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신명철 성균관대 전기공학과 교수

"교수집단간 해결방안 협력 필요"

21세기의 새로운 변화에 대비하고 종전의 교육과정 중복편성과 교육 및 연구시설의 중복투자 등의 문제점을 해소하며 교육과 연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혁의 방안으로 도입된 학부제는 전기공학 교육에 크나큰 위기를 가져왔다.

전기공학은 국가의 기간산업을 리드하는 중추적 기술일 뿐 아니라 오늘날의 정보화산업을 낳게 한 원동력이다.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에 따라 전기공학 관련 제반 산업기술도 새로운 첨단기술 및 정보통신기술과 접목되어 눈부신 발전이 계속되어 왔다.

이러한 산업기술 발달에 부응하는 전기공학 관련 기술인의 양성을 위하여 각 대학의 전기공학과 교육과정은 반도체공학, 디지털컴퓨터공학, 정보통신공학 등 새로운 분야의 학문이 추가되며 개선되어 왔고, 이로써 그 동안 전기공학 교육은 시대의 변천에 대응하며 우수한 전기공학 관련 기술인 양성에 차질 없이 대처해 왔다.

이와 같이 합리적이고 진취적이었던 전기공학 교육은 획일적인 학부제의 도입으로 그 설자리를 점점 위협받게 되었다.
전기공학과 졸업생의 대부분이 전력산업이나 중전기기산업 분야에 진출하지 못하고 반도체산업, 컴퓨터산업 및 정보산업 분야로 많이 진출되었고, 또한 각 대학의 전기공학과 교수진의 구성도 순수 전기공학의 핵심과목을 담당하는 교수 수보다 그 외의 부수적인 전공분야를 담당하는 교수 수가 많아지는 현상이 전개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그럴싸하게 포장된 학부제의 취지에 많은 대학이 동참하게 된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따라서 많은 대학은 전기공학 전공을 유지한 채 통합되거나 전공 구분 없이 전기전자 및 컴퓨터 분야로 통합되는 학부제를 실시하게 되었다. 어떤 형태의 학부제이건 각 대학의 특성을 살려 균형있는 학생유치와 균형있는 교육과정의 운영이 보장되었다면 성공적인 학부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융통성이 고려되지 못한 학부제의 운영지침으로 인하여 거의 모든 대학에서 전기공학 교육이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많은 대학에서 전기공학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이 거의 전무하거나 전기공학 관련 교과목이 개설되어도 수강희망자가 없어 폐강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을 위한 학부제의 보완이나 개선책은 강구되지 않고 오히려 산학협동연구 및 교육을 중요시한다고 하면서 실험과목까지도 선택과목으로 운영되는 등 바람직한 전기공학 교육에 역행하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계속될 때 전기공학 관련 산업은 인력의 확보에 큰 차질이 있을 게 분명하며 국가의 기간산업과 중전기기 분야 산업은 위축되어 국가경제에 크나큰 손상이 초래될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 기본적으로 개인의 창의적 발상과 끊임없는 연구, 노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이러한 자질을 갖춘 우수한 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훌륭한 교육이 기본이 된다. 전기공학의 시스템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겸비한 양질의 인력양성은 교수집단 상호간의 긴밀하고 자발적인 정보공개와 공유를 통한 상호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학생중심의 교육체제로의 교육개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러한 환경에서 전기공학의 교육이 정상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교수집단의 개인적인 노력과 함께 긴밀한 상호협력만이 그 해결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학부내의 교수집단 모두의 적극적인 노력과 총체적인 공학교육의 앞날을 걱정하는 거시적인 안목을
갖는 상호협력을 기대한다.

200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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