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 임원들에 대한 물갈이 인사설이 무성하다. 조만간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임기가 남아 있는 임원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교체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다. 예산운용 실태 등 경영평가와 인사검증 결과를 토대로 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의중이다. 한번 임명하면 가급적 임기를 존중해주는 것이 옳다. 하지만 공기업 임원 자리를‘철밥통’처럼 생각하고 경영실적은 안중에도 없이 국민의 세금만 낭비하는 무능력하고 비도덕적인 임원들을 임기가 끝날 때까지 보고만 있는 것도 말이 안된다는 논리를 청와대는 펴고 있다. 이미 정찬용 인사수석은 “어지간히 하신 분들은 거취를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1차 검토는 끝냈다는 소문도 들린다.

정 수석은 “부처에 있다가 끝나고 나면 산하기관에 가는 등 몇 개씩 돌아가며 하는 것은 안된다”며 “퇴직한 공무원이 산하기관으로 가려면 적어도 6개월은 경과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이것이 앞으로 단행할 인사의 기본원칙이 될 조짐이다.

이것이야 말로 산하기관의 장은 물론 주요 간부자리를 ‘자기들끼리 돌아가며 해쳐 먹는’ 일부 부처의 후안무치한 철밥통 의식을 깨는 첩경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이에 대해 우려도 없지 않다. ‘낙하산 인사’를 위한 코스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를 점치는 얘기도 왕왕 나돈다. 열린우리당 쪽의 요구도 있다는 소문이다. 하지만 정치만 하던 사람이나 기업의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 여권 인사이거나 여권과 가까운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공기업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라타는 우는 안된다. 지금까지 나타난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의 경영 부실은 전적으로 전문성을 무시한 변칙 인사에서 기인했다. 이같은 인사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물리적 저항 속에 억지로 취임한 비전문가가 어떻게 직원들과 합심해 개혁을 이루고 경영상태를 바로 잡을 수 있겠는가.

최근 정치인 출신 공기업 임원들이 정치자금과 관련해 줄줄이 구속된 사례도 잊어서는 안된다. 공공개혁을 위해 개혁적인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은 맞지만 이 인사는 정치권 출신 인사가 아닌 것이 바람직하다. 총선 낙선자를 반드시 제외할 필요는 없지만 전문성만은 제1요건으로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도 임기가 끝나기 전 ‘어지간히 하신 분’의 반열에 끼일 수 밖에 없다.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