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 전기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전기설비기술기준 발전방향은?

KEC 올해 저압부분 초안 완성…2015년 최종안 마무리
실증단지서 국제표준·현행 판단기준 등 통합적으로 실증
내달 3일 건대서 기술세미나 열고 다양한 의견수렴 나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대한전기협회가 주관하는 ‘제8회 전기설비기술기준 기술세미나’가 내달 3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올해 추진된 전기설비기술기준의 제·개정 내용과 한국전기규정 제정을 위해 협회에서 조사·연구한 내용, 일부 현안사항에 대한 기술기준 도입 방안 등에 대한 주제 발표가 진행된다. 그리고 이에 관한 전력산업계의 다양한 의견 수렴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전기협회 기술기준처는 13일 ‘전기설비기술기준의 향후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행 기술기준·판단기준의 선진화 작업, 한국전기규정 제정 현황, 한국형 전기설비 통합 실증단지 구축 계획 등 현재 전기설비기술기준 분야에서 추진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 전기설비기술기준이란 = 현행 전기사업법 제67조에 따르면 산업부 장관은 전기설비의 안전관리를 위해 필요한 기술기준(전기설비기술기준, 이하 ‘기술기준’)을 정해 운영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리고 동법 시행령 제43조에서는 △사람이나 다른 물체에 위해 또는 손상을 주지 아니하도록 할 것 △내구력의 부족 또는 기기 오작동에 의하여 전기공급에 지장을 주지 말 것 △다른 전기설비 그 밖에 물건의 기능에 전기적·자기적 장애를 주지 말 것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 및 신기술·신공법의 개발·활용 등에 지장을 주지 말 것 등 기술기준을 제정하는데 있어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다.

즉, 기술기준은 전기설비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킴은 물론, 전기설비의 안전관리와 전기산업의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 지켜야할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기준을 말한다. 이는 전기설비의 안전성능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규정된 사항에 따라 엄격히 지켜야 할 강제기준이다.

현재 기술기준은 총칙, 전기공급 및 전기 사용설비, 발전용 화력설비, 발전용 수력설비, 발전설비 용접, 발전용 풍력설비, 행정사항 등 총 7개장에 177개조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기술기준이 안전 확보에 필요한 성능요건만을 규정함에 따라 그 요건에 적합한 기술적 세부사항을 하나의 예로서 ‘전기설비기술기준의 판단기준’을 공고하고 있는데, 판단기준은 615개 조문에 달한다.
일본의 기술기준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던 우리나라에서 기술기준에 대한 체계 개편 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1995년 WTO/TBT 협정(Agreement on Technical Barriers to Trade, 무역상 기술장벽에 관한 협정)이 발효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전기설비 뿐 아니라 각 분야의 기술기준 및 표준, 규격들은 국가별, 세계 권역별로 나름대로의 특성을 갖고 발달돼 왔다. 그런데 기준이나 규격이 다를 경우 해당 국가에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제품을 그 나라의 기준·규격에 맞춰 생산해 공급해야 한다. 즉 서로 다른 기준·규격이 국가 간 무역의 장벽으로 대두된 것이다.

WTO/TBT 협정의 목적은 기술적 교섭 및 표준이나 시험·증명절차가 무역의 불필요한 장애를 조성하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나라도 WTO/TBT 협정에 따른 국제표준과의 조화 등 제반의무 이행을 위한 기술기준의 개선이 필요하게 됐고, 국내·외의 급속한 기술발전에 따른 신기술 및 국제표준의 적기 도입을 위한 체제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돼 전기사업법상 기술기준의 체제 개편을 추진하게 된다.

이를 위해 체제 개편의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계 공익단체인 전기협회가 기술기준 전담관리기관으로 1997년 지정됐으며, 2000년부터 전기사업법상 기술기준의 체제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체제 개편의 주요 내용은 WTO/TBT 협정에 따른 국제기술기준과의 조화를 위해 법규로서의 기술기준은 간소화·국제화하고 보완조치로서 민간표준 및 국제표준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민간표준의 활용 및 자율책임강화로 시장경제체제 하에서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체제로 개편한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리고 전기협회는 2006년 그동안 4개의 고시로 운영하던 기술기준을 하나의 고시로 통합하는 작업을 완료했으며, 정부는 이를 통합·운영하고 있다.

▣ 한국전기규정이란 = 2007년 이후 기술기준의 성능규정화 및 WTO/TBT 협정 등에 따른 국제화 요구로 인해 기술기준에는 안전에 필수적인 성능요건만 규정하고, 기술기준의 판단기준에 기술적 세부사항을 위임해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국제표준, 국가표준, 민간표준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WTO/TBT 협정 등 우선조치로 국제표준(IEC)을 적용하고 있는데, 설계 및 시공 등에 필요한 상세사항의 미비로 사실상 현장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기존 판단기준의 경우 일본의 기술기준을 기초로 수정·보완한 것으로 기술적 근거가 미비하고 국제표준화 시스템과 불일치하는 문제점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일치 현상을 날이 갈수록 더욱 심화되는 실정이다.

