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프랑스 ARC-Nucleart 문화재 보존 기술개발 MOU

방사선 기술 이용해 문화재 진단, 치료, 복원 등 연구협력기대
문화재 내부 숨겨진 다른 유물찾는 중성자 토모그래피기술 등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은 프랑스 원자력청(CEA) 산하 방사선 이용 문화재 보존 기술 전문 연구기관인 ARC-Nucleart 최근 문화재 보존 및 복원 기술 개발 협력을 위한 협력협정(MOU)을 프랑스 그르노블의 ARC-Nucleart에서 체결하고 양측 연구자들간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프랑스 ARC-Nucleart

ARC-Nucleart(Atelier de Recherche et de Conservation Nucleart)는 1981년에 설립된 프랑스 원자력청(CEA) 산하 방사선 이용 문화재 보존 기술 연구기관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의 방사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문화재에 이를 적용하는 연구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초보적인 수준으로 이번 협력협정을 통해 해당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이 분야의 기술 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오존층 파괴물질을 규제하는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올해부터는 현재 문화재 소독처리에 쓰이고 있는 화학훈증제 사용이 금지되어 대체기술이 절실한 상황이다. 
프랑스는 희귀성 있는 한국 문화재의 보존 및 복원에 기여함으로써 자국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과학기술과 문화강국으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어 인류 문화유산 공동 보존을 목표로 관련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프랑스는 목조 문화재 내부에 생긴 공동에 UPR(Unsaturated Polyester Resin, 불포화 폴리에스테르 레진)을 투입하고, 방사선을 투과하는 즉시 경화시키는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화학물질 처리에 비해 효율성은 높고 독성은 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복원위한 관련기술 개발시급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금속이온에 방사선을 쏘여 항진균 기능을 가진 나노복합체를 제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항진균제와 달리 주입 이후 주변으로 확산되지 않는 우수한 장점을 갖는다. 이에 반해, 프랑스의 방사선 이용 수지 경화기술을 적용한 문화재 보강은 진균류에 의한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양국의 기술을 접목할 경우, 2차 균류 침입과 같은 치명적인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 상호협력을 통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2016년도 말 기준 국내에서 발굴된 총 유물 수는 약 180여 만점으로 보존처리가 필요한 문화재는 그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1975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발굴했지만 첨단 분석기술이 없어 현재까지 복원하지 못한 금동말안장 뒷가리개 유물의 복원을 위해서도 관련 기술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수만 년 전의 유물까지 산지와 편년을 추정하는 중성자 방사화 분석기술 △세계 최고의 가치로 찬사를 받고 있는 고려청자 색 구현과 국보 숭례문 등의 단청 안료 복원에 이용할 수 있는 뫼스바우어 분광기술 △금동말안장 뒷가리개 복원 등에 사용하는 이온빔 분석기술 △문화재 내부에 숨겨진 또 다른 유물을 찾을 수 있는 중성자 토모그래피기술 △그리고 목재, 서적, 의복 등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한 나노복합재활용 방사선조사기술 등은 문화재 보존에 적용 가능한 첨단 방사선기술이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부터 중성자, X-선, 감마선, 방사성 동위원소 이용 측정분석 및 시험검사 기술 등 원자력 기술이 문화재 보존과학 분야 연구에 이용해왔다.

◆국내 하나로 가동이후 복원 적용

원자력연구원은 1995년 HANARO 가동 이후 중성자방사화분석을 통한 미량원소 정량 분석법을 고대 토기의 산지 분류에 응용, 고고학 연구에 기여하고 중성자 방사화 분석 기술, 중성자 영상 기술, 방사선 조사 기술 등의 관련 기술을 문화재 보존, 복원 및 감정에 적용해왔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일부 대학에서 중성자 방사화 분석, X-선 형광분석 등을 이용해 고고학적 시료의 미량원소 정량분석으로 산지 및 편년 추정 등에 부분적으로 원자력을 활용했다.
최근에는 X-선 분광분석, 중성자 영상기술, 방사선 조사기술, 가속기 질량분석 등이 문화재 보존, 복원, 감정분야에 응용하기 시작했다. 고려청자의 유약에서 흑색과 백색을 나타내는 발색 성분이 철의 전자 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뫼스바우어분광기로 확인하기도 했다.

