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건설 중지 이어 신재생·전원믹스 재검토 주장
활성화단층 논란 등에 ‘명확한 원전 안전’ 근거 제시해야
지질조사·내진설계 강화 등으로 막연한 불안감 해소 우선

지난달 12일 19시 44분경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1(기상청 발표 기준)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이후 1시간 뒤인 20시 32분 54초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지역(북위 35.77 동경 129.18)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다.
경주에서 연이어 발생한 지진이 원자력 안전 논란을 넘어서 국내 에너지정책까지 흔들고 있다. 경주에서 연이어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진의 파장은 국민의 안전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소 등의 에너지시설에 대한 의심섞인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어났다.
특히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뿐만 아니라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원전 안전에 대한 집중포화로 이러한 불안감에 불을 붙였다.
특히 이러한 논란들은 단순 원전 안전에 대한 의심에서 벗어나 신규로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주장까지 이어지며 그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여기에다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전반적인 국내 에너지정책에 대한 재검토에 대한 요구로 점증되고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당연 원전 안전이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를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100%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지진 후 원전 안전과 관련된 여러 논란들 =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승인을 위해 제출한 예비안전성분석 보고서의 부지평가부문을 위해 한수원은 지질학회와 한국전력기술에 최대지진 도출을 위한 연구용역을 맡겼고 한전기술과 국책연구기관인 지질자원연구원에서 기술자문보고서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비공개이던 보고서들이 공개되면서 최대지진분석을 위한 역사지진기록, 활동성단층 기록 등이 축소, 누락되어 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나 더불어민주당을 위시로 한 국회의원들은 “원전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지진을 낮게 설정하다 보니 원전의 내진설계 0.2g(지진규모 6.5에 해당), 0.3g(지진규모 6.9에 해당)가 충분히 안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며 “독립적인 전문가들을 포함한 검증기구를 구성해 한반도 동남부 일대의 최대지진 재평가와 원전 내진설계 기준 평가와 보완을 시급히 추진하고 안전검증이 끝날 때까지 가동중단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한수원의 ‘원전부지 최대지진 조사·연구’ 보고서(2015년6월)가 최대지진 평가를 도출하기 위한 역사지진자료, 계기지진자료가 누락, 축소, 조작됐다는 의혹도 나왔다.
최대지진 추정은 지진기록으로 평가하는 결정론적 방법과 지진기록과 단층기록으로 평가하는 확률론적인 방법이 있다. 확률론적인 방법은 재현빈도(몇 년에 한 번 발생하는 지)에 따라 최대지진 규모가 달라진다.
확률론적 최대지진평가에서는 역사지진기록과 계기지진기록이 면적지진원의 입력자료로, 활성단층이 선지진원의 입력자료로 사용된다. 계기지진목록에서 원전 부지 반경 320㎞ 이내 계기지진기록은 역시나 일부만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한수원이 지자연으로부터 제출받은 기술자문보고서의 활동성 단층들을 신고리 5,6호기 예비안전성분석보고서의 부지평가에서 누락, 축소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술자문 보고서에는 상천 1단층과 웅산단층은 50만년 이내에 두 번 움직인 활동성 단층이고 원원사 단층은 50만년 이내에 최소 4번 움직인 활동성 단층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화정단층은 2만8000년이내에 움직인 활동성 단층이다. 특히 웅산단층은 길이가 4㎞에 이르는 단층으로 원자력안전법의 하위 법령에 의해 원전 설계 지진값에 고려해야 하는 단층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 제2014-10호 ‘원자력시설 활동성단층 관련 기술기준’에는 부지반경 8㎞ 이내는 300m, 32㎞ 이내는 1.6㎞의 활동성단층은 원전 설계 지진값에 고려해야 하는 단층으로 규정돼 다. 길이 4㎞의 웅상단층은 신고리 원전부지로부터 약 18㎞ 떨어져 있다.
