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수명은 최초 운영 허가기간…‘최소한의 기간’ 의미
총 435기 中 30년 이상 운전 204기·40년 이상 51기
월성 1호기, 압력관 등 대대적 설비 교체로 ‘젊은 원전’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캐나다를 비롯해 한국까지 전 세계에는 총 435기의 원전이 운전 중이다. 이 중 30년 이상 운전 중인 것이 204기(46.9%), 40년 이상 운전 중인 것이 51기(11.7%)에 달한다.
즉 30년이상 운전중인 원전이 전세계 원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원전의 안전성이 담보된다면 30년 이상 가동해도 무리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국내 원전은 커다란 파고를 겪었다. 그 파고 중에 하나가 바로 설계 수명이 만료된 원전의 계속운전이다.
계속운전은 최초 운영허가 기간(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가동 원전에 대해 정부에서 법적기준에 따라 안전성 심사 후 안전성이 확인될 경우 10년 간 계속해 운전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을 위시로 노후 원전에 대한 폐로의 주장이 거세다. 하지만 단순히 설계 수명이 만료됐다고 해서 무조건 폐지하자는 주장은 지나친 주장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전세계 계속운전 사례를 비춰 최근 핫 이슈로 부상한 계속운전을 들여다봤다.


◆ 원전운영국가 왜 계속운전을 선택했나 = 1942년 12월 E.페르미가 핵분열 연쇄반응을 발견한 이후, 1954년 6월 러시아에서 세계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오브닌스크(OBNINSK, 흑연감속형원자로 5㎿)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1956년 10월 영국에서는 CALDER HALL-1(기체냉각형원자로, GCR 60MW)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됐으며 미국에서는 1957년 12월 SHIPPINGPORT(가압경수형원자로, PWR 100㎿)가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우리나라는 1962년 3월 TRIGA MARK-2 연구용 원자로(열출력 100㎾)가 가동된 이후 1978년 4월 고리 1호기(가압경수형원자로, 587㎿)가 최초로 상업운전을 개시하면서 본격적인 원자력시대를 열었다.

올 6월말 기준 세계원자력협회(WNA)와 IAEA의 PRIS(원자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가동중인 전 세계 원전은 435기에 달한다. 계속 운전 승인 호기는 약 151기며 이중 83기가 계속운전 중이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100기 가동원전 중 계속운전 승인이 72기며 27기가 계속운전중이다. 원전 대국 미국은 운영허가 갱신(License Renewal)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초기 운영허가기간을 40년으로 하고 20년 단위로 계속운전을 승인하고 있다.

프랑스는 58기 가동원전 중 5기에 대한 계속운전이 승인됐지만 아직 계속운전중인 원전은 없다. 후쿠시마 사태를 겪으며 한때 탈핵을 선언했던 일본은 현재 33기 원전이 가동중이며 이중 19기에 대한 계속운전이 승인됐으며 1기를 제외한 18기가 계속운전중이다.

러시아는 총 가동원전 33기 중 11기에 대한 계속운전 승인에 이어 9기가 설계수명을 넘어서 계속 전력을 생산중에 있다. 러시아는 주기적안전성평가(PSR)를 적용하며, 통상 운영허가기간 30년 이후 15년 단위로 계속운전을 허용한다. 그러나 최근 VVER-1000원전에 대해 보수공사 후 25년의 계속운전을 허용했다.
기타 국가의 총 가동 원전 기수는 177기로 39기에 대한 계속운전 승인이 났으며 24기가 계속운전중이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전 세계 435기의 원전이 운전 중이며, 이 중 30년 이상 운전 중인 것이 204기(46.9%), 40년 이상 운전 중인 것이 51기(11.7%)로 나타났다. 30년 이상 운전중인 원전이 총 255기로 전세계 원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원자로형별로 살펴보면 가압경수로(PWR, Pressurized Water Reactor)형 원전은 274기가 운전 중이다. 이중 81기가 계속운전을 승인받았으며 36기가 계속운전 중이다. 계속운전 후 폐로된 원전은 2기, 설계수명 후 폐로된 원전은 4기에 불과하다.

