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자동차전지…변화의 바람’ 보고서 발간
전기차 시장 세분화에 전기기업들 방향성 설정 ‘골머리’

각국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또는 순수 전기차 올인 전략이 아닌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응하는 멀티 옵션 전략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전지 업체의 속 사정이 더 복잡해졌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자동차전지 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지 업체 간 이해관계, 정책 변화, 전지 기술 발전 등 전기차 시장의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전지 기업은 자동차전지 시장 방향성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 측은 이 보고서를 통해 전기차 시장의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리튬이온전지(LiB) 기업들의 대응 유형을 분석하고 있다.

◇ HEV = HEV(Hybrid Electric Vehecle) 시장은 일본계 완성차 업체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AB(Advanced Automotive Batteries)에 따르면 올해 HEV의 일본 자동차 시장 내 비중은 2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HEV 도입 후 2012년 처음으로 연간 100만 대를 돌파했는데 이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며 어느 정도 성장기에 도입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연구원 측의 분석이다.
먼저, 도요타는 중국 HEV 시장 대응 확대 차원에서 올해 5월 HEV 전용 니켈수소전지(NiMH) 생산을 위해 중국 현지기업과 합작회사 ‘Corun PEVE Automotive Battery’를 설립했는데, 도요타는 합작회사를 통해 양산된 니켈수소전지를 2015년 출시 예정인 중국 전용 HEV에 탑재할 예정이다. 이는 최근 중국의 대기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 정책이 EV/PHEV 위주에서 HEV를 포함한 고효율 차량 전체로 확대될 것에 주목한 것이다.
혼다도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해 올해 안으로 HEV 모델 제이드를 양산 추진 중이며 수입 판매 중인 HEV 모델인 인사이트, CR-Z, 피트의 중국 현지생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PHEV = PHEV(Plug in HEV)는 미국, 유럽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다. 온실가스 규제 대응과 더불어 일본 업체의 HEV 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및 유럽 업체들의 PHEV 라인업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
실제로 2012년 미국 내 PHEV 판매량은 약 3만8000대로 EV 판매량 약 1만2000대를 3배 이상 앞질렀다. 이는 EV와 HEV 사이의 틈새시장으로 여겨졌던 PHEV의 위상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고 연구원 측은 분석했다.
PHEV 보급에 가장 적극적인 폭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콘 회장은 PHEV가 미래의 전기차 파워트레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 연비 100km/리터에 달하는 PHEV 신규 모델 XL1도 공개하는 등 PHEV 라인업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PHEV는 지금까지 높은 가격이 보급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었다. 하지만 최대 양산차급인 준중형, 중형 세그먼트는 물론이고 소형 세그먼트와 대형 플래그십 모델 등으로 적용 차급이 확대되면서 규모의 경제 달성과 가격 안정화 및 판매 증가로 이어지는 PHEV의 선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EV = 지금까지 EV의 대표 주자로 손꼽혔던 미쓰비시의 아이미브, 닛산의 리프 등이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며 EV 시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초 테슬라의 실적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EV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줬다.
BMW도 ‘BMW i’라는 별도의 전기차 브랜드를 런칭하며 ‘프리미엄 전기차’라는 새로운 비전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BMW는 유럽 내 온실가스 규제에 맞춰서 1995년부터 2012년까지 평균 CO₂ 배출량을 30% 이상 줄여 2012년에는 평균 배출량을 138g/km로 줄여왔다.
하지만 2020년 규제 수준 95g/km를 맞추기 위해서는 진화적인 개선보다는 혁신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컨셉의 프리미엄 전기차 출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올해 11월 판매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완성차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메이커의 미래 프리미엄 자동차의 재정의라는 측면에서 BMW의 i 시리즈의 출시가 향후 EV 시장에 의미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 Micro HEV = Micro HEV 시장은 독일계 완성차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아우디, 벤츠, 포르쉐, 다임러 등 독일계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내연기관 기술 진화 방향의 연장선 상에서 온실가스 규제 대응 및 전장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된 차량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 움직임이다.
Micro HEV는 저가의 추가 비용으로도 온실 가스 규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수 기준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차세대 자동차 전원을 기존의 12V 시스템이 아닌 48V 시스템을 도입하여 최소한의 비용 구조로 연비 개선 및 사용자들의 안전, 편의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려는 계획이다.
신차 평균 개발 기간 약 5년을 고려해 보면 2018년 이후에는 독일계 기업 중심의 Micro HEV를 포함한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서에서는 적고 있다. 일본차 중심의 HEV 시장에서 독일계 완성차 업체들의 Micro HEV가 제공하는 새로운 고객 가치는 향후 시장의 평가를 통해 검증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전지 기업 시장 세분화에 대한 대응에 고심 = 기존의 자동차용 전지 시장은 EV용 고용량 리튬이온전지, HEV용 고출력 니켈수소전지, SLI용 납축전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온실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전기차 시장이 세분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전지 기업에 대한 요구 사항도 복잡해지고 있다. 실제로 완성차 업체별로 타깃하는 시장과 전지 스펙이 다르기 때문에 고객 변화에 대응하는 전지 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완성차 업체의 니즈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기존 차량의 공간 활용과 중량 개선의 목적으로 새로운 전지를 찾는 완성차 업체들이 늘고 있다. 도요타는 프리우스 HEV에 10년 이상 검증된 니켈수소전지 대신 리튬이온전지 채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이온전지 채용 시 기존 니켈수소전지보다 35% 무게 절감이 가능하고, 충방전 사이클 수명이 개선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다임러와 포르쉐 등은 기존 납축전지 대비 60% 무게 절감이 가능하고, 충전 성능이 개선되는 SLI용 리튬이온전지를 채용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중형 차량의 경우 무게 10% 절감 시 연비 3% 개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전지의 차량 채용은 안정성과 비용 문제가 해결된 후에야 가능해 질 전망이다.
신규 시장으로 주목받는 Micro HEV의 경우 아직 시장 표준이 정립되지 않은 이른바 춘추 전국 시대로 완성차, 부품 업체의 다양한 요구 사항이 존재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업체인 덴소는 기존의 납축전지 시스템을 바탕으로 연비 개선을 진행 중으로 엔진 정지 시간을 늘리기 위해 리튬이온전지를 보조로 활용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마쯔다는 감속 시 회생 제동 에너지를 최대한 많이 저장하기 위해 캐패시터를 활용한 회생에너지저장 시스템 ‘i-ELOOP’를 개발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업체인 컨티넨탈은 엔진을 더 빠르게 정지시켜 무동력 주행이나 탄력주행 모드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리튬이온전지를 채용한 48V 전원시스템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과 더불어 완성차 업체들의 니즈가 다양화되고 복잡화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필요 수준 이상의 오버 스펙이 아닌 저가의 다양한 스펙이 전지 기업에게 요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전지 기업은 ‘업체 간 제휴 활성화’, ‘표준화 대응 강화’,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확보’ 등 다양한 대응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연구원 측은 전지 기업이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잘 읽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연구원 측은 “앞으로 전지 기업은 고객과의 파트너십 구축은 물론이거니와 차별화된 셀/모듈 기술 확보 및 원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표준화 제품 개발 등 시장 변화에 더욱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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