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은 날씨가 매우 추워 클럽을 접은 채 쉬는 골퍼가 매우 많았을 거 같다. 입춘과 우수를 지나 춘 3월부터는 많은 골퍼들이 기지개를 펴고 서서히 라운드 준비를 하고 있는 듯 하다. 골프장에서도 회원들에게 안내 메시지를 보내기 분주하다. 꽁꽁 얼었던 필드가 봄비에 녹아 정상적인 컨디션에서 플레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매년마다 새로운 해부터는 전년 보다 나은 기량과 실적을 올리고자 스스로 다짐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지난해 초에 다짐했던 성과를 거둔 사람이라 하드라도 자신의 지난해의 골프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얼마전 날씨가 몹시 추워 친지들과 여행삼아 동남아 더운 지방에서 라운드를 할 기회가 있었다. 갑자기 영하날씨의 추운 곳에서 영상 25도 이상의 더운 날씨를 만나니 어리둥절 했다. 이곳은 섬지방이고 가끔 스콜이라 불리는 비가 뿌려서 더위를 식혀주기 때문에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숏홀이 모두 200야드가 넘는 곳이었다. 길이가 200야드에서 230야드의 파3홀이었으니 간단치가 않다. 일행들은 습관대로 클럽을 아이언 4번, 우드 7번, 우드 4번 등 제각각 챙겨서 공격을 준비했다. 마침 208야드 홀인데 티박스에 올라서니 앞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럴 때는 자기 클럽의 수준에다 한 클럽 더 잡는 경우와 두 클럽 더 잡는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A씨는 아이언 4번으로 공격하여 그린 앞 벙커에 들어갔고, B씨는 우드 7번으로 그린을 비껴나 러프에 빠졌다. C씨는 우드 4번으로 힘껏 갈겨 그린 옆 러프에 들어가고 말았다.

결국 나는 드라이버를 잡고 높은 티를 꽂은 다음 평소의 드라이브 파워를 죽이고 삼분의 이 정도로 힘을 가해 보았더니 높이 떠 간 볼이 그린에 떨어져 핀 옆에 붙는 것이 아닌가? 정말 재미가 있었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숏홀을 드라이브로 공략하는 방법으로 하여, 전에 해 본적이 없는 새로운 시도를 성공적으로 버디와 파를 만들 수 있었다. 여기에서 느끼는 것은 꼭 어떤 거리에는 A클럽, 다른 거리에는 우드로 해야 하는 고정된 관념을 버리는 것이다.

기후와 상황조건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자신의 샷을 돌아볼 때, 14개의 파4, 파5홀에서 무작정 드라이브를 꺼내 들지는 않았는가를 생각해 보고 그렇다면 고정관념에 빠져 있는 골퍼이고, 그러한 골퍼는 발전이 늦을 수 밖에 없다. 홀길이가 짧고, 페어웨이가 좋은 곳에서는 드라이버 아닌 클럽으로 티샷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거리에 연연하면 골프에 기량을 향상시키는 과제는 제자리 걸음이 되고 만다. 다음 클럽을 선택할 때 자존심이나 동반자의 눈치가 기준이 되지 않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파 3홀에서 6, 7번 아이언을 치고 싶은데 동반자들이 8, 9번 아이언을 친다고 해서 부화뇌동하여 따라 하지 않았는가? 길이가 200야드에 달하고 맞바람까지 부는 파3홀인데도 자존심 때문에 드라이버를 외면하지 않았는지도 되돌아 볼 일이다. 그리고 파 5홀에서 세컨 샷은 무조건 3번 우드로 처리 하지 않았는가?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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