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쟁은 전력산업 특성상 불가능
연봉제 도입, 노동조건 후퇴 없을 것
전력산업구조개편 재추진 총력 대응

작년 연말 대선에서 전력노조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와 정책공조를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노조원들에게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지지를 ARS를 통해 받아 정책공조 대상을 선정했는데 여기서 이 후보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

한국노총에서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전력노조도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대선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0일 전력전문 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김주영 전력노조 본부 위원장은 “우선 이명박 당선자의 5년을 지켜보자”는 입장을 나타냈다. 불안한 요소가 없지 않은 후보였지만, 이미 당선됐고, 현재로서는 2004년 노사정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므로 기대해 볼 만 하다는 것이 김주영 위원장의 생각이었다.

또 김주영 위원장은 얼마 전 한전 사측과 체결한 연봉제 합의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의 결과라고 말했다. 노조위원장으로서, 그리고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와중에 연봉제는 떠올리기도 부담스러운 난제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모든 것이 지금 이 상태로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변화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연봉제의 모든 협상은 단체협상을 통해 진행될 것이며, 노동조건이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영 위원장과 나눈 주요 대화를 1문 1답 형태로 정리했다.

○ 얼마 전 ‘임금협약 조인식’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확대 시행키로 했는데 어떤 내용인지와,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에 대한 구상이 궁금합니다.

- 노동조합으로서는 연봉제 도입이 큰 부담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그동안 전력노조가 지향해온 임금구조의 개편이라는 정책적 기조의 연장선상이었습니다.

기존의 체계가 직무능력급 요소인 직능등급과 연공서열형인 호봉제 구조였고 여기에 더해 각종 제 수당을 지급받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 결정된 연봉제는 직능등급과 호봉액을 연간으로 환산하고, 각종제수당과 상여금을 기본연봉으로 하되 매년 등급을 상승하는 연공형 임금구조로 개편한 것입니다. 

따라서 일부에서 우려하는 성과급 방식의 개별 계약으로 인식되는 연봉제와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조합원들이 82%가 넘는 압도적 찬성으로 도입을 지지한 것도 바로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에 합의한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에 대한 문제는 원칙적으로 2009년부터 도입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노사가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켜 도입할 것인가는 노사가 견해차가 있습니다. 이 견해차의 핵심은 정부의 인력과 예산통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노사가 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우선 정부차원에서도 인건비 예산과 정원에 대해 정년이 늘어나는 만큼 일정부분 인정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고, 회사측은 인사적체 해소방안과 새로운 직무개발이 선결돼야 합니다. 노동조합 입장에서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도의 도입에 대한 기본원칙은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고용을 연장하는 정년연장 형태이기 때문에 현재의 정년인 58세 이후의 임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가진다는 원칙입니다.

○ 2004년 노사정위원회가 배전분할 중단을 결정하면서 구조개편이 중단된 상태고, 배전분할을 대신해 한전이 독립사업부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 전력산업의 효율성과 공공성은 Trade off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공공성도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독립사업부제는 대안으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습니다. 아직 2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하기는 분명히 이른 감이 있지만, 제도만 바꾼다고 해서 모든 성과가 분명해 지는 것은 아닙니다. 

독립사업부제 시행 이후 한전은 많은 부분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성과라면 내부 구성원의 의식이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공부문 노동자의 효율성 개선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공공서비스의 수혜자인 국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공공성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입니다.

물론 시행초기인 만큼 경쟁지표 중심의 사업부간의 지나친 경쟁이 역효과를 빚는 문제도 분명히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점들은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독립사업부제는 전력산업의 효율성과 공공성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2001년 4월 발전분할 이후 현재의 산업구조가 7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데, 현재의 전력산업 구조에 대해 간단하게 평가한다면. 

- 전력산업은 모든 국민들에게 보편적으로 안정적으로 제공돼야 할 필수적인 서비스입니다.

따라서 전력산업은 이윤추구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됩니다. 아울러 에너지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합니다.

전력산업의 특성상 시장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도했던 경험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금과옥조로 여겼던 영국에서도 시장은 사실상 무의미하게 됐고, 분리됐던 발전과 배전회사들이 수직적으로 통합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전기요금 상승과 대규모 정전사태로 인해 구조개편은 실패했고, 대부분의 주정부가 구조개편을 중단했거나 당초의 규제체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충분한 검토과정 없이 발전과 배전을 수직, 수평적으로 분할한다는 계획을 졸속적으로 수립해 추진했으나, 발전만 분할되고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에 의해 배전분할은 중단됐습니다. 

