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등 에너지 전공 교수 230명, 성명서 발표
원자력학회·방사성학회·원산, 신중한 E정책 촉구

▲ 전국 23개 대학 에너지 전공 교수 230명은 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중한 에너지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 원자력계가 국가에너지정책 수립에 있어 충분한 전문가 논의와 국민의견 수렴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대선 후보당시 공약을 내세웠던 탈원전, 석탄화력 축소, 신규 원전 전면 재검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이 현실화될 것을 우려해서다.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산대 등 전국 23개 대학 에너지 전공 교수 230명은 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은 충분한 전문가 논의와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원자력학회 전임 학회장인 성풍현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는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단’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국가의 근간인 에너지 정책 수립이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는 데 안타까움이 크다”고 밝혔다 .

이어 “높은 부가가치의 준국산에너지를 생산하는 거대 원전 산업의 궤도 수정은 무엇보다 국민 공론화와 관련 전문가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또한 “새 정부가 민주적인 정책 결정으로 원자력 안전을 강화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산업 기반과 고급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과 국민 의견 수렴으로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국가 에너지 정책을 신중하게 수립한 이후에 이를 토대로 원자력에 대한 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날 참석한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성명서 발표 배경에 대해 “국가 에너지 정책이 일방통행식으로 성급하게 나아가 결국 ‘졸속으로’ 결정되면 몇 년 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선거 당시에 원전 안전을 우려하는 여론을 수용해 선거 공약에 반영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시간을 갖고 대안을 마련해 가면서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원자력 전문가는 물론이고 국민적 합의와 숙의를 동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풍현 교수도 “스위스 등 유럽 여러 국가들에서도 원자력 이슈 여론 수렴은 3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성명서는 무엇보다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단’은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지난달 31일 단 하루만 진행하고도 230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앞으로 교수단은 전공 범위를 넓히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수에 대해서는 계속 서명을 받을 계획이다.

이번 서명에 참여한 교수는 서울대학교의 건설환경공학부 남경필, 원자핵공학과 황일순, 에너지자원공학과 최종근, 화학생물공학부 차국헌 교수를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최원호, 원자력 및 양자 공학과 노희천,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김선준,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황주호,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 윤병조 정지환 교수 등 230명으로 집계됐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는 다양한 전공의 교수 43명이 참여했다.

한편 한국원자력학회(회장 황주호)는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와 한국원자력산업회의 공동 주최로 오는 8일 서울대(38동 5층 시진핑룸)에서 고리 1호기 퇴역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특히 심포지엄 주최 3개 기관(원자력학회, 방사성폐기물학회, 원자력산업회의)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새 정부가 편향된 정보에 근거한 원전 정책에서 벗어나 신중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키로 했다.

◆ 왜 원전 정책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나 = 우선 원전건설 및 계속운전을 중지할 경우 국가 전력 수급에 심각한 차질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원전정책을 그대로 시행된다고 가정하면 신고리5,6 등 신규 8기 원전건설 중단 시 설비용량 11.6GW가 줄어들고 운영허가 만료원전 11기를 폐지할 경우 9.1GW의 용량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탈석탄 정책 추진으로 노후 석탄화력 폐지에 따른 설비용량 2.6GW, 신규 석탄화력 건설 중단시 4.2GW의 설비가 즐어들게 된다.

즉 ‘탈석탄+탈원전’ 정책 추진에 따라 27.5GW의 전력공급설비가 축소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기존 최대전력 증가율(2.2%/년)을 반영하더라도 2029년 설비예비율은 –3% 수준이 며 전력소비 증가율의 둔화(최대전력 증가율 1.5%/년)를 가정해도 2029년 설비예비율은 5% 수준으로 적정 예비율 22% 대비 17%가 부족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재생 발전비중을 20%까지 증가시킬 경우 신재생 설비용량은 33GW로 피크기여도 기준 6.3GW 수준의 용량증대에 그치며 2029년 설비예비율은 -3%에서 2.7%로 적정예비율에는 턱없이 부족켜도 적정예비율 확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7차 수급계획 신재생 설비용량 32.9GW의 피크기여도 6.3GW였다.

적정 예비율 확보를 위한 LNG복합화력 추가 건설(21.2 GW)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통영LNG복합화력사업(920MW)은 부지확보 실패로 지난달 26일 최종 취소되는 등 계획 기간내 21.2GW 이상의 LNG복합화력 추가 건설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탈석탄+원전건설 및 계속운전 미 추진’ 시 27.5GW 대체가 필요하게 되며 LNG 대체 시 추가비용 약 17조6000억원으로 전기요금 31.9% 상승, 신재생 대체 시 추가비용 약 25조원으로 전기요금 45.2% 상승, 신재생 20%와 나머지 전력 부족분을 LNG 대체할 경우 추가비용 약 19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1982~2014년 전력요금은 소비자물가 상승률(271%)의 18% 수준인 49% 상승요인이 발생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함께 원자력은 기술집약적 산업으로서 국내 인력과 기술에 의해 생산한 부가가치로 이뤄진 준국산 에너지로 원전 운영(24기)과 건설(4기)로 한 해 동안 약 36조2000억원의 생산유발과 연 9만2000명의 고용유발효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원전 산업의 급격한 축소는 기기공급업체, 설계 및 엔지니어링 등 관련 산업계를 붕괴시켜 원전 안전운영을 저해하고 원자로, 터빈발전기 등 주요기기 생산업체는 공장가동률 저하로 제작설비, 기술, 전문인력 유지가 곤란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원전산업 생태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다수의 중소·중견기업 등도 국내 원전에서 판로가 막히면 공급망에서 이탈할 가능성 높다.

실제로 신고리5,6호기 건설이 중단될 경우 두산중공업 등 142개 원도급사와 일신밸브, 대동메탈 등 619개 하도급사와 3만3615명의 근로자가 참여하고 있어 확보된 대규모 양질의 일자리 상실될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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