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열린 국제지능형 전력망 사용자협의회 주관

최근 연이은 태풍의 영향으로 수천 세대 이상의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은 가운데,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국내 연구진이 국산화 개발한 ‘스마트변전소’ 핵심기술이 세계적인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하여, 향후 신뢰성 높은 전력망 구축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전기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최규하) 전력ICT연구센터는 전력망 분야 초지능화 공공인프라 핵심요소 기술인 ‘스마트변전소’의 핵심기술을 국산화 개발하고, 국제 저명 사용자협의회가 주관하는 성능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통과했다고 밝혔다.

스마트변전소는 기존 변전소에서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기술이 적용된 똑똑한 통합 관리 운영 시스템이다. 전력 설비를 포함한 변전소 방재, 방호 등 전체 설비를 실시간으로 진단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게 하여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지능형 전력망 체계다.

이미 지멘스, ABB, GE와 같은 주요 글로법 업체들은 지능형 전력망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해 국제적인 사용자협의회를 설립하고, 전력설비들의 디지털화 및 자동화를 위해 ‘IEC TC57’ 국제 표준화 활동을 주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2013년부터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의 단계별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변전소의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스테이션버스(Station Bus)’를 2020년까지 21.8% 수준으로 디지털화한다는 목표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이 개발한 기술은 스마트변전소 구축의 두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프로세스버스(Process Bus)’ 구현을 위한 ‘디지털 통합 데이터 생성장치(KMU100, KERI Merging Unit)’ 및 ‘고신뢰 네트워크 장치(KRB200, KERI Red Box)’다. 시스템반도체 IP 설계부터 모듈화 통합 장치까지 모두 국산화 개발에 성공한 성과이고, 전력망 통신 분야 최신 국제 표준인 ‘IEC61850 Ed.2’를 모두 준수하여 외국 선진 제품과의 상호호환 및 운영도 가능하다.

‘디지털 통합 데이터 생성장치’는 변전소의 변류기(CT)와 변성기(VT)를 통해 아날로그 전류, 전압 값을 디지털 값인 IEC 61850 기반의 SV(Sampled Value)로 변환하여 전송해주는 스마트센서 역할을 한다.

‘고신뢰 네트워크 장치’는 한쪽 네트워크에서 문제가 발생한 경우 다른 네트워크로 지연시간 없이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어떠한 고장상황에도 끊김 없이 통신 연결성을 보장해 준다. 또한 변전소 내 상·하위 네트워크에 연결된 수많은 지능형 전기설비 보호기기와 제어기기 간에 주고받는 데이터들의 시간정보를 GPS의 시각신호에 정확히 맞추는 ‘고정밀 시각동기화’도 가능하다.

KERI는 올해 초부터 한국전력공사(대전세종충남본부)와 함께 개발 기술을 154kV 디지털변전소에 실증해 왔고, 기존 네트워크 구축 대비 비용과 복잡성을 대폭 낮출 수 있음을 확인했다. 보호 제어 측면에서도 높은 신뢰성을 보여줬으며, 임의로 발생하는 변전설비 및 통신망 고장에도 지연 없이 바로 회복하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줬다.

개발 기술은 9월 23일부터 27일까지 1주일간 미국 전력연구소(EPRI)에서 열리고 있는 상호호환성 및 운영성 시험(UCAIug 2019 IEC61850 IOP)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세계적인 업체들로만 구성된 ‘지능형 전력망 사용자협의회’가 주관하는 시험을 통과하며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KERI 전력ICT연구센터 최성수 센터장은 “전력망에서 디지털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술 및 지능형 장치기술 분야는 개발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기술로, 출연(연)인 KERI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안으로는 개발 성과의 국내 전력망 실증 확대를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밖으로는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국제무대에 지속적으로 알리고 검증받으며 안정성과 진보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KERI는 이번 국제 시험의 성공이 국내 전력산업 분야의 디지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보고, 기술 보급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KE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1976년 국가공인시험기관으로서 첫 출발한 이후 2017년 기관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획득하는 등 최고 수준의 전기전문연구기관이자 과학기술계 대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현재 경남 창원에 소재한 본원 외에 2개의 분원(안산, 의왕)이 있으며, 전체 직원수는 600여명에 달한다.

KERI는 실현 가능하면서도 대규모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연구과제를 집중 선정하여 국가사회에 기여하는 대형 성과창출을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중심 연구분야는 전력망 및 신재생에너지,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기물리 연구 및 산업응용 기술, 나노신소재 및 배터리, 전기기술 기반 융합형 의료기기 등이다. 그동안 △765kV 초고압 전력설비 국산화 △차세대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원전 계측제어시스템(I&C) △한국형 배전자동화(KODAS) 기술 △펨토초 레이저 광원 기술 △고출력 EMP 보호용 핵심소자 기술 △전기차용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기술 △고압직류송전(HVDC)용 직류차단기 기술 등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분야에서 선진국들과 경쟁이 가능하고 업계가 주목하는 대형 원천기술들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계 기술이전을 통해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KERI는 또한 전력기기에 대한 국가공인시험인증기관이자 세계 3대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으로서 세계적 경쟁력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2011년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으며, 세계 최고 수준 설비와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KERI의 시험성적서가 전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게 함으로써 국내 중전기기업체의 해외시장 개척에 기여하고 있다. 2016년 중전기기산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4000MVA 대전력설비 증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국내 중전기기업체들의 시험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상당부분 해소했으며, 현재 보다 질 높은 시험인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합시험운영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2025년까지는 광주, 나주지역 등으로 시험  인프라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시험인증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해간다는 목표다.

KERI는 향후 신기후 체제, 4차 산업혁명 등 관련 유망 융합 분야를 발굴하고, 모든 일상에서 전기가 중심이 되는 '전기화(電氣化, electrification)'에 따른 대응환경을 구축하는 등 미래를 선도하는 기술개발에 주력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2018년 4월 최규하 박사가 제13대 원장으로 취임한 것으로 계기로 국민과 함께하는 출연연구기관으로서의 공적 역할과 미래 핵심가치를 선도하는 세계 최고 전문연구기관 ‘Glocal(Global+Local) KERI’로서의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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