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합리적 전력시장 운영에 일조

독점체제에서 경쟁체제로의 전력산업 환경변화가 국가적인 효율 증대와 소비자의 편익 증대를 도모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대규모 전력계통을 계획, 운영함에 있어서 전원개발 및 수요예측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특히 시장 논리에 따른 신규 설비투자로 대규모 정전과 같은 국가적인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일련의 대정전사고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되고 있으며, 이후 전력계통 안정운영의 일환으로써 전력계통의 신뢰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전력계통에서 신뢰도(reliability)란 전력계통이 운전 제약조건을 만족하면서 소비자가 요구하는 전력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의 정도로 정의되는데, 협의의 신뢰도로 전력계통이 소비자가 요구하는 전력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의 정도로 정의되는 적정도(adequacy, 공급신뢰도)와 광의의 신뢰도로 적정도와 함께 전력계통에 갑작스러운 왜란이 발생할 때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안정적인 운전조건으로 복구하려는 능력으로 정의되는 안정도(stability) 및 안정적인 운전상태를 유지하려는 능력의 정도로 정의되는 안전도(security)를 포함하고 있다. <그림 1>은 전력계통에서의 신뢰도를 구분 정리한 것이다.

전력계통의 신뢰도 평가방법은 공급예비력, 계통사고, 설비고장, 소비자의 부하 등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전력계통의 불확실성 고려 여부에 따라 결정론적(deterministic) 방법과 확률론적(probabilistic) 방법으로 구분되어지는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전력계통 계획 및 운영업무에는 전력계통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는 결정론적 방법이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결정론적 방법은 전력계통의 안정운영 측면에서는 상당히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발생가능성이 작은 상태를 고려할 수 없어 과잉 투자할 우려가 있으며, 반대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발생가능성이 큰 상태를 간과할 수 있어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전력계통의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결정론적 방법이 가지는 단점을 해소할 수 있고, 특히 전력계통의 불확실성에 근거한 적정 설비투자계획의 수립 등으로 경제성 고려가 가능한  확률론적 방법의 필요성은 이미 1950년대부터 인식되어 캐나다, 미국, 프랑스, 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가  꾸준히 추진되어 왔다.

우리나라도 한전 전력연구원 전력계통연구소를 중심으로 1980년대 초반부터 전력계통의 확률론적 신뢰도 평가기술을 확보하고자 학계와 공동으로 관련 이론의 정립과 평가도구(Tool)의 확보 및 실무적용을 위한 연구를 시도하였다. 그러나 당시 도입, 연구되었던 신뢰도 평가도구(MEXICO, EDF, 프랑스)가 처리할 수 있는 계산능력의 제한, 관련 입력데이터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확률론적 신뢰도 평가기술을 실무에 적용하지는 못하였다.