즉, 기초는 국제표준과 관련이 없는 일본의 체계를 따르고 있는데 반해, 변화해야 할 부분은 국제표준(IEC)이라, 이 둘이 맞지 않아 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만의 것이 없기에 발생하는 당연한 결과이다.

결국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IEC의 안전원칙을 기초로 실제 적용가능한 규정을 개발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던 셈인데, 바로 그 숙제를 풀기 위한 작업이 지난 2010년부터 전기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기규정(Korea Electrical Code, KEC)’ 제정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전기협회는 2011년 3월 KEC 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9월 기본 계획 및 로드맵(안)을 수립했다. 이어 11~12월 모두 5차례에 거쳐 전국을 돌며 순회공청회를 개최하고 산·학·연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리고 2012년 전기협회는 KEC 제정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KEC는 제1편 공통분야(기본원칙, EMC, 피뢰설비, 전력보안 통신설비, 전기철도), 제2편 저압전기설비분야(적용범위 등, 일반특성평가, 안전보호, 전기설비 선정과 시공, 특수설비 및 장소요건, 검증), 제3편 고압전기설비분야(적용범위 등, 안전보호, 전기설비 선정과 시공, 검증), 제4편 지능형전력망분야(분산형전원계통, 전기자동차 전원공급설비, 지능형기기, 스마트건축물 등)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미 전기협회는 2012년에 공통분야에 대한 제정을 마무리했으며, 올해 저압전기설비분야에 대한 초안을 마련한 상태다. 그리고 내년에 고압전기설비분야를, 2015년 상반기에 지능형전력망 분야를 개발한 후 2015년 하반기에 최종안을 작성해 제정한다는 계획이다.

KEC는 국제표준에 기초한 상세규정/지침 등을 인용하고, 외국의 BS(영), DIN(독), NEC, NESC(이상 미) 등 해외규정 도입 및 현행 기술기준/판단기준/내선규정 등 국내 실정을 충분히 반영해 제정할 계획이다.

전기협회는 KEC 제정을 통해 국내와 해외에서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선진화함으로써 국제무역마찰 해소, 해외 전력시장 진출확대, 공공의 전기안전 등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전기협회 김한수 기술기준처장은 KEC의 성격에 대해 “국제표준의 축소판이 아니라 한국형 국제표준”이라고 말했다.

▣ 한국형 저압전기설비 통합 실증단지 구축 = 전기협회 김한수 처장은 “일본 체계에서 벗어나 국제표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KEC인데, 정작 국제표준(IEC)가 모두 검증된 것은 아니다”며 “이에 그 국제표준들을 우리 입장에서 한번 검증해보고자 하는 것이 실증단지 구축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시설의 경우 비국제표준인 일본 기준을 기초로 하고, 전선 등 전기제품은 국제표준을 적용하고 있는 등 적용기준의 이원화로 전력산업계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실증단지를 구축해야 할 이유로 꼽았다.

이에 한국형 저압전기설비 통합 실증단지(이하 ‘실증단지’)는 국제표준을 기초로 국내 환경에 적합한 기준을 정립하고 전력산업계에 통합 실증환경을 제공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R&D 기반을 제공하는 ‘국제표준 R&D 통합 플랫폼’이라는 것이 전기협회 측 설명이다.

실증단지는 국제표준을 기초로 저압전기설비의 설계·시공·검사 등 안전기준을 선진화·일원화할 수 있도록 실증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IEC 60364 38개 표준 중 국내 현장에 필요한 사항을 중심으로 실증단기 구축의 기본방향을 설명했으며, 현행 판단기준(일본 기초), 전기제품, 관련 설비와의 연계성, 호환성, 안전성에 관련해 통합 실증하게 된다.

아울러 현행 판단기준의 옥내·외 저압설비 규정과 IEC 60364와 연계 검토를 통해 상호 호환성 등 유지보수를 위한 실증설비를 구축하게 된다.

실증단지의 경우 저압전기설비의 설계·시공·감리·검사·유지관리 등 국내 환경에 적합한 법적 기준을 정립하는데, 또한, 태양광발전,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 등 직류설비 및 정보통신 등 융·복합 기술개발을 지원하는데 활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협회 측은 전선, 차단기, 케이블트레이 등 전력기자재 제조업의 경우 설계·제작 등에서 설치여건을 고려한 제품개발을 위해 실증단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실증단지를 개방형으로 운영함으로서 중소기업의 실질적 연구개발 및 현장적용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현재 실증단지 구축과 관련해서는 실증단지의 세부요소를 선정하고 있는 단계이다.

▲ 전기협회가 구축 예정인 한국형 저압전기설비 통합 실증단지 예상 모델.

▣ 현행 기술기준·판단기준 선진화 = 전기협회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활성화 및 설치의무화 등과 연계해 기술기준을 개정 중에 있다. 이와 관련해 전기협회는 기술기준에 ‘이차전지 등을 이용한 전기저장장치’ 내용을 신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안전한 전기공급, 국민의 전기안전 및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술기준을 제·개정할 예정이며, 이와 더불어 에너지안전과 효율 관련 기준 및 해상풍력발전 시설기준 도입도 개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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