◆외국, 원자력기술 다양하게 활용

외국의 경우는 1950년대부터 문화재 분야에 원자력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해왔다. 미국, 캐나다와 일부 중남미 국가들, 프랑스, 독일, 폴란드, 헝가리 등 유럽의 원자력 기술 보유국들은 원자력을 이용한 문화재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러 대학에서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원자력청(CEA) 소속의 ARC-Nucleart가 1960년대부터 방사선 조사 기술을 이용한 문화재 보존 연구를 진행했으며, 1977년 이집트 람세스 2세 미이라, 지중해 중세 목조 선박, 시베리아 매머드 등의 보존에 방사선 조사를 통한 생물학적 손상 억제 기술을 활용했다. 
일본은 1978년 사이타마(埼玉)현 이나리야마 고분(稻荷山 古墳)에서 출토된 금착명철검(金錯銘鐵劍)의 상감에서 X선과 γ선 투과시험을 통해 115개의 문자를 발견했다. 2016년에는 구마모토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고문서와 고서적에 방사선을 이용해 방역처리하기도 했다.
포르투갈 에보라(EVORA) 대성당의 기단과 상단에 사용된 암석은 오랫동안 화강암으로 알려져 왔으나, 뫼스바우어 분광기법을 통해 기단과 상단이 각각 다른 암석인 화강암과 대리석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은 “방사선 활용 문화재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과 오랜 경험을 가진 프랑스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문화재 적용을 위한 응용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과학강국의 위상에 걸맞는 문화 국가로서의 문화재 보존·복원 관리 체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탄소연대 측정법, 대표적 사례

한편 원자력기술이 문화재 분야에 적용된 대표적 사례는 탄소연대 측정법이다. 일반적인 탄소 원자보다 중성자를 2개 더 갖고 있는 14C라는 방사성동위원소가 시간이 지나면서 붕괴하는 특성을 이용해 문화재 시료의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연구용원자로에서 핵분열로 만들어진 중성자로는 문화재의 산지 및 편년을 추정할 수 있고, 투과력과 분해능이 뛰어난 중성자의 성질을 이용하면 문화재 내부 관찰이나 미세결함의 비파괴 검사가 가능하다. 나아가 방사선 조사를 통해서는 목재 문화재의 생물학적 손상을 일으키는 벌레와 곰팡이를 제어하기도 한다.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물질과 달리, 방사성을 띄지 않던 물질에 방사선을 조사·처리한 것만으로 본래 갖고 있지 않던 방사선을 방출하는 일은 없다. 방사선을 방출하지 않던 문화재라면 방사선 조사나 처리로 더욱 더 안전해질 뿐 방사성물질로 변하지 않는 것이다. 방사선 처리 후 판매되는 반도체 부품이나 의료기구가 안전한 것처럼, 방사선을 조사한 문화재도 안전하다. 열이나 화학약품에 닿지 않고 파괴할 필요도 없어 도리어 더욱 안전하다.
일찍이 미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원자력 기술 선진국을 중심으로 문화재 분석, 보존을 위한 방사선 기술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 온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프랑스와 본격적인 협력을 준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문화재 분야 적용 가능한 방사선 기술 
 
◆중성자 방사화 분석(NAA; Neutron Activation Analysis) 기술
연구용 원자로에서 핵분열 반응으로 생성된 중성자를 분석 시료에 조사, 시료를 방사성 동위원소로 변화시켜 방출되는 감마(γ) 선을 측정함으로써 시료에 포함된 특정 원소의 양을 정량적으로 조사하는 방법이다.
검출 감도가 높아 화학적인 분석법으로는 불가능한 미량 분석이 가능하고, 다양한 종류의 시료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원소를 비파괴적으로 동시에 분석할 수 있어 원자력 분야의 기초 연구 뿐 아니라 재료과학, 환경오염 및 보존, 인체보건 및 영양, 산업적 품질관리 및 보증, 범죄과학과 고고학 등의 시험검사, 측정분석 도구로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출토 문화재의 산지 및 편년을 추정하는 데 활용되는 기술이다.