관련분야 연구도 1992년부터 잠시 중단되었으나, 우리나라의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맞물려 공급신뢰도와 경제성이 조화된 송변전 설비계획의 수립을 위한 일환으로 확률론적 신뢰도 평가기술을 실무에 적용하고자 2001년 관련분야 연구를 재개하였으며, 특히 2003년 캐나다-미국 북동부에서 발생한 광역정전이후 신뢰도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전 세계적으로 확률론적 방법에 의한 신뢰도 평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력계통 계획측면에서의 확률론적 신뢰도 평가기술은 특정년도에 전력계통이 고장으로 인해 수용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없는 공급지장의 정도를 평가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공급예비력이 반영된 조류계산 데이터, 시간대별 전체부하 실적, 전력설비별 고장확률 등을 통해 전력계통이 가지는 불확실성을 반영하는데, 기본적인 신뢰도 평가과정은 Base Case 및 상정사고 Depth에 따른 각각의 상정사고 Case를 AC/DC 조류계산법으로 해석하여 모선 전압변동, 선로 과부하, 계통분리 등의 System Problem을 파악한 다음, 여기에 전력설비 고장확률, 8760시간대별 전체부하 실적 등을 고려하여 특정년도의 신뢰도지수를 계산한다. 평가결과로는 공급지장확률(LOLP, Loss of Load Probability), 공급지장시간 기대치(EDLC, Expected Duration of Load Curtailment), 공급지장에너지 기대치(EENS, Expected Energy Not Served) 등의 신뢰도지수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한전 전력연구원 전력계통연구소는 확률론적 신뢰도 평가도구로 미국 EPRI의 TRELSS, 독일 SIMENS-PTI사의 TPLAN, 프랑스 EDF사의 MEXICO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송전계통의 신뢰도만을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특성화된 프로그램인 TRELSS를 선택하여 이를 통한 확률론적 신뢰도 평가기술 확보 및 실무적용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참고로 TRELSS(Transmission Reliability Evaluation for Large-Scale Systems)는 1992년 미국 EPRI에서 개발한 확률론적 신뢰도평가 프로그램으로 대규모 복합(발전&송전) 계통을 대상으로 상정사고 해석을 수행하여 다양한 형태의 신뢰도지수를 계산하고, 사용자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는 상세한 결과보고서를 출력한다. TRELSS는 13,000개의 모선, 26,000개의 선로, 9750개의 발전기, 5200개의 변압기로 구성된 대규모 전력계통에 적용 가능하며, Tap Changing Transformer, Phase Shifter, Switchable Shunt 등과 같은 대부분의 일반적인 전력설비를 사실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다. TRELSS는 최대 10개의 Base Case와 발전기와 선로로 조합된 최대 (N-6)의 상정사고 Depth를 처리할 수 있는데, Base Case와 상정사고 Case들을 AC 또는 DC 조류계산법으로 해석하여 선로 과부하, 모선 고/저전압, 모선 전압변동, 조류계산의 발산, 부하차단, 계통분리 등의 System Problem을 분석한다. TRELSS는 System Problem 분석결과와 설비사고 데이터를 이용하여 각각의 Base Case에 맞는 신뢰도지수를 계산한 다음, 8760시간대별 전체부하 실적을 이용하여 선형보간법으로 각 시간대별 신뢰도지수를 계산하고, 이를 통해 해당년도의 신뢰도지수를 계산한다.

한전 전력연구원 전력계통연구소는 최근 5년간의 연구개발의 결과로써 신뢰도 관련이론을 습득하고, 신뢰도 평가도구(TRELSS)의 최적 운용기술을 확보하였으며, 사례연구로써 제2차 및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관련된 송변전설비 확충계획에 대한 신뢰도평가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공급신뢰도 측면에서의 송변전계통 보강방안 수립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확률론적 신뢰도 평가기술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후속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첫 번째, 신뢰도평가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전력계통이 가지는 불확실성을 정확히 고려하기 위해서는 전력설비 고장실적 등 데이터의 확보 및 정도향상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산업자원부 전기위원회 신뢰도/전기품질 실무협의회 ‘계통보호 워킹그룹’ 고장관리분과에 참여하여 전력설비 정지관리 기준(안) 마련 및 시행에 일조한 바 있으며, 전력설비 고장실적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한전에서 운영중에 있는 정전고장관리시스템의 개선이나 별도 시스템의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두 번째, 현재 신뢰도평가를 위해 미국 EPRI에서 도입한 TRELSS는 신뢰도평가와 관련된 기본적인 지수계산에는 크게 문제가 없으나, 우리나라 전력계통의 특성에 맞는 Base Case 및 동시사고 데이터의 준비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기능면에서도 공급예비력이 신뢰도에 미치는 영향평가 등이 불가능한 단점이 있다. 이에 일반화된 신뢰도평가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기본적인 신뢰도지수를 계산하되, 우리나라 전력계통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개선된 신뢰도 평가도구의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 확률론적 신뢰도 평가기술은 대규모 검토대상 건수로 인한 시간적 제약 등으로 인해 적정도 평가수준에 머물러 있어 안정도해석 및 안전도평가에도 확률적인 기법을 도입하는 기초연구를 계획하고 있으며, 공급지장비 등 신뢰도 가치평가를 위한 후속연구의 추진도 계획하고 있다.

이상에서와 같이 한전 전력연구원 전력계통연구소는 확률론적 신뢰도 평가기술과 관련 주변기술들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감으로써 신뢰도와 경제성이 조화된 송변전 설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송변전 설비투자의 사회적 공감대 및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전력시장 운영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전력계통IT그룹 곽노홍 책임연구원
 (한전 전력연구원 전력계통연구소)

<그림1>전력계통에서의 신뢰도(Reli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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