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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장
동북아에너지 허브국가 구상
2017년 10월 30일 (월) 14:58:44 한국전력신문 webmaster@epnews.co.kr
   
▲ 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장

전 세계는 상호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협력을 공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역내 국가간에 다양한 인프라네트워크를 국가간 연계망으로 형성하고 있다. 비근한 예로서 유럽국가들은 철도, 도로, 통신망은 물론이고 안보적 관점에서 중요한 전력, 가스, 송유관 등 안보면에서 중요한 에너지인프라망도 상호 연계하고 있다.

국가간 전력망연계는 일명 슈퍼그리드(Supergrid)라고 불리며 ‘총전력공급비용 최소화와 공급신뢰도 향상 및 친환경에너지 공급 극대화를 위하여 국가간 전력계통을 상호 연결하고 연계망을 통하여 평상시와 긴급 상황에서 사전 계약전력을 상호 융통 ’하는 것을 말한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은 1980년대 말 (구)소련 붕괴 이후 극동러시아 지역의 수요감소로 인하여 발생한 러시아의 잉여전력을 일본으로 판매하기 위한 개념으로 출발하였다. 하지만 주변국과의 정치적 관계와 비즈니스 마인드 부족으로 인하여 지지부진한 상태를 오랫동안 지속하여 왔다.

그 이후 2000년대 초반 남북한 관계 해빙과 더불어 러시아-북한-남한 계통연계가 활발히 논의되었으나 현재까지도 미완성 상태로 남아 있다. 2000년대 이후 러시아 ESI(Energy System Institute), 한국전기연구원 및 일본 REI(Renewable Energy Institute) 등 많은 연구기관에서 동북아슈퍼그리드에 대한 시니리오 수립과 기본 연구를 수행하여 왔으나 시나리오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일본 후쿠시마 사태와 중국 GEI정책으로 인하여 한-중 및 한-일 전력망연계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동북아슈퍼그리드는 북한을 포함한 주변국가의 전력망 인프라를 연계, 재구축하는 방대한 프로젝트로서 국가간 입장이 상이하고 다양한 장애요인을 지니고 있다. 
   
동북아지역은 현재 에너지 수급의 상당 부분을 중동과 호주 등 남방에너지에 의존하고 있지만 동북아프리미엄 등 불이익도 받고 있다. 이로 인해서 최근에 들어 동북아 각국은  뚜렷한 수급구조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동북아지역은 전력에너지 소비측면에서 중국이 세계 2위, 러시아 3위, 일본 4위, 한국 역시 Global Top 8 국가에 속하는 막강한 위치이므로 동북아계통연계의 효용성은 세계 여타 지역에 결코 뒤지지 않고 오히려 그 중요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동북아 각국은 계통연계 측면에서 상호 보완성을 가지며 연계망 구축에 있어서 강약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동북아국가는 자원 잉여량, 전원개발 입지, 전기요금 차이 등의 상호 보완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동북아지역 국가간 에너지 협력에 부응하여 북한의 에너지 위기 문제를 함께 논의할 경우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북한과의 에너지 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북한 경제의 자생기반을 확충하고 남북한 정치적 긴장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북아지역은 전 세계에서 예외적으로 현재 역내 국가간에 어떠한 인프라망도 연계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이는 정치, 경제체제의 상이점과 더불어 모든 역내국가가 과거 역사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한 점에 크게 기인한 것이다. 한반도는 동북아지역을 연결하는 가교이자 동북아 에너지와 교통망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지니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역내 국가간의 전력인프라 연계망 구축에 있어서 남북한과 동북아 계통연계라는 두 가지 옵션을 가지고 있다. 남북한/동북아 전력협력은 두 개의 다른 대상이 아니라 One Way, Two Track으로서 병행추진이 필요한 사안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기로 인해 현재 남북한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최악의 상황이고 그에 따라서 동북아협력도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하지만 장기적 견지에서는 남북한관계 및 한반도의 지정학적 측면을 고려하면 남북한과 동북아에너지협력은 두 개의 옵션이자 기회이며 의무 이행사항으로 부각되고 있다.

역으로 판단하면 한국 입장에서는 남북한/동북아 전력협력사업의 병행으로 동북아에너지 허브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와 전력회사 차원에서 남북한/동북아 에너지협력 종합 마스터플랜 수립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통일에 대비한 중요한 포석이 될 수 있다.