그런데 신고리 5,6호기 예비안전성 분석보고서에서는 상천 1단층과 웅상단층은 활동성 단층이 아닌 활성단층으로 연대측정값이 수정됐고 웅산단층의 길이는 수십 미터로 축소됐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원안위측은 “신고리 5·6의 내진설계값은 0.3g이다. 사업자인 한수원이 광역(부지 반경 320㎞)의 지진 및 지질특성을 평가하고 육지의 경우 부지 반경 40㎞ 지역과 해상의 경우 부지 반경 8㎞ 지역에 대해서는 정밀지질조사를 통해 도출된 예상 최대지진값(0.145g)에 충분한 여유를 두고 산출한 값으로 이에 대해 KINS와 원안위 전문위원회 전문가들이 적정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 원전 부지는 어떻게 선정하나 = 우리나라는 1970년대 국내 원전 도입 당시부터 국내 원자력법 및 선진국 기술기준에 따라 부지선정, 설계, 건설, 운영 등 각 단계에서 완벽한 지진 대비책을 마련, 운영하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4단계의 부지조사를 수행해 지진에 안전한 부지를 선정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내진설계를 위해 우선 부지를 중심으로 반경 320㎞ 이내에서 실시되는 광역조사는 지형도, 지질도, 항공사진 등 문헌자료 및 인공위성자료 조사 등을 통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진원을 선정한 후 여기에 여유도를 더해 결정한다.
반경 40㎞ 이내에서 조사되는 부지조사는 광역조사보다 자세한 지진·지질 및 지구물리 조사를 수행하며, 잠재적인 지구조원이 존재하는 경우 반경 8㎞ 내에서 수행되는 조사의 정밀도와 유사하게 조사·분석을 실시한다. 반경 8㎞ 이내에서 실시되는 세부부지조사는 적절한 세부지질조사, 지진, 지구물리 및 지반공학적 조사를 수행하게 된다. 반경 1㎞ 이내에서 수행되는 정밀조사는 지구물리탐사, 시추조사, 트렌치조사, 연대측정 등 지반공학적인 자세한 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원전의 내진설계는 일반 건물과 달리 부지조사단계에서 분석한 부지주변의 단층과 과거 발생 지진을 토대로 부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대 지진값을 산정해 내진설계 수준을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의 내진설계값은 중력가속도(g)의 20%에 해당하는 0.2g(규모 약 6.5정도의 강진)로 설정했다. 또한 신고리 3,4호기부터 건설되는 APR1400 원전의 내진설계값은 이보다 더 안전한 0.3g(규모 약 7.0)로 상향조정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원자로 건물 등은 지진이 발생해도 흔들림이 적고 큰 하중을 안전하게 지지할 수 있도록 허용지내력이 평방미터당 700톤 이상인 견고한 암반 위에 직접 고정시켜 설치하고 있다.
또한 무거운 건물을 지지하기 위해 견고한 암반 위에 철근을 조밀하게 배치해 암반과 기초가 일체가 되도록 건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단한 암반위에 지은 원전은 토사지반에 건설된 건물보다 진동의 영향을 1/2~1/3 정도 적게 받는다.
원자력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가동중인 원전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 이를 신속하게 감지하고 그 크기에 따라 원전을 가동 또는 중지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
설계지진인 안전정지지진(SSE)의 1/20 수준인 0.01g의 지진동이 감지되면 지진계측기 동작을 알리는 신호가 발생해 지진에 대비하고 0.1g의 지진동이 감지될 경우 비상운전절차에 따라 발전소를 정지해 지진으로 인한 피해에 사전 대비토록 하고 있다.

◆ 정부의 지진 대응책은 = 산업부는 지난달 2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주형환 장관 주재로 경주지진에 따른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지진·지질·원전안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에너지 안전 자문위원회’ 원전 분과 회의를 개최하고 지진의 원인과 영향, 원전 내진성능 현황, 내진성능 보강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산업부는 지진 이후 ‘에너지 시설 내진 종합대책’을 수립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들로 에너지 안전 자문위원회를 구성중이며 우선적으로 원전 분과 회의를 개최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을 계기로 국가차원의 지질·단층조사, 지진원인 정밀분석, 지진 위험도 평가 등이 필요함을 건의했으며 단기적인 지진 대응 대책보다는 장기적이고 정밀한 조사·분석을 통한 대책 마련 필요성을 제시했다. 또한 이번 지진은 원전 내진 설계기준 이하로 원전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더욱 강력한 지진에 대비한 내진성능 평가 및 보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산업부는 원전 분과 회의를 시작으로 전력, 가스, 석유 등 분과별로 ‘에너지 안전 자문위원회’를 개최, 조속한 시일내에 에너지 시설의 지진영향 분석, 내진설계 보강 필요성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원전 분과는 지진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큰 만큼 우선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국내·외 사례 분석, 전문가 검토 등을 통해 내진대책을 수립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해 원전 및 방폐장 내진성능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민안전처는 지난 12일 세종 2청사에서 국내 지진관련 전문가 50여명과 지진공학회 등 관련학회, 국토부, 원안위 등 22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지진방재 개선대책 민·관 합동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9.12 지진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지진방재대책에 대한 문제점을 근원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22일 발족한 민·관 합동 ‘지진방재 종합개선기획단’에서 그간 마련한 지진경보 체계, 국민행동요령 등 다양한 개선과제를 점검하고 심층 토론을 이어갔다.
