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 않느냐?’ 하는 말이 있다. 골프는 쥐뿔 나게 치러 다녀도 90을 깨지 못하고 100타를 헤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남들은 20년을 넘게 골프를 쳤어도 홀인원 한번 하지 못하고, 마음을 졸이는데 3번씩이나 홀인원을 했으니 무슨 조화란 말인가.

한번은 정규 홀 175야드 파 3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한 것이 좌측 OB 경계선 펜스를 맞고, 언덕에 튀어 구른 것이 그린에 올라 곧바로 홀에 들어간 것이다. 두 번째도 그렇거니와 세 번째는 티샷이 크게 휘어 숲 속으로 날았다. 같이 라운드하는 동료와 캐디가 찾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잠정구를 치도록 하고 나갔더니, 먼저 친 볼이 홀컵에 들어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앞의 조에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숲에서 볼이 나무에 맞고 바운스 해 언덕에 떨어진 것이 흘러내려 컵에 들어갔다고 전한다.

골프란 운수소관이요, 팔자소관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는데 이 말이 옳은 것 같기도 하다. 흔히 골퍼들이 말하기를 골프란 ‘운’이 7이요, ‘기’가 3이다라고 한다. 똑같은 거리에 같은 장소에 볼이 떨어져도 페어마다 요철이 있어 볼의 바운스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떤 이는 러프에 들어가 고생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중앙에 굴러가 세컨 샷에 좋은 위치에 남는다.

운이 좋아야지 하고 잘 안될 경우 자기 위안을 삼지만 기본기를 잘 닦은 골퍼가 하는 말이지 이 것도 시작한지 미천한, 그야말로 오줌 똥 못 가리는 비기너가 할 소리는 아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드라이브의 ‘장타’이다. 흔히들 장타자만 보면 그 비결이 무엇이냐고 궁금해하고 묻곤 한다. 그러나 ‘장타’에 과연 비결이 있는가? 골프의 장타에는 결코 ‘숨겨진 그 무엇’이 없다. 장타의 원리는 극히 간단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볼을 멀리 보내려면 회전 반경이 커야하고, 꼬임 자체가 깊숙해야 한다. 길이가 60cm짜리 막대기보다 1m짜리 막대기로 볼을 치는 것이 멀리가는 것이고, 용수철의 꼬임이 깊을수록 반발력이 더욱 커진다.

골프의 ‘장타’ 역시 이 두 가지 원리가 전부라고 프로 레슨코치들은 말한다. 타이밍, 임팩트와 머리의 고정은 위에 말한 원칙을 전제로 한 일부요소가 된다. 그러므로 장타를 치고 싶으면 몸통회전 즉 어깨회전으로 상체가 회전해 최대한으로 팔과 클럽을 뻗어주는 원리가 기본이 돼야한다. 어깨가 턱 밑에도 오지 않는 스윙으로는 클럽을 바로 들어 올려버리는 자세가 되며, 이런 자세로는 아무리 장타 타령을 해보아야 무리다. 스윙의 기본에 충실하고 난 후에 거리의 장단을 논할 차례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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