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원욱
지난 20세기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기반한 전력설비의 확장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그리고 원격지에서의 대규모 발전-송전-배전 방식이 아닌 부하 소비 지역에서의 소규모 발전 이른바, On-site Generation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것이 최근 전력산업계의 전세계적 메가 트랜드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최근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으로 정부는 녹색성장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전체 에너지원의 11% 정도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배전계통은 부하에 전력을 공급할 목적으로 설계·운영됐으며, 계통의 구성은 매우 복잡·다양하나 부하만으로 구성돼 있는 경우 전력공급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반면에 송전계통과 비교하면 많은 진화를 하지 않았다. 따라서 기존의 배전 인프라는 본질적으로 많은 용량의 신재생에너지 수용에 한계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신재생에너지원 연계 기술기준에서는 여러가지 기술 요건을 제시함과 동시에, 접속 설비별 연계용량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연계용량과 관계되는 대표적인 기술기준으로는 전압변동률 허용기준(특고압 2%, 저압 3%)과 연계용량 기준(특고압 3000kW, 저압 100kW)이다. 이러한 기술기준은 신재생에너지원의 연계로 인해 선로를 공용하고 있는 일반고객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수립된 기준으로 기존 배전인프라를 고려할 때 전력회사의 불가피한 대책이다.

하지만 녹색성장을 추진하는 정부 그리고 신재생에너지원 사업자 입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원의 연계 확대 관점에서 큰 장벽이 아닐 수 없다. 현행 기준에 의하면 단위용량으로 3000kW보다 큰 용량을 연계하고자 할 경우에는 어떤 신기술을 적용해서 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더라도 일반선로에 연계가 불가하고, 전용선로를 신규로 건설해야 한다.

이것은 다소 불합리한 면이 없지 않으며, 관련 기술개발 및 투자 의지를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원의 연계 확대를 위해서는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연계용량 기준을 폐지하고, 대신 일반 고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기술적 연계 요건 및 기술평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기준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KEPCO에서는 정부의 녹색성장에 부응하고 신재생에너지원의 연계 확대 환경에 대비해 관련 기술기준을 재정비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행 연계용량 기준을 폐지하고 신재생에너지원이 연계되는 선로의 여건 및 연계되는 신재생에너지원의 특성을 반영해 적정전압 유지 측면, 보호협조 측면, 전기품질 유지 측면, 안전 측면에서 기술적 요건을 제시해 기술 평가를 거쳐 합리적으로 적정 수준의 연계용량이 산정될 수 있도록 관련 기술기준의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기술적 요건을 만족하지 않는 경우 해당 요건을 만족할 수 있는 기술적 대책이 제시되고 관련 비용 부담이 합의되는 경우 연계가 가능하도록 관련 기준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기술기준의 개정은 일률적으로 적용돼 온 연계용량 기준이 폐지돼 기술적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 최대 해당 배전설비 용량까지 신재생에너지원의 연계용량이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술기준을 개정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현재 수준의 배전계통 인프라는 설계 규격상 일정 수준 이상의 신재생에너지원이 연계되는 경우 기술적 요건을 만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KEPCO의 배전계통은 배전설계기준에 의해 건설되고 운영된다. 배전설계기준에서는 설비별 전압강하 한도(특고압: 10%, 배전용변압기: 2%, 저압선: 6%, 인입선:2%)를 제시하고 있다. 설비별 전압강하 한도와 선로 공급 용량을 고려할 때 현재 배전계통에서 전압변동 여유도는 그리 크지 않다.

즉, 부하에 의한 전압변동 허용폭이 크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원에 허용할 수 있는 전압변동의 허용폭이 적다는 것이다. 설비별 전압강하 배분한도를 줄이면 신재생에너지원에 허용할 수 있는 전압변동 허용폭을 완화해 연계용량을 확대할 수 있으나, 이것은 막대한 인프라 보강 비용을 필요로 한다.

또한 적정전압 유지측면에서 현재 배전계통의 전압제어는 주로 주변압기의 ULTC(Under Load Tap Changer)에 의존하고 있으며, 배전선로에서는 배전용변압기의 고정탭을 수동으로 조정해 전압을 관리한다. 신재생에너지원이 확대 연계되는 환경에서는 선로간 부하 패턴이 상이해지고, 근본적으로 ULTC에 의한 배전계통 전체의 전압조정에 한계가 있다.

또 신재생에너지원의 간헐적 발전특성에 의해 선로에서의 고정탭에 의한 전압조정도 한계가 있다. 즉, 신재생에너지원을 고려한 새로운 전압조정 기술 및 시스템이 필요하다. 결국, 기술개발과 투자 재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존 배전계통의 인프라를 보강하고 운전 방식을 개선하면 신재생에너지원의 연계를 확대할 수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즉, “누가 무슨 재원으로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현재는 KEPCO의 계통에 신재생에너지원을 연계할 때 원인 유발자 원칙에 따라 추가 비용은 신재생에너지원 사업자가 부담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그리고 전체 시스템 운영 관점에서 전력회사가 투자하는 것이 체계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전력회사는 신재생에너지원 연계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KEPCO의 설비에 연계해 발전사업을 하면서 KEPCO에 설비이용 요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결국, KEPCO가 신재생에너지원의 연계 확대를 위한 목적으로 설비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을 지속하고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원의 11%까지 신재생에너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배전계통 인프라 및 운영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필자는 일정 수준까지의 연계용량 확대를 위해서는 KEPCO가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인프라 보강, 신기술 개발, 시스템 개선을 주도하고, 일정용량을 초과하는 신재생에너지원의 연계를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원이 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개발 및 투자를 주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KEPCO가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재원을 확보하고,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이러한 환경이 구축되면 자연스럽게 KEPCO의 배전계통은 대용량의 신재생에너지를 확대 수용하고, 계통 운영 기술을 고도화해 결국, 정부 정책에 이바지해 빠른 시간 안에 스마트그리드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한전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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