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공직 물러나지만 나는 영원한 電氣人!”

한전 전무·거래소 초대이사장 등 주요 요직 섭렵
이제 야인으로 돌아가...“계속 봉사할 일 찾겠다”
전기協 대표단체 성장 위해 외부 협력·후원 필요

▲ 전기협회 백영기 전 상근부회장
영원한 전기인 백영기 씨가 지난달 말 대한전기협회 상근부회장 직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전 송변전사업단장, 전력거래소 초대 이사장, 그리고 전기협회 상근부회장에 이르기까지 전기계 주요 요직을 두루 섭렵하며 오로지 전기계의 발전을 위해 달려온 시간만 수 십 년이다.
무려 대학시절부터 따지면 올해가 ‘전기’와 함께한지 46년째 되는 해란다. 한 분야에서만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셈이다. 백 전 부회장은 그의 화려하고 오랜 경력만큼이나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발전사(史)에 있어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이제 야인으로 돌아가지만 전기계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찾겠다는 백 전 부회장.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는 전기계 大 선배의 지난 과거와 향후 행보를 잠시 들어보자.

“누가 은퇴한데? 갑자기 은퇴 인터뷰라고 하니 좀 그러네…. 나는 은퇴하는게 아니야. 단지 공식적인 자리에 물러나는 것뿐이지. 어디까지나 나는 영원한 전기인(人)이라고!”

역시 이날 인터뷰에서도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대한전기협회 백영기 전 상근부회장의 목소리에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함이 배여 있었다. 사실 질문을 던져 놓고 백 전 부회장의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실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앞으로 살아 있는 한 얼마든지 전기계에 봉사하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다며 절대 전기계에서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백 전 부회장. 그만큼 전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그이기에 지난 수 십 년간 전기계 발전에 있어 선봉장에 서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얼른 질문을 바꿔 언제부터 전기계에 종사하게 됐는지를 물었다. 백 전 부회장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글쎄, 언제부터더라. 대학시절부터 전기공학을 전공했으니 46년째쯤 됐네요. 대학졸업하고 65년부터 전기계 실무에 몸담았고, 한전은 69년부터 입사해 다니기 시작했죠. 참 오래 몸담기는 했네요.”

사실 백 전 부회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기계나 건축분야의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집에서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기계나 건축분야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런데 마침 고등학교 다닐 당시 담임이 전기공학을 추천해 전기 쪽을 선택하게 됐는데, 지금 돌아보니 전기가 내 적성에 참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전기를 잘 선택해서, 봉사를 잘 해왔구나, 인생을 잘 살아 왔구나 느껴지기도 하고….”

이쯤에서 백 전 부회장의 지난 업적을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백 전 부회장은 69년 한전에 입사하면서부터 한전의 발·송·배전설비에 대한 현장시험, 설비 유지보수 및 운영업무, 연구업무의 실무와 관리감독 업무를 28년여 동안 수행하면서 국내 전력산업의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해 왔다.

특히 98년부터는 한전의 경영간부(계통사업단장, 송변전사업단장)로서 전국 전력계통운영의 총괄경영과 전국의 송변전설비(12 사업장 5300여 직원)의 건설·유지보수 등을 총괄 경영한 결과 2년간 품질경영 우수사업단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2001년부터 전력거래소 초대이사장으로서, 전력계통운영 종합자동화시스템을 구축하고, 전국 낙뢰감시시스템, 기상종합정보망, 신전력계통보호시스템 등을 구축 운영해 전국 전력계통의 안전운전에 기여했다.

2002년 7월부터는 전기협회 상근부회장으로서, 전기사업밥상 기술기준의 대대적인 체제개편과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의 4단계 작업 완료, 전기안전 관련 출판·홍보, 전기상담실 운영 등 그가 전기계에 남긴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백 전 부회장은 지난 2004년 ‘전기안전촉진대회’에서 영예의 동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특히 사단법인 전력계통보호제어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전기인 생활 중 전력계통보호 분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는 전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다시 인터뷰 내용으로 돌아와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백 전 부회장은 자신만의 지론을 얘기하며 대화를 이었다.

“전기는 마시고 숨쉬는 물이나 공기와 똑 같은 것입니다. 즉 전기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란 뜻이죠. 따라서 전기, 전력과 관계된 것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모두 끝이라는 것은 없는 것이죠. 끝이 없다는 것은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찾아보면 봉사할 수 있는 길은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백 전 부회장은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경험, 경력, 노하우를 조금이나마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전기계에 봉사하고, 전기계를 사랑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발·송·배전 기술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 이를 활용해 보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최근 백 전 부회장은 임기 만료 바로 전까지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백 전 부회장은 지난달 미국 에디슨 전기협회와 상호 교류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미국 에디슨 전기협회에서 체결하고 돌아왔다.

“평소 소신이 전기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상 전기계의 발전을 위해 사심 없이 공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소신대로 살아왔고, 전기협회에 와서도 제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일단 전기협회가 재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봤죠.”

그래서 백 전 부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적극적인 국제 교류 협력을 추진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미국과의 MOU 체결은 그 시작이라는 것.

“일본과는 협력이 잘 되고 있고, 이제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등의 전기협회와 정식적인 교류관계가 곧 형성될 것입니다. 그동안 꾸준한 노력을 통해 전기협회가 세계로 눈을 돌리고 국제적인 감각을 쌓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것 역시 임기 중 하나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백 전 부회장은 전기협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내 전기계의 중심단체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었기에 그의 말에는 진심어린 애정이 묻어 있었다.

“전기협회에 와서 창립정신, 취지, 목적, 목표 등을 보고 사실 놀랐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전기계가 총 결집해 국내 전기산업의 발전과 사회공익적 일들을 해나가기 위한 전기계 중심단체. 이것이 전기협회의 설립 취지입니다. 그런데 그 취지대로 일을 했나 보니, 사실 미흡한 점이 많았어요. 조직의 연명에만 급급했고….”

그래서 백 전 부회장은 취임시 ‘전기협회가 창립정신을 제대로 발휘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우선 백 전 부회장은 내부조직을 안정시키고 직원들의 의식을 개혁해 내부부터 조직을 안정시켰다고 한다. 안이 튼튼해야 업무를 추진해도 성공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리고 나서 여러 가지 전기사업법상 기술기준 개편, KEPIC 사업 추진 등 참 여러 가지 일들을 하나씩 추진해 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일을 해 온 것 같네요.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직도 할일이 많고 갈 길이 멀어요.”

하지만 이제 그 틀이 짜여졌기에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제 목적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 첫 번째는 내부 직원들의 의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뭐 어려운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정말로 전기계와 전기협회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먼저 찾아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백 전 부회장은 외부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기협회는 전력그룹사, 협단체, 학계, 연구계, 건설사, 엔지니어, 전력기자재 업체, 전기공사업체 등 범 전기계가 발족한 단체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전기계의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공익단체입니다. 정말로 전기계의 발전을 위해 갈등보다는 밀어주고, 후원해주고, 화합하는 외부의 자세가 절실합니다.”

이처럼 내·외부의 성장과 협력·조화가 이뤄질 때 비로서 전기협회가 진정한 국내 범 전기계 대표 단체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이 백 전 부회장의 주장이며 바람이다. 그리고 백 전 부회장은 자신의 바람이 이뤄지길 곁에서 항상 지켜보고, 후원할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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