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전원 원격제어 기술의 도입과 선결과제

내년부터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이 본격화되는 등 스마트그리드 분야가 산업으로써의 모습을 조금씩 갖춰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한전을 중심으로 현재 진행중인 스마트그리드 기술 분야에 대해 관련분야 전문가의 고견을 기획 연재(격주로)한다. 

▲ 한전 전력연구원 조성수 책임연구원
한전 전력연구원 조성수 책임연구원

스마트그리드 기술의 개발로 우리 생활 깊숙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면 바로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발전원이 생산한 전기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신재생발전원이 생산한 전기만으로 전기차를 운행하고 가정에 필요한 전기제품을 사용한다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던 미래의 클린에너지 세상이 구현되는 셈이다. 실제로 2035년에는 신재생에너지가 만든 전기가 석탄연료를 사용하여 만든 전기보다 많아진다고 전망하니 지금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클린에너지의 세상이 그리 요원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더욱이 보조금이 없어도 신재생에너지원의 발전원가가 화석연료의 발전원가와 같아져 신재생발전원이 스스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제일 먼저 태양광 발전분야에서 달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신재생발전 사업자수는 2010년 대비 153%가 증가했고 설비용량은 약 49%가 증가했다. 태양광 발전이 전체 사업자수의 98.8%를 차지하고 용량기준으로 약 53%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저압계통에 연계되는 100㎾미만 고객이 전체고객의 약 86%를 차지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이 저압계통에 집중적으로 연계되는 추세는 이미 몇몇 선진국에서 경험한 사례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에는 태양광발전량이 전체 발전량의 40%에 이르는 경우도 있으며 이로 인해 전력계통의 안정성이 위협받자 전력회사에서 태양광발전 인버터를 원격에서 제어 및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본 지면에서는 일부 선진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분산전원 원격제어 기술의 특징과 우리나라에서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선결과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신재생에너지원이 전력계통, 특히 배전계통에 연계되면 여러 가지 전기품질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가장 심각한 영향을 주는 요소는 전압의 크기이다. 우리 가정에 배달되는 표준전압의 크기는 220V±13V이고 전력회사는 이 전압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분산전원이 배전계통에 연계되어 발전을 하게 되면 분산전원이 연계된 부근의 전압이 발전량에 비례하여 상승하게 된다. 결국 전력회사는 표준전압의 허용범위를 유지하기 위해 배전계통에 연계되는 분산전원의 용량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선진국에서는 분산전원의 원격제어 기술을 이용하여 해결하고 있다.

독일의 예를 한 번 더 살펴보면, 전력계통의 주파수나 전압이 문제가 되면 전력회사에서 인버터의 전기적 출력을 원격에서 조정하여 안정적으로 전력계통을 운영한다. 따라서 원격제어를 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훨씬 많은 신재생에너지원을 전력계통에 연계하여 운영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저압계통에 연계되는 태양광발전이 급속히 증가하자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저압변압기를 중심으로 시스템이 스스로 알아서 전압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능화된 전력시스템을 개발하여 시범운영하고 있다.

분산전원 연계로 인한 전압상승을 억제하는 기술은 기술적으로 다소 복잡한 설명을 필요로 한다. 간단히 요약하면 분산전원의 유효출력으로 인한 전압상승을 분산전원의 무효출력 조정으로 전압강하를 발생시켜 전체적으로 과도한 전압상승을 억제하면서 분산전원의 발전을 지속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인버터라는 기기가 컴퓨터처럼 사용자가 입력한 방식대로 운전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전력회사는 스마트그리드의 통신기술과 원격제어 기술을 활용하여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원격에서 인버터에게 전달하여 전기품질의 허용범위를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전압상승을 억제하는 만큼 분산전원을 더 연계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자동차의 브레이크 기술이 고도화되면 자동차는 더 빠르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기술의 구현을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첫째,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사회적으로 합의한 원격제어 인버터의 표준사양과 운영방식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이해당사자들이란 분산전원이 연계된 배전선로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일반 전기사용자, 분산전원 사업자, 인버터 제작회사, 전력회사, 인버터 시험 인증기관, 정부 정책입안자 등이다. 이해당사들이 협의체를 구성하고 기기의 사양과 운영방식을 어느 한 기관이 독자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이 사회적으로 합의하여 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여기에서 도출된 운영방식이 실행력도 높고 사회 전반적으로 잘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전력계통에 연계할 수 있는 분산전원의 연계 가능용량이 공공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특히 배전계통은 가정의 수 ㎾에서 신재생발전소의 수 ㎿까지 다양한 용량이 연계될 수 있기 때문에 배전계통에 연계할 수 있는 분산전원의 용량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공감하고 한 두 사업자가 이 연계용량을 독점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 즉, 분산전원의 원격제어 기술로 배전계통에 연계할 수 있는 분산전원의 총 용량은 늘이지만 개별사업자가 연계할 수 있는 단위용량은 공공재의 개념에서 제한할 필요가 있다. 만약 발전사업자가 규모의 경제를 주장하여 발전용량을 늘일 것을 요구한다면 이 경우에는 송전계통에 대규모 발전단지로 연계하는 것이 훨씬 유리함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개별사업자를 위한 단위용량은 얼마가 적당할까. 이것은 앞서 제안한 이해당사자들의 협의체에서 결정할 일이다. 한편 분산전원의 원격제어 기술은 이러한 공공재 성격의 계통연계 가능용량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지금은 분산전원의 원격제어 기술이 전압상승을 억제하는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기술수준이 점점 고도화되고 분산전원의 보급이 더욱 늘어나면 이 기술은 전력계통에 문제가 생겨도 어느 정도 시간동안은 정전을 보상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 현재 이러한 기술은 전력회사의 여러 가지 전력기기와 협조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구현하기에 다소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을 통해 난이도 높은 기술들이 실용화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100% 신재생에너지원을 발전원으로 하는 클린에너지 사회가 그리 먼 것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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