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참이 머리를 얹으러 필드에 나갔다가 홀인원을 맛보았다.

이 사람은 골프를 한다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선생은 홀인원을 몇 번이나 하셨습니까?”라고 묻는 해프닝이 자주 유머에 등장한다.

홀인원은 20년, 아니 30년의 경력을 가진 노련한 골퍼도 한번 못 해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홀인원의 속성은 꼭 잘치는 골퍼가 많이 낚아 올리는 행운이 아님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좋은 예인 것이다.

年前에 동남아 쪽에 휴가로 나들이 간 친목클럽 일행들이 셋이나
홀인원을 했다고 귀국해서 기념패며 상패를 만들고 잔치를 했는데, 다음 차에 간 팀도 홀인원을 몇 사람 했다고 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현지 아이들이 숏 홀 뒤 숲 속에 숨어 있다가 컵 속에 볼을 몰래 집어넣고 홀인원을 외쳐대면 두둑하게 팁을 받아먹는 수법을 알고 나서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는 일화는 너무 어처구니없는, 과정보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우리네 관습에서 생긴 해프닝이다. 홀인원을 하고 나면 주변에서 부추기고 이에 따라 잔치를 벌리고 200만원을 썼네, 300을 썼네 하는 졸부들이 낳은 허세에서 편승하는 사람들로 비롯한 것이다.

서양인들이 라운딩에서 홀인원을 했을 경우 맥주 한 잔을 돌리든지, 호주머니가 괜찮은 사람은 시가를 한 개피씩 돌리는데 그것도 라운드 한 파트너에게만 돌리는 것이 고작이다. 우리네 습성에서 스코어와 결과만을 중시하는 풍토는 골프에서 추방시켜야 한다.

영국이 낳은 명골퍼 ‘에이브 미첼’의 명언으로 “골프에서 매너가 첫째요, 스코어는 둘째이다. 그리고 이것은 골프의 헌법이다”가 있다. 가슴 속 깊이 음미해 볼 뜻 깊은 골프명언이다.

골프에서 왜 그렇게 매너와 에티켓을 중요시하며, 따지는 것일까? 그것은 매너 없는 행동은 남에게 지장과 피해를 주며, 불쾌하게 하기 때문이다. 친절한 말씨와 예의바른 행동을 보면 상쾌하고 즐거운 마음이 된다. 그러나 매너 없는 행동은 골프장을 파괴하고 혼란이 겹치게 된다.

왁자지껄 떠들며 고성을 지르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내기 골프에서 특히 잘 생기는 일로서, 스코어에 시시비비를 가리고 늦장 플레이를 하는 행위 등 자기들은 내기에 집중해 잘 모르고 있으나, 앞뒤 팀에서는 다 지켜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칼럼니스트 최영정 선생의 말에 의하면 “매너란, 예의범절은 부모에게서 자식에게 전해지는 가풍같은 것임에 반하여, 에티켓이란 규칙은 사교상의 룰로서 다분히 배타적인 점에서 구별되고 다르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비민주적이기 보다 예의를 잃었을 때가 더 무섭다. 공산주의가 실패한 것은 무엇보다 예의범절을 무시한 것이 원인이라 한다.

영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세 가지를 충실히 가르치는데 그것은 ‘Please, Excuse, Thank you’를 생활화하고 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속담이 말해주듯이 어려서부터 예의바르게 교육받고, 행동하는 풍토를 만들어 가야하겠다.

200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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