발전분할이후 불거진 문제는 비싼 연료구입의 문제, 고위직 중심의 인력증가, 정비일수 단축에 의한 고장증가, 특히 발전사간, 혹은 한전과의 거래비용 문제가 심각하고 노사문제도 첨예화 됐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발전분할은 경제적, 사회적 비용만을 수반한 잘못된 정책의 전형이 됐습니다. 그나마 크게 다행이라면 발전사를 민영화 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한전의 재통합문제가 지금 시점에서 당연히 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대선이 끝나면서 한전 민영화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이라 예견됩니다. 특히 전력산업 구조개편법이 2009년 12월 31일까지 효력을 가지는 한시법인 만큼 차기 정부에서 자동 폐기할지 아니면 재 연장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압니다. 전력노조에서는 어떻게 대응을 해 나갈 것인지.

- 전력산업구조개편과 한전민영화 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분수령이 배전분할 중단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배전분할 중단결정이 있기까지에는 노사정이 공동연구단을 구성해서 세계 주요국가의 정책담당자, 학자, 그리고 엔지니어, 노조관계자 등을 만나고, 국내외 현장검증, 전문가 초청 토론회 등 공정한 연구과정이 있었습니다. 연구결과 배전분할이 전기요금상승과 공급불안 등 불확실성이 크고 오히려 편익은 줄어든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를 근거로 배전분할을 중단한다는 노사정간의 사회적 합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전력산업구조개편과 한전 민영화 정책은 노사정간의 사회적 합의에 의해 폐기된 것이고, 따라서 이명박 당선자도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는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희가 한나라당에 보낸 정책질의의 답변서에서도 사회적 합의를 원칙적으로 존중하겠다는 답변을 했고, 한국노총 정책간담회에서도 제가 질문한 답변을 통해 이 당선자께서 직접 한전의 민영화는 어렵다고 밝힌 만큼 새 정부에서 기존의 구조개편정책을 되살리는 무리한 정책추진은 없을 것으로 봅니다.

구조개편 법률을 ‘폐기할 것이냐 연장할 것이냐’는 것은 새 정부의 이러한 정책기조로 볼 때 연장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부 시장경제론자나 관료들이 정책 재추진을 위해 불씨를 지필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럴 경우 노동조합 입장에서 가만있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노사정간의 사회적 합의를 무너뜨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며, 노동조합이 총력 대응해 나갈 생각입니다.

○ 전력연대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 질 것이라 생각되는데, 전력연대 의장으로서 전력연대의 활동방향에 대해서.

- 전력연대는 산별노조 건설을 목적으로 모인 노동조합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산별을 건설하는 것이 되겠지만, 이행경로로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산별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4년여의 전력연대 활동에서 성과와 한계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전력그룹사를 상대로 한 임금교섭, 기타 공동교섭요구 등 임금부분에 있어서의 공동투쟁은 일정부분 한계가 있었지만, 주 5일제 단체협약 타결이라든가 작년의 정전사태 당시 대정부 교섭과 대시민 홍보 등의 활동은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07년에 산별추진위원회가 발족하고 제가 의장이 되면서 산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무엇보다도 노동계 내부에서도 산별이 촉진되고 있고, 향후 복수노조문제라던가 비정규직문제 등 노동환경의 변화가 큰 만큼 우리도 빨리 산별로 전환하는 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력연대 의장으로서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도 역시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될 것이며, 아울러 이를 위한 사업들로서 국제교류활동을 공동으로 진행한다거나, 심포지엄의 공동개최, 정책사업의 공동추진 등 노동조합 일상사업들을 함께함으로써 전력연대의 가능성을 높여나가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 곧 있을 전력노조 선거에서, 직선제를 통한 최초 3선 성공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출마 여부는.

- 제가 3선 위원장에 출마하느냐 여부는 단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우선 본부에서 저와 집행부를 함께 이끌었던 동지들, 그리고 저를 지지해준 현장 지부위원장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출마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물론 지난 두 번의 임기에 대한 평가를 현장의 조합원들로부터 충분히 의견을 들을 예정입니다.

따라서 조합원의 뜻이 저의 출마를 원한다면, 그리고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저의 각오와 소신이 확실할 때 출마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말씀드린바와 같이 저와 함께했던 많은 동지들과 논의를 거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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