가압중수로(PHWR, pressurized heavy water reactor) 원전은 48기가 가동중이며 이중 16기에 대한 계속운전이 승인됐으며 12기가 계속운전 중이다. 폐로된 PHWR은 계속운전후 2기, 설계수명 만료 후 1기 등 3기다.
주로 미국, 스웨덴, 일본 등에서 사용중인 비등수형 경수로(BWR, boiling water reactor)는 81기가 가동되고 있다. 이중 35기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으며 18기가 계속운전 중이다. 계속운전 후 BWR 6기가 폐로된 바 있다.

1956년 10월 영국에서 첫 가동을 시작한 기체냉각형원자로(GCR)는 15기가 운전중으로 7기에 대한 계속운전 승인 후 5기가 계속운전중이다. GCR은 18기가 계속운전 후에 폐쇄됐으며 2기는 설계수명 후 폐로됐다.

가장 참혹한 원전 사고로 기록된 체르노빌 원자로를 비롯해 구 소련 지역의 주종 로형인 흑연감속 비등경수로(LWGR)는 15기가 운전중이다. 이중 11기가 계속운전을 승인받아 11기 모두 계속운전중이다.
미래의 원자로로 불려지는 고속증식로(FBR)는 2기가 가동중으로 1기에 대한 계속운전 승인 후 계속운전이 진행되고 있다.

전세계 원전 노형별 현황을 살펴보면 설계수명 만료 원전이 122기로 83기가 계속운전 중이며 35기는 폐로됐다. 4기는 정책결정 중이거나 설비개선이 진행중이다.

설계수명 만료 후 계속운전을 보면 고리 1호기가 같은 로형인 PWR은 38기가 계속운전 중이며 1기는 계속운전 심사 중이다. 이중 폐로된 원전은 4기다.
월성 1호기와 같은 로형인 PHWR은 14기가 계속운전중이며 단 1기만이 설계수명 후 폐로됐다. 3기는 현재 정책 결정중이거나 설비개선이 진행중이다.

여기서 주지할 만한 사실은 전 세계 설계수명 만료된 122기의 원전 중 7기(6%)만이 계속운전 추진없이 폐로됐으며 111기(91%)가 계속운전을 했거나 계속운전 중이라는 사실이다.

◆ 월성 1호기는 지금 = 운영허가 기간(설계수명)은 원전 설계시 설정한 목표기간으로 원전의 안전 및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공학적으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 기간을 말한다.

국내 원전의 설계수명은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던 고리 1호기와 월성 1~4호기가 30년이다. 표준형 원전 등 나머지 경수로는 40년, 신고리 3,4호기, 신한울1,2호기(APR1400, UAE 수출 모델) 등의 설계수명은 고리1호기보다 2배나 많은 60년이다.

가압중수로(PHWR, pressurized heavy water reactor)인 월성 1호기(678.7㎿)는 1983년 4월 22일 상업운전을 시작해 2009년 4월 1일부터 2011년 7월 18일까지 대규모 설비개선이 진행됐다. 설비개선이 진행되던 2009년 12월말 계속운전 인허가를 정부에 신청했다.

이어 설계수명 30년이 말료된 2012년 11월 20일 발전소는 정지됐다. 이어 지난해 7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보고서가 제출돼 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민간검증단이 이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약 27개월간 진행된 설비개선을 어떻게 진행됐을까.