◆중성자 영상 기술(Neutron Radiography)
투과력과 분해능이 매우 뛰어난 중성자의 성질을 이용, 연구용 원자로에서 생성된 중성자를 시료에 투과시켜 감쇄하는 중성자의 양을 평가함으로써 시료 내부의 미세결함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기술이다. 문화재 내부 관찰과 미세 결함의 비파괴 검사에 활용되는 기술이다.

◆뫼스바우어 분광기법(Mӧssbauer spectroscopy)
1958년 독일의 뫼스바우어가 발견한 감마선의 공명현상을 바탕으로 한 기법으로서 핵에서 방출된 감마선이 분석 대상의 동종 원자핵에 흡수되고, 흡수된 감마선을 계측하여 물질의 화합물 상태, 결정구조, 초미세자기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현존하는 연구수단 중 가장 미세한 에너지까지 측정 가능한 분석기술이기 때문에 나노 세계의 물질 연구를 위한 중요한 기술로 꼽힌다.
이 기법으로 단청의 안료, 도자기 유약 등 우리나라 문화재 발색의 근원인 철의 화합물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철 화합물과 수분을 포함하는 대기질이 석조문화재에 주는 영향도 비파괴 검사 현장이 측정 가능하다.
KAERI는 중성자방사화분석을 통한 미량원소 정량 분석법을 고대 토기의 산지 분류에 응용, 고고학 연구에 기여한 바 있다. 1995년 하나로 가동 이후에는 중성자방사화분석, 중성자 및 양성자 영상 기술, 방사선 조사 기술 등의 관련 기술을 문화재 보존, 복원 및 감정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수행했다.
 
◆방사선 조사 기술(Irradiation technology)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발생하는 방사선의 투과력과 살균력을 이용, 비파괴 검사와 암 치료, 농·식물 육종, 의료기기 멸균 등에 이용하는 기술이다.
문화재 분야에서는 방사선 조사를 통해 주로 목재 문화재의 생물학적 손상을 야기하는 흰개미, 권연벌레 등 충류와 곰팡이들을 제어하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목재 뿐 아니라 서적, 의복 등 유기질 문화재의 보존에도 이용 가능하며, 부식이 심한 목재를 단단히 하기 위한 강화 방법으로 방사선 고분자 중합 기술도 사용되고 있다.

◆이온빔(Ion beam) 분석 기술
문화재 복원 및 보존을 위한 이온빔 분석 기술은 비파괴적으로 문화재의 성분을 ppm 수준의 정밀·정량 분석할 수 있는 기술로, 문화재를 구성하고 있는 성분을 정성·정량 분석하여 문화재 복원 및 보존처리를 위한 지표를 제공해주는 기술이다.
특히, 연구원이 개발중인 이온빔 분석법 중 e-PIXE (External Particle Induced X-ray Emission) 기술은 기존 진공에서 측정했던 PIXE와 비교해 시료 교체 시간이 줄어들며 진공에서 측정 불가능했던 액체 및 분말 시료, 나아가 챔버 안에 들어가지 않는 대형 문화재까지도 분석이 가능한 신개념 첨단 분석 기법이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은 이온빔 분석 기술을 이용해 문화재와 예술품 복원 및 보존을 위해 가속기를 24시간 가동하여 활용 중에 있으며, 국내 국립경주박물관도 60만여 점 이상의 미복원 유물 복원 처리를 위해 이온빔 분석 기술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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