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나 삼성동 코엑스, 부산 벡스코 등을 지나가다 보면 만화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의상을 입은 일군의 청소년들을 가끔 발견할 수 있다.

화려한 복장과 진한 화장 등 기성세대라면 얼굴을 찡그리게 되는 이들의 정체는 코스프레 동호인들이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코스프레란 무엇이고, 이들이 코스프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코스프레란

코스프레는 ‘복장’을 뜻하는‘코스튬(costume)’과 ‘놀이’를 뜻하는 ‘플레이(play)’의 일본식 합성조어이다.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대중스타나 만화주인공과 똑같이 분장해 복장과 헤어스타일, 제스처까지 흉내내는 놀이로 만화와 게임 캐릭터를 친구로 삼아 성장한 캐릭터세대의 대표적 문화이다.

이 놀이는 원래 영국에서 죽은 영웅들을 추모하며 그들의 모습대로 분장하는 예식에서 유래했는데 그 뒤 미국에서는 슈퍼맨이나 배트맨과 같은 만화캐릭터들의 의상을 입는 ‘할로윈’ 축제가 유행했고, 이것이 일본으로 넘어오면서 만화나 영화, 컴퓨터게임 주인공들의 흉내내기로 상업화·대중화됐다.

우리나라에서는 PC통신이 활성화된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돼 만화, 영화, 연예인, 컴퓨터게임 캐릭터 등을 따라하는 것으로 확대돼, 또 하나의 청소년 문화로 자리잡았다. 특히 코스튬플레이 사이버동호회의 활성화로 10대들 사이에 각광받는 신종 매니아 문화 중의 하나가 됐다.


코스프레를 즐기는 아이들

본고장 일본에서도 코스프레 매니아라면 ‘얼굴도 못 생기고, 친구도 없는 이상한 아이들’로 인식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와서는 오히려 코스프레를 즐기지 않는 아이들이 또래집단에서 왕따를 당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학로나 작은 만화모임 장소에서 소규모로 열렸던 것이, 현재는 만화나 게임 관련 행사라면 어느 곳이나 심지어 커다란 국제 전시회에도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잡고 있으며 ‘만화매니아보다 더 매니아적인 오타쿠’들만의 전유물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놀이로 인식돼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초창기에는 맹목적인 일본 추종적인 성격이 분명히 존재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코스프레 동호인 내부의 활발한 토론과 문제제기로 많이 해소된 상태다.

그러나 아직도 말초적인 흥미로 코스프레를 즐기는 사람과 코스플레이어의 외모와 노출도에만 집착하는 지각없는 팬들 등으로 인해 일회적인 화제거리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기적으로 열리는 코스프레 행사로는 2개월마다 한번씩 하는 ‘코믹월드’와 반년에 한번씩 하는 ‘ACA’ 등이 있다. 코스플레이어들은 행사에 맞춰 직접 시장에서 천을 끊어와 일일이 손바느질로 의상을 만들고, 그 외 각종 소품도 직접 만든다.

이들은 “좋아하면 자주 보게 되고, 그러다가 동경하던 환상 속의 캐릭터를 모방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자신들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또한 ‘문화상품을 소비하고 끝나는 소극적인 소비를 넘어 대상 텍스트를 재구성하고, 텍스트 내에 존재하는 캐릭터를 현실로 끌어내고 자기와 동질화하는 가장 적극적인 감상형태’라고 자신들의 놀이를 정당화한다.


코스프레의 비판자들

코스프레가 화제를 낳으며 문화적 상업적으로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시점에서도 이들에 대한 공격의 각은 매섭기 그지없다. 이들이 공격당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왜색이 짙다는 것이다. 특히 덕수궁, 경복궁 등 고궁에서 일부 매니아들이 기모노 차림의 코스프레를 선보인 것에 대한 비판은 분노에 가깝다.

또, 코스프레의 중독성에 대한 비판도 많다. 일부 청소년들은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가출을 하기도 하고, 코스프레 의상을 제작, 판매하는 것으로 생활비를 벌기도 해 문제가 되곤 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것’이라는 항변을 받기도 한다. 코스프레 매니아인 박유송양은 “대부분의 코스프레인은 건전한 학생이자 생활인이며 이는 어디까지나 취미활동”이라고 주장하며, 코스프레를 철없는 아이들의 일탈행동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을 경계한다.

코스프레를 즐기는 향유층이 어린 세대이다 보니 이들의 논쟁은 자칫 욕설과 인신공격으로 번지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논쟁도 하나의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아갈 때의 진통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만화평론가인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코스프레는 끼의 발산이 왕성한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알맞은 문화적 취미로,자기 발견 및 표현과정에서 정서적 효과도 크다”며 “왜색 시비에 시달리지 않도록 경쟁력 있는 우리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