우선 경수로의 원자로에 해당하는 원자로 압력관 교체 및 제어용 전산기 교체 등 핵심설비의 교체를 완료해 발전소 안전성을 강화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후속조치로 지진 자동정지설비, 이동형 발전차량,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 원자로 비상냉각수 외부 주입유로 및 피동형수소제거설비 등을 신설해 극한 자연재해에도 충분한 대비를 갖췄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인정을 받기 위해 법령에 따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계속운전 안전성 심사 외에도 2012년 5월 27일부터 6월 7일까지 약 2주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 7명이 계속운전 전반에 대해 국제기준에 따라 점검, 계속운전 준비상태에 대한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했다. 여기서 말한 계속운전 전반은 기본원칙, 기기분류, 기계기기·전기 및 계측기기·토목구조물 경년열화,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등 6개 분야다.

현장점검 결과 발전소는 매우 좋은 상태로 확인됐으며, 10년간 계속운전 준비가 잘 돼 있다고 언급하면서, 세부적으로 9건의 잘하고 있는 점(Good Practice)과 13건의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한수원은 이중 12건은 조치 완료했으며 나머지 1건은 중장기적으로 조치 중에 있다.

◆ 월성 1호기 계속운전 심사는 = 월성1호기 계속운전 관련 법적인 사항에 대한 사업자 조치는 모두 완료된 상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조치 등 추가적인 안전성 강화조치를 반영한 심사가 완료단계에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테스트는 한수원이 지난해 7월 자체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원안위에 제출, 전문가인 검증단(KINS 및 민간)에서 검증 중에 있으며 곧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인허가 심사가 마무리되고 원안위 심의 단계로 전환되는 시점으로, 지역주민과 한수원간 지역협의체를 구성해 심의가 완료되는 대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KINS은 지난달 1일 월성원전1호기가 계속운전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계속운전에 대한 인허가가 승인되면 법령에 따라 발전소의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약 40일간의 정기검사를 수행할 예정이며, 지역주민 합의(MOU 체결) 후 발전소를 재가동 할 예정이다.

◆ 월성1호기 계속운전 향방은 = 운영허가 기간 30년이 만료된 후 10년의 계속운전 허가를 받아 가동중인 고리1호기와 국내 두 번째 원전이자 최초의 중수로 원전인 월성1호기는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다. 월성1호기는 2012년 11월 운영허가 기간 만료로 현재 전기 생산을 중단한 채 규제기관에서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 석)에 따르면 월성1호기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9000여건에 대한 설비개선 작업을 완료했다. 특히, 원전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압력관’을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설비개선으로 새 발전소로 거듭났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들 원전이 건설한 지 30년이 넘었을 뿐 핵심 안전설비들을 모두 교체해 그 어느 원전보다 젊은 원전”이라고 강조했다.

건설 시점이 30년 전이라 해도 장기 가동원전의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에는 최신 기술의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민적 우려를 반영해 영국, 캐나다 등이 적용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준 뿐 아니라 미국의 운영허가갱신제도도 적용해 세계적으로도 가장 엄격하면서도 최첨단의 기술로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운영허가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를 폐쇄하라는 일부 주장은 설계수명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설계수명은 원전 설계시 경제성 등을 고려해 설정한 ‘최초운영허가기간’의 의미로, 원전의 안전성과 성능기준을 만족하면서 운전 가능한 ‘최소한’의 기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원전 운영허가기간을 재평가한 결과, 설계 당시에 충분한 여유도를 부여했다는 점과 정비, 운영기술의 발달로 인해 운영허가기간 이후에도 충분히 안전성이 확보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계속운전한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한 사례도 아직 없다.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원전사고는 3건이다. 이중 TMI 2호기(1979년)와 체르노빌 4호기(1986년) 사고는 가동을 시작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아 설비 고장과 인적실수에 의해 발생했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해일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일부 단체의 주장처럼 장기 가동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또한 노후 원전이라 고장정지가 잦다고 하지만 전체 고장정지 가운데 대부분은 원전 운영기술력이 부족한 가동 초기에 발생했다. 1995년부터 2012년까지 월성1호기의 연간 평균 고장정지는 0.5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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