김재관(기획단 공동단장)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이번 9.12 지진을 계기로 내진설계 공통기준 마련, 한반도 단층 조사 등 국가 지진방재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지금부터 합의해 나가야 한다”며 획기적인 정부지진대책 개선을 주문했다.
이날 기획단과 지진공학회 공동주관으로 개최된 심층토론에서는 ‘국가 내진설계기준 공통표준(안)’에 대해 관계전문가와 국토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아울러 지진을 계기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이 숙지해야 할 행동요령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간 심층논의가 이뤄졌다.
한편 이날 회의에 앞서 지진방재 종합개선 기획단에 참가하는 다양한 분야의 민간전문가에 대한 위촉식도 함께 가졌다.
이날 위촉된 민간위원에는 기획단 공동단장을 맡은 김재관 서울대 교수(건설환경공학)를 비롯해 내진, 지질환경, 매뉴얼, 소통, 빅데이터, 재난심리, 정보통신 등 지진대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국내 유수의 전문가들이 포함돼 있다.

◆ 신규 원전에 어떠한 영향 미칠까 = 현재 전남 영광에 한빛원전 1~6호기, 경남 기장군에 고리원전 1~4호기와 신고리 원전 1,2호기 등 6기, 경북 경주시에 월성원전 1~4호기와 신월성1,2호기 등 6기가, 경북 울진에 한울원전1~6호기가 가동중이다.
또한 신고리 3,4호기와 신울진 3,4호기가 건설중이며 신고리 5,6호기는 지난 6월 건설허가를 승인받고 기초굴착공사에 들어갔다. 여기에다 경북 영덕군 일대에 천지원전 1,2호기(1500㎿급 APR+)가 지난해 8월 건설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26년 12월과 2027년 12월 각가 준공될 예정이다.
이번에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던 경상도에 18기가 가동중, 4기 건설중, 2기 건설예정중이다.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원전 밀집지역이다. 이렇다보니 지진으로 인한 이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다.
시민단체나 국회의원들은 역사지진기록, 계기지진기록을 제대로 입력자료로 사용하고 누락 축소된 활동성단층 역시 추가 입력자료로 사용하고 이번에 움직여서 활동성 단층이 된 양산단층까지 포함하면 원전 부지에 미칠 최대지진값은 당연히 진도 7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 규모 6.5에 맞춰진 이 일대의 12기의 원전과 규모 7로 상향된 시운전이나 건설 중인 4기의 원전 모두 불안한 상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지진-원전사고 위험 에너지정책 대전환 토론회’에서는 신규 원전 정지를 넘어 에너지정책에 대한 지향점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성욱 지아이 지반정보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는 1971년도에 월성이나 고리원전 지역이 정해졌는데 당시 활성단층의 개념도 없을 때 원전부지가 정해진 것”이라며 “우리가 사용중인 활성단층 지도를 보면 방패장 단층과 읍천단층만 고려하고 있는데 이번 경주지진으로 양산단층대가 활성화됐으니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병섭 동국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는 원전 기술을 외국에서 도입해 초기 원전을 외국사가 관리, 건설했고 이 과정에서 아무도 의구심을 갖지 않았다”며 “방폐물 시설 안전 문제도 건설 당시 폐기물 마련 공간을 마련하지 않아 임시시설로 내진 시설도 필요 없고 화재 대비도 없어 화근으로 책임을 논하기 전에 해결부터 하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정환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도적으로 우선 전력거래소에서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것이 원자력과 석탄인데 일본이나 선진국의 경우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와 원전 위험성, 송전비용 등이 제대로 반영돼 있다”며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당장 100%는 어렵겠지만 RPS(발전 의무 할당제)도 100%를 못 맞추고 있다는 한계가 있어 복합적인 제도, 자발적인 신재생 전력구매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역 분산형시스템이 함께 도입돼야 신재생을 비롯해 친환경 전력 수급 정책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즉 단순 지진 발생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신규 건설중인 원전을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중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넘어 원전의 사회적 비용의 반영,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정책 전반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진으로 인해 밑바닥까지 떨어진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원전 업계 전문가는 “장관이나 한수원 사장이 원전 내진설계가 7.0까지 버틴다고 아무리 설명한다해도 이를 명확하게 입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국민들이 안심할 것”이라며 “원전은 과거 단순한 불안감으로 여러 난관에 부딪혔던 사례를 볼 때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우선 주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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