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가격 현실화·시장원리 도입 등 에너지 정책 모색해야
정책연구 방향 재정립·중립성·열린 연구기능 강화 피력

“지난해 기준 에너지산업 매출이 약 274조원에 달합니다. 작년 국내 GDP가 1000조원 이상이니 약 1/4을 차지하는 셈입니다. 이중 정유가 170조원으로 가장 규모가 크고 전기, 가스 업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에너지산업이 향후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지금도 고민 중이며 이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지난달말 에너지경제연구원 10대 원장으로 취임한 손양훈 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먼저 국내 에너지 산업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지적했다.
손양훈 에경연 원장은 연세대학교 경제학 학·석사, 미국 University of Florida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에너지·환경경제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전문위원에 참여하면서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많은 조언을 한 인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에경연의 운영 및 경영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손양훈 원장을 만나 국내 전력·에너지 문제 그리고 에경연의 향후운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국내 에너지문제는 워낙 심각한 상황입니다. (전기·가스 등)대부분을 공기업이 독점하다보니 해외시장 변화에 스스로 적응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 GDP의 약 1/4 규모로 커진 에너지 산업을 단순히 과거의 패러다임을 갖고 접근하게 되면 에너지 안보와 효율적인 경제활동에 큰 제약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손양훈 원장의 생각이다.

“단순 전기요금을 볼때 현재까지 정치권의 영향이 컸습니다. 국민들 또한 국가독점 사업이라는 데 생각이 고정돼 있습니다. 전기요금을 묶는 것은 쉽지만 재자리를 찾는 것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8000만㎾이상의 상당한 전력설비를 운용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전기를 단순하게 수요를 보지 않고 공급에만 우선하는 정책을 펴다보니 이러한 문제점이 누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기·가스 등) 그간 구조개편 문제는 (이해당사자간에)너무 이념적으로 접근했던 경향이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장기적으로 급변하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화가 국내에서 정착하는 게 중요합니다.”

손 원장은 97%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입장에서 누구보다 에너지 안보와 효율적인 정책이 필요한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임을 지적했다. 즉 거의 전량의 에너지원을 수입하는 나라인 만큼 외부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장을 움직여 가격이 작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합니다만은 당장 위급한 불(현재의 전력위기)부터 꺼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 Emergency System을 우선 가동하고 공급을 차질없이 하는 게 두 번째이며 위기상황을 극복한 후에는 전기요금 시스템 개편이 빠른시일 내에 필요할 것입니다.”

현재의 전력스급에 대해 손 원장은 에너지 데이터가 취약한 점을 꼬집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기계로, 어느 시간대에, 얼마나 사용하는지 정밀화된 타깃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

“새로운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당면하고 절박한 문제로서의 에너지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하고 시장원리를 도입해 최선의 에너지 정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절약으로 인한 고통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환경친화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새정부 출범이후 인수위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손 원장은 에너지 분야의 시장원리 도입과 함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현실에 적극적으로 응용하는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과거 녹색성장정책으로 인한 ESS, 전기차, 신재새에너지 등 새로운 기술들이 시장에 진입했지만 더 이상 산업화가 더딘 이유도 이러한 시장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책연구기관으로 국내 전력·에너지 관련 다양한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며 (재임기간 동안)에경연 운영에 있어서도 연구방향을 재정립하고 경영혁신에 중점을 둘 방침입니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여건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석유와 석탄 그리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에너지도 이를 생산하고 거래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하는 에너지산업분야의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기 위해 연구의 기능과 역할을 재편,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창출하도록 하겠다는 것.

“정책에 기여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정책연구의 중립성을 높이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정책연구기관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정보를 관리하고 체계화하여 정부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입니다. 그동안 이와 같은 기능이 미흡해 정책주무 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공조가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 원장은 에너지 주무부서인 산업부와의 공조 강와 함께 관련 연구기관과의 네트워크를 십분 발휘해 정책 기여도를 강화하도록 하겠다는 뜻도 내비췄다. ‘열린 연구기능’의 강화를 언급한 셈이다. 이를 위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토록 이끌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에경연 조직원들이 비전과 자부심을 갖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에경연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선도적인 연구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해 보다 자신있게 시대의 소명을 이뤄나가는 연구자로 자리매김하도록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에경연 조직의 위상을 높이고 개방적이고 경쟁력있는 조직문화를 만듬과 동시에 에너지 싱크탱크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새로운 연구인력을 양성해 나갈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에경연은 저도 과거에 연구자로 만 7년10개월을 근무한 곳입니다. 연구자로서 활동하고 시간에 따라 성장해온 경험은 연구기관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율적이며 신축적인 그러나 열려있는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손양훈 원장은 과거 에경연 전력정책연구팀장을 지냈으니 15년만에 컴백이다. 손 원장은 경제학을 공부하고 전력 및 에너지 문제를 주로 연구해 왔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새 정부는 에너지 분야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에너지의 가격이나 산업구조, 원전안전과 사용후 핵연료 문제와 같은 난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에너지문제는 미리 설계해서 국가 미래 아젠다가 돼야 합니다. 단순히 특정한 기득권을 가진 일부의 견해가 아닌 다수의 합의와 조정에 의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손양훈 원장은 에너지문제는 환경·국제관계·외교·국방의 문제로 새로운 기술이 융합적으로 꽃피는 토양으로 이해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제가) 해야할 일이 있다면 어떤 분야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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