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SG&신사업처 백남길 ESS사업부장

한전의 주파수조정용 ESS 500㎿ 구축사업이 2017년이면 완료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1㎿h규모의 전기저장용량을 가진 ESS가 운영되고 있거나 2017년까지 설치예정인 설비 중에서 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90% 이상으로 국내 ESS 시장의 가장 큰 소비자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전의 주파수조정용 ESS사업 완료 이후에 대한 관련업계의 걱정이 크다. 국내 ESS 산업 전반적인 현황과 지속성장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자.

ESS의 개요
ESS(Energy Storage System)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용도에 따라 적당한 시기에 전력계통 또는 수요처에 공급하여 전기 품질,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시스템을 말한다. 기술의 발달로 노트북이나 핸드폰에 들어가는 리튬전지와 같은 기존의 중소형 2차 전지를 대형화하거나 회전에너지, 압축공기 등 기타방식으로 대규모 전력을 저장해 쓸 수 있게 됨으로써 ESS가 전력계통을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ESS의 구성장치는 전기를 직류로 저장하는 배터리(2차 전지)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배터리 저장시 교류를 직류로 변환하고, 방전시 직류를 교류로 변환하면서 출력을 제어하는 PCS(Power Conditioning System), 시스템 전체를 제어하는 EMS(Energy Management System)로 크게 분류 된다.

국내외 시장전망 및 주요국가의 활성화 정책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Navigant Research의 2014년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ESS의 글로벌 시장전망 2014년 약 13억달러 규모에서 2024년 약 320억달러로 약 2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2013년 12월에 발간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에너지기술 국내시장 전망’ 보고서는 2012년 국내 전기저장시장규모(전지의 경우 PCS 등 주변장치 제외)는 약 71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약 8629억원 수준으로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정책에서의 에너지 효율화와 환경문제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신재생 발전원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증가할 때 공급하는 ESS는 신재생 출력의 불안정성을 해결함과 동시에 이용률을 향상시켜 효율적인 전력공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ESS 설치 의무화 제도를 통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2014년부터 5년 평균 공급전력의 2.25% 이상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2020년부터는 5% 이상으로 상향될 전망이다.

전기저장 기술개발 현황
전기의 주요 특성중의 하나는 저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형태의 에너지 즉, 화학에너지(배터리), 운동에너지(플라이휠, 압축공기저장장치), 위치에너지(양수발전), 전자기장(커패시터) 형태의 에너지 등으로 저장했다가 다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것은 가능하다. 전력계통에서는 아직까지 양수발전 형태로 저장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약 15만2680㎿의 665개의 ESS 설비가 운전 또는 건설 중에 있지만 이중 약 99%가 양수발전 기술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신형 대용량 전기저장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이 흐름전지(flow battery), 리튬이온전지(lithium-ion battery), NaS전지(sodium sulfur battery), 초고용량 커패시터(super capacitor), 플라이휠(flywheel), 압축공기저장장치(compressed air energy storage) 등이다. 국내의 경우 양수발전을 제외하고 이들 기술 중 가장 상용화된 것이 리튬이온전지인데 현재 전기저장시장 대부분을 점유(2012년 기준 90%)하고 있으나 2020년쯤에는 다른 기술의 경쟁적인 성장으로 전체 시장의 약 60%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제조 기술을 보유하여 국내 S사, L사가 글로벌시장에서 약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나, 소재기술이나 원천기술 측면에서는 일본에 비해 많이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ESS산업 현황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ESS 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 지난 2011년 5월 ‘에너지 저장기술 개발 및 산업화 전략(K-ESS 2020)’과 2013년 8월 ‘창조경제시대 에너지 수요관리 신시장 창출방안’ 등을 발표하고 국내 ESS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ESS 산업은 발전정산단가가 낮은 석탄화력의 예비력을 ESS로 대체함으로써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 주파수조정용 ESS사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다. ESS의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설치가격이다. 전문가들은 한전이 2017년까지 500㎿의 주파수조정용 ESS를 설치하는 사업이 국내 시장 확대와 국내 가치사슬(supply chain)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 설치단가를 낮춰 아직까지 경제성이 낮은 신재생연계형과 피크감소형 등의 사업 추진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내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도 이제까지 발전사업자만 제공하던 주파수조정 서비스를 송전사업자도 가능하도록 전력시장운영규칙을 개정해 지난 7월1일부로 시행 중이다. 또한, 풍력단지와 연계된 ESS에 신재생에너지공급증명서(REC)의 가중치를 한시적으로 상향 적용(2015년 5.5, 2016년 5.0, 2017년 4.5)함으로써 남동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회사 등에서 풍력연계용 ESS 설치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17년까지 국내 1㎿h 이상 ESS의 운영, 설치 또는 계획 중인 설비량 조사 결과 총 약 524㎿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중 주파수조정용 92.3%, 피크감소용 2.8%, 신재생연계용 2.6%인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산업들이 초기 정부 정책에 의한 인위적 시장형성에서 점차적으로 민간부문에 의해 활성화되는 과정을 거쳐 간다. 국내 ESS 산업이 진정 활성화되려면 보조서비스시장이건 수요관리시장이건 전력거래시장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를 잡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전력거래시장에서의 ESS 도입 장애요인
정부는 ESS를 활용한 전력거래제도 도입을 준비 중에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기연구원은‘전기저장장치를 활용한 시장거래 제도개선 방안수립’ 연구보고서를 지난 3월 내놓았다. 제도 도입까지는 여러 가지 난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는 장애요인에 대해 살펴보면 현행 전력시장은 변동비 기반의 발전입찰 방식으로 시장참여자의 전략적 행위에 선택권이 없고 단일 판매사업자만 존재하는 구조적 특성으로 소비자 요구를 반영하는 프로세스가 미약해 ESS를 포함한 전력신기술 도입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다양한 수입원을 통한 ESS의 경제성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곤란한 구조라는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는 비용효율적인 계통연계형 대용량 ESS의 단위전력 공급비용은 상용화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발전기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며 ESS 투자비용을 완전히 회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보조서비스시장 또한 규제적이고 보조서비스정산금도 전체 정산금에 비해 차지하는 비율이 미국의 경우 약 4.2%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약 0.12%로 과소하다는 것이다.

제언
초기 ESS도입 활성화의 가장 큰 제약요인인 높은 투자비는 시장규모 확대와 함께 구축비용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외 연구보고서와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 ESS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제언하고 있다.
첫째, ESS와 같은 다양한 자원의 전력시장 참여를 허용하는데 현재와 같은 별도의 제한된 예산으로 운영되는 수요자원시장이 아닌 수요측 자원이 전통적인 발전자원과 동등하게 경쟁하도록 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ESS는 속응성이 우수한 자원으로 주파수조정과 같은 보조서비스 제공을 활성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보조서비스 시장개선과 용량시장 도입이 필요하다. 미국과 같이 속응성이 우수한 보조서비스 자원에 대한 인센티브제도가 검토돼야 한다.
셋째, 송전망에 설치하는 대용량 ESS의 도입이다. 이는 기저부하 시간대 전력가격을 상승시키고 피크시간대 전력가격 감소를 유발하기 때문에 차익거래 가치 감소에 따른 민간투자자의 투자회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나 잠재적으로 전력설비 이용률 향상, 발전·송배전설비 건설시기 순연 효과, 혼잡비용 완화 등을 포함한 사회적 편익을 유발한다. ESS가 계통운영에 기여하는 편익과 전력시장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구분하고 정확한 가치 평가를 통해 이를 적정 보상할 수 있는 전력시장 구조를 만드는 것이 국내 ESS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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