제 도입 하지 않아도 비용은 지불하는 계약)가 발생, 2008년 한해에만 1604억원, 이후 매년 800억원의 국가 비용이 유출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스공사 노조 측도 “국제에너지시장의 흐름은 에너지의 수급안정과 자원 확보를 위해 대형화 추세”라며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국가간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정세에서 국가적 에너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거대 에너지 기업의 육성이 절박하다”고 밝혔다.

△발전사-‘08년부터 570만톤 도입
발전사들도 LNG 직도입을 정부에 적극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 10일 남동발전을 제외한 2008년부터 남부(300만톤), 중부·동서(150만톤), 서부(120만톤) 등 총 570만톤을 직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남부발전이 10월초 국회 산자위에 제출한 LNG 직도입 사업의 경제효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연간 3백만톤 규모의 LNG를 직도입했을 경우 약 2764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남부발전은 평균 도입가격은 가스공사가 5달러이고 직도입 가격은 약 3.3달러로 약 1.7달러가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수기지 및 배관망이용 측면에서 직도입에 따른 공급비용이 5.20원/㎥ 추가발생한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연간 도입가격 2950억원, 공급비용 -193억원 등 총 2674억원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남부발전은 또 발전용과 도시가스의 교차보조문제, 가스공사 이윤율 규제 등 공급비용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며 발전용 요금수준이 국제수준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에경연-“양적 성장·질적 낙후”
LNG직도입 논란이 급격히 가열된 것은 지난 8월 한국남동발전 등 발전5사가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에 용역·의뢰한 ‘LNG 요금구조 개선 및 LNG 직도입 경제성 분석 연구’ 최종보고서가 발표되고 나서부터다. 에경연은 용역보고서를 통해 발전사 LNG 직도입을 전폭 지지원하고 있다.
에경련 측은 보고서를 통해 발전5사가 LNG 공동 도입할 경우, 연간 600만톤을 직도입을 통해 5382억원의 원료비 인하효과와 162억원의 공급비용 인하효과 등 연간 5544억원의 연료비용 절감 효과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절반인 연간 300만톤을 직도입하는 경우에도 조달비용 인하효과 2691억원과 공급비용 이하효과 174억 6000만원 등 총 2516억원의 연료비용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최근 신규로 추진되는 LNG플랜트 1트레인의 규모가 점차 460만톤/년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고 연간 발전용 LNG 수요 규모는 물론 가스공사 인수기지 규모와도 경쟁할만한 규모라고 이유를 근거로 직도입시 경제 규모는 연간도입량이 500만톤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 LNG시장 여건은 네트워크는 공동으로 이용하되, 상품판매 사업은 시장경쟁에 맡기는 방식의 구조개편을 추진해오고 있다. 즉, LNG 소비자는 공급자 선택권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방식에 따라 LNG를 조달받을 수 있는 산업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세계 제2의 LNG 도입국이며 가스공사는 세계 제1의 LNG도입회사로 성장하는 등 양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으나 질적으로는 매우 낙후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스시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철폐함으로써 소비자들은 값싸고 양질의 서비스로 공급되는 천연가스를 선택할 권리를 갖을 수 있다는 논리다.

△향후 진행 방향과 전망
중요한 것은 가스산업구조개편의 지연으로 당장 전면적인 경쟁도입은 어렵겠지만 업계에서는 직도입 확대를 통한 간접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부가 POSCO, SK(04년 7월계약) 등 선발 민자발전사업자(IPP)대해서는 직도입을 허용하고 LG정유(2004년 7월 제출), 발전사(2004년 9월 제출), 대림산업(직도입 검토중) 등 후발 사업자들의 신청에는 차별 제한하거나 시기 연기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는 의견들이다.
직도입 민자발전사와의 원료비와 차별이 없도록 공급하고 직도입에 따른 부대편익을 배분하지 않는 한, 발전사·대형 산업체들의 직도입 추진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기존 LNG도입계약의 불리한 조건을 이유로 신규 직도입 물량에 대해 부과금을 부과하거나 별도 비용을 추가하는 것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합리한 교차보조를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다.
무엇보다 직도입을 통한 발전원가 인하는 전력소비 요금인하를 통해 과실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므로 ‘특혜’로 보기도 힘들다는 주장이다. 가스공사 측의 전체LNG 수급차질에 대해서도 가스공사 설비를 공동이용하거나 동해-1 가스전을 저장설비로 활용한다면 효과적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형선기자 lilofe@hanmail.net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