남한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에너지가 부족한 북한의 경우 당연히 발전량이 경제성장률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관련 검토에 따르면 북한발전량이 3.87억kWh(남한 발전량의 0.07% 내외) 증가하면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1% 증가된다는 놀라운 결과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절대적으로 에너지가 부족한 북한 경제에서는 소규모 에너지 공급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며 남북한 계통연계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국가간 전력망연계는 전력산업분야의 제반 이슈들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 파리 온실가스 기후협약, 전력공급의 기술성과 경제성 향상여부 등 다양한 사안과 맞물려 있다. 예로서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진행되면 국경을 넘어서 값싼 전원과 친환경설비를 선호하게 되고 그 결과 계통연계를 촉진하게 된다.

국가간 계통연계는 더불어 전체 연계계통의 공급신뢰도와 전기품질을 향상시킨다. 반대로 계통연계를 통하여 전력을 융통하는 경우 정치적 이유로 인한 공급중단 가능성과 전력융통요금의 가변성 등 에너지안보관점에 노출되는 등 단점도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의 역대 정부는 기존의 중동과 남방에너지 공급구조를 벗어나 국익차원에서 북방 에너지 네트워크 형성과 정치적 유대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였으나 북한변수와 관계국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인하여 세부적인 진행은 미흡하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9월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된 동방포럼 기조연설에서 동북아슈퍼그리드를 경제번영과 평화를 가져올 수단으로 각국 지도자들에게 제안했다. 이와 같은 동북아슈퍼그리드를 한국의 국익차원에서 차분히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제, 시장적 관점의 종합검토가 필요하다.

이는 기술, 경제, 시장성 측면에서 연계용량, 연계방식, 연계지점 및 계통운영과 전력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밀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즉, 어느 정도 연계용량을 어느 지점에서 어떤 조건으로 어떻게 인도받고, 이를 국내 전력시장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더불어 연계당사자간의 계약조건에 대한 사전 검토를 통하여 기술적, 상업적, 에너지안보관점의 계약내용을 준비하여야 한다. 향후 동북아전력망의 전력공급 체계는 국지적으로는 한국-중국, 한국-일본 및 한국-러시아간의 연계망 구축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몽골 고비사막 등의 태양광, 풍력과 같은 친환경에너지를 중국과 남북한 및 일본에 공급하는 구조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동북아슈퍼그리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에너지안보관점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다자간 보장체제가 필요하다.

다자간 보장체제는 정치적 의미의 협약도 있지만, 지분 참여 등의 방법으로 제 3국(예 미국 등)을 참여시키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연계망 구축의 재원조달과 회수방안을 철저히 강구해야 하며, 에너지안보와 다자간 보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국내 전력산업계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송배전 및 자원개발 및 전력시장운영 등의 제반분야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동북아슈파그리드가 실현되면 동북아 국가 전체에 대한 통합 전력수급계획이 필요하고 전력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이며 자원개발에 영향을 미치고 기후협약과 경제성 및 전기품질/계통신뢰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동북아계통연계와 연관된 논점사항은 다양하며발생가능한 사안별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는 국가간 전력연계망을 통하여 연중 어떤 시점에 어느 정도의 전력량을 어느 지점에서 어떤 공급조건(신뢰도)으로 공급하며, 연계망에 대한 건설과 관리주체와 소유권 문제 및 이에 대한 에너지안보 관점을 어떻게 보장하며 분쟁발생시의 해결구도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 등의 모든 사안을 포함한다.

모든 대형 국가간 협력사업을 진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예상되었던 리스크보다 예상치 못한 리스크이다. 예상되는 리스크는 사전에 대비하거나 사전 계약에 포함시키면 되지만,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는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예상되는 리스크라도 정치적 변수 등으로 인해 계약사항에 대한 완전한 이행이 가능할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검증을 통해 문제 발생 가능성을 감소시키고, 국가 에너지정책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면밀한 검토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한국 입장에서는 지정학적 견지에서 동북아 중심국가, 특히 에너지 연계망의 경유국가로서 동북아에너지 허브국가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러시아, 일본, 중국 전력망을 연계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와 한전을 포함한 산하 에너지공기업은 전력산업은 물론이고 석유, 가스 및 기타 인프라망에 대하여도 한국이 동북아지역의 허브국가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GEI(Global Energy Interconnection) 추진 및 전 세계적인 에너지연계망 구축계획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정부와 한전을 중심으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한전은 신재생 3020 목표 달성과 연계하여 장기적인 계획 하에 단계별로 동북아슈퍼그리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지역의 전력시장과 발송배전 부문 엔지니어링 EPCM(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Maintenance) 산업의 동북아 지역 진출을 기획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에너지산업에만 안주하지 않고 해외사업 추진으로 패러다임의 획기적 전환을 주도함으로써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나아갈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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