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는 규제로 전력산업만 피해’

시급한 음식물 대신 변압기만 규제
폐기물관리법상 규제농도 개정해야
환경부도 관리기준 ‘논란제기’ 인정

일반인들에겐 매우 낯선 이름인 ‘PCBs’가 전력산업의 두통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폴리염화비페닐이 공식 명칭인 이 물질은 1970년대 후반부터 국제적으로 사용을 규제해왔고, 2001년 스톡홀름 협약 체결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협약 가맹국들은 2025년까지 PCBs를 50ppm 이상 함유한 장치를 확인하고 표시해 제거하도록 의무화됐다.

전력산업에서 PCBs는 과거에 주로 변압기 절연유로 사용됐었다. 하지만 1979년 전기사업법에 따라 절연유에 PCBs사용이 전면 금지돼 현재는 전혀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 규제 이전에 제조된 절연유가 아직 남아있거나 재활용돼 새 변압기에 사용되는 경우에 PCBs 물질이 변압기 자체에 흡착돼 남아있는 경우 등이 있어 전체 변압기 중 10% 가량이 규제농도인 2ppm 이상이 검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PCBs가 왜 문제이고, 전력산업에 어떠한 악영향을 미치는지 항목별로 살펴본다.

▲ PCBs란 무엇인가

PCBs(폴리염화비페닐, Polychlorinated Biphenyl)는 염소계 유기화합물의 일종으로 주로 변압기내 절연유로 많이 사용됐으나 생식기관, 내분비계 장애 등을 일으키는 원인물질로 알려져 1970년대 후반부터 국제적으로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800명이 착색·발진증상 등의 피해를 입은 1968년 카네미 미강유 오염사건, 유럽 축산농가 등에 약 36조원의 피해를 가져다 준 1999년 벨기에 가축사료 오염사건 등이 크게 알려져 있으나, 국내에서는 PCBs로 인한 피해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PCBs 근절을 위해 국제 사회는 2001년 스톡홀름 협약을 체결해 2025년까지 PCBs를 50ppm 이상 함유한 장치의 확인, 표시, 제거 및 PCBs 50ppm 이상 함유된 액체의 재사용 불가, PCBs 근절조치를 매 5년마다 당사국 총회에서 보고하도록 의무화됐다.

우리 환경부는 스톡홀름 협약의 발효에 따른 PCBs 관련 의무사항 이행과 PCBs 배출 현황 파악 및 처리를 위해 2003년부터 PCBs의 배출원 조사기법 개발 용역 사업을 시작으로 PCBs 관련 사업을 추진해 왔다.

환경부가 스톡홀름 협약에 앞서 2015년까지 PCBs를 근절한다는 환경부 방침을 천명함에 따라 향후 10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중장기적 로드맵에 근거한 중점과제를 선정해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표> 환경부의 PCBs 근절 노력 경과 및 일정

일자  추진내용
1979. 8  PCBs의 유해성 인식 및 최초 규제 시작
1987. 5  PCBs 함유 폐기물을 지정폐기물로 분류
1996. 6  PCBs의 제조·수입·사용 금지
             (1999년 농도를 50ppm으로 구체화)
03. 12~04. 5 한전과 발전사 대상 1차 실태조사 실시
04. 10  환경부, 한전 및 6개 발전사, 3개 시민단체간 자발적 협약 체결
04. 12  PCBs 근절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개최
05. 1  민·관 PCBs 정책협의회 구성
05. 3  제 11회 국무회의에 ‘PCBs 환경오염방지대책’ 보고
         관계부처간 PCBs 정책협의회 구성
05. 6~12 PCBs 함유 장비 안전관리 가이드라인 마련
             PCBs 환경오염방지 종합대책 수립
05. 6~15. 12 PCBs 함유 변압기 전국 실태 조사 실시
                   스톡홀름 협약 비준
                   PCBs 폐기물의 친환경적 처리
                 국가모니터링 체계 구축 및 운영
                 민·관·학간 협력체계 강화
                 홍보 및 교육 실시
2015  PCBs 완전 근절

▲ 왜 2ppm이 문제인가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PCBs 규제농도는 2ppm이다. 이는 북미와 유럽의 대부분 선진국이 채택하고 있는 50ppm에 비해 대단히 엄격한 기준이며, PCBs 오염으로 1800여명이 피해를 입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아, 한전 등 전력산업계가 관련 법 개정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왜 규제농도를 이렇게 엄격하게 결정했을까. 이 의문점에 대해서 정확하게 답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환경부 담당자조차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아마도 PCBs에 의한 환경오염 위험도가 높고, 우리의 분석기술이 상당히 높다는 판단으로 결정된 것으로 짐작된다”고 답변했고, “규제농도에 논란이 있는 것을 알고 있고 인정한다”고 밝혔다.

전력산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준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대세다. 심지어 “환경부의 ‘오버’로 전력산업계만 피를 본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한전은 현재 발전용과 송변전용 대형 변압기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를 통해 PCBs 농도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가장 수량이 많고, 전국에 산개돼 있는 배전용 주상변압기다.

한전은 내용년수가 16년인 주상변압기를 통상 13년이 경과되면 철가후 상태를 판정해 수리하거나 폐기 처분한다. 한전이 자체적으로 두차례에 걸쳐 1주상변압기 PCBs 성분 분석을 한 결과 2ppm을 초과하는 제품은 약 10% 가량이었다. 한전은 “규제농도가 선진국과 동일한 수준이었거나, 하다못해 10ppm 수준만 됐어도 단 한 대도 검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작년 6월 이후 전국 사업소에 폐유와 폐변압기의 매각 및 절연유 재생 중지 지시를 내리고, 전국 25개 자재관리사업소에서 약 10만여대의 폐변압기를 야적해 놓고 있다.

현 규정상 2ppm 이상은 사업소 보관, 2ppm 미만은 정제연료유로만 매각, 불검출은 절연유로 재활용 혹은 매각하게 돼 있으나. 변압기를 모두 분석하려면 대당 약 15만원의 비용이 든다. 이는 신유 주입가격인 5만원에 비해 3배나 높은 가격이며, 국내의 5개 분석기관의 능력으로는 연간 10만대가량 배출되는 변압기의 1/10도 분석할 수 없어 더욱 문제가 된다.

설혹 기준치 이상의 PCBs가 검출돼도 국내 처리시설이 없기 때문에 현재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전력산업계는 지금까지 모든 피해사례가 식용유와 사료 등 음식물에서 발생했는데, 피해사례가 전무한 변압기, 그것도 한전 변압기에만 규제가 집중되는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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