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재생에너지 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발전원들을 결합하면 에너지 효율과 경제성, 혹은 상호보완을 통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 재생에너지+2차전지 하이브리드, 상이한 재생에너지간 하이브리드, 화력발전+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 등의 솔루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GE가 ‘하이브리드윈드터빈’을 출시했다. 풍력터빈과 2차전지를 연결, 터빈의 효율성과 활용도를 높인 시스템이다. 지난해 이후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도 태양광패널과 2차전지를 결합한 형태의 시스템이 주목을 받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도전장을 내민 기업도 있다. 기존 화력 발전과 태양열을 결합한 경우도 있다. 재생에너지가 결합한 다양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하이브리드, 재생에너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스마트그리드라는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스마트그리드의 경우 전력과 함께 ICT가 융합, 박근혜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재생에너지와 2차전지의 결합 = 우선 발전원과 에너지 저장 장치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유형이다. 시간에 따라 불균일하게 만들어진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에 공급, 안정적으로 전력을 수급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태양광 인버터 시장을 주도하는 독일 SMA社는 태양광 발전과 2차전지를 쉽게 결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상품화했다. 2010년에 이미 EnergyOnes은 태양광발전, 커패시터, 2차전지 등을 박막 형태로 일체화한 시스템을 개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형태의 하이브리드는 에너지관리시스템까지 결합하면서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세키스이화학공업은 작년 4월에 용량 5.53㎾h의 전지와 4.8㎾의 태양광발전, 가정용에너지관리시스템(HEMS)을 결합한 ‘스마트하임’이라는 제품을 발매했다. 12월에는 누적 2000세트 수주를 돌파했다. 보조금 이용 시 230만 엔이 드는데 주간에 충전하고 아침 저녁에 사용해 전기요금을 낮추고 잉여 전력 매수 제도를 활용, 판매를 할 경우 7년 내 원금이 회수가 가능하다.

GE의 ‘하이브리드윈드터빈’은 터빈의 정격 출력을 1분 동안 지속할 수 있는 전기를 저장, 불균일한 출력의 풍력이 기존 전력망에 안정적으로 손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GE에 따르면 15분 출력을 보증하기 위해 15분에 해당하는 전력량을 저장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2.5㎿ 터빈이면 15분 정격 생산 용량에 해당하는 625㎾h의 배터리가 아닌 이보다 훨씬 작은 규모만이 필요하다는 것이 GE 측의 설명이다. ‘하이브리드윈드터빈’과 같은 시스템은 기존 전력망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면서도 풍력 발전의 확산을 가속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력망 전체의 안정성과 신뢰성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30~40%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서로 다른 재생에너지의 결합 =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재생에너지를 결합, 전체적인 에너지 효율과 경제성, 혹은 상호보완을 통한 신뢰성을 높이는 하이브리드 방식도 있다. 전력 생산의 신뢰성이 높으면 기존 전력망과의 연계성을 높여 재생에너지의 보급 및 확산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과 태양열을 결합한 형태는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열병합발전과 비슷한 유형이다. 일반적으로 태양열을 이용한 온수 시스템은 50~60%의 효율이다. 여기에 15% 가량 효율의 태양광 발전을 추가하면 전체적으로 75%의 병합 효율이 가능하다.

2009년 이스라엘의 ZenithSolar는 태양에너지의 70~80%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뵈었다. Z20이라는 단위 모듈은 4.5㎾의 전력과 11㎾의 열원 생산을 통해 총 71%의 에너지 효율을 내세우고 있다. 이 시스템의 가격은 현재 2만9500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으며, 가정 단위, 지역 단위의 전기와 열 공급에 유용하다는 평가다.

미국의 Cogenra라는 기업이 건물의 지붕에 설치, 전기와 열을 공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해에 Cogenra는 이 시스템을 빌딩 에너지 자동화 솔루션 기업인 JCI와 협력해 빌딩의 공조 설비인 냉각기(Chiller)의 전원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태양열을 이용해 냉각기의 온도 차를 만드는 데 사용했다.

서로 다른 발전 특성을 내는 재생에너지끼리의 결합을 통해 수급 변동성이 적은 안정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풍력과 태양광, 지열과 태양광의 하이브리드가 그 예이다. 지열은 시간에 따른 출력이 비교적 일정하고 태양광은 피크 부하 시기와 거의 일치하여 상호보완적 결합이 가능하다. 미국 네바다주의 Still Water 프로젝트는 2009년 구축된 33㎿의 지열 발전과 지난해 26㎿의 태양광 발전을 결합했다. 총 59㎿의 전력설비량은 인근의 4만50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전력회사인 NV Energy가 전량을 구매하고 있다. 기저 전력은 지열이, 피크 부하 전력은 태양광이 담당하면서 전체적으로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탈바꿈한 것.

Solarpraxis사는 태양광발전과 풍력을 한 장소에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합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풍력 날개의 그림자에 의한 태양광 발전 손실은 2% 이하로 실질적인 손실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미국 네바다주 Boulder시에서는 기존의 대규모 태양광 플랜트에 풍력터빈을 추가, 올해 151.8㎿급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03㎿ 풍력 발전시설이 있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는 2017년까지 250㎿의 태양광을 설치하려 했으나 목표를 1600㎿로 상향 조정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올 6월에는 일반 건물 옥상에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컴팩트한 모습의 태양광-풍력 하이브리드 플랜트가 발표되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McCamley사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가벼운데다 소음도 거의 없어 도심 내 재생에너지 보급에 있어 새로운 하이브리드 기술로 평가를 받고 있다.

◆ 기존 화력발전과 재생에너지의 결합 = 화력과의 하이브리드에서 가장 각광을 받는 것이 집광형 태양열 플랜트(Concentrated Solar Plant, CSP)이다. IEA의 Solar PACES 그룹 자료에 따르면 2050년경 전력의 25%를 CSP가 공급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CSP는 태양열을 모아 증기를 생산해 터빈으로 공급한다. 이를 통해 화력발전의 초기 구동 시간을 줄이고 부하에 효율적으로 반응할 수 있고 연료 소비와 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라스베가스 인근의 El Dorado Energy 플랜트는 480㎿의 가스 열병합발전소로 2009년에는 바로 옆에 1㎿급 태양광 발전 모듈 10개를 결합시켜 운영 비용 감소뿐 아니라 전력 생산의 신뢰성도 높일 수 있었다. 400㎿의 풍력과 100㎿의 가스발전의 경우도 운전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고 연료 소비는 물론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전력 및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인 Brattle Group의 자료에 따르면, 이 경우 75%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2010년 8월 호주에서는 세계 최초의 태양열-디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가동됐다. 연 1048㎿h 규모로 호주 서부의 인근 Marble Bar와 Nullagine라는 두 도시 전력 수요의 30%를 충당할 수 있다. 태양열-화력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대표적인 예로는 2010년 6월부터 시범운전에 들어간 스페인의 Abengoa Solar가 설계한 4㎿ CSP를 기존 44㎿의 석탄 화력발전과 결합한 Xcel Energy의 플랜트(미국 콜로라도주 소재), 2010년 12월 가동을 시작한 이집트 최초의 150㎿급의 태양열-가스 하이브리드 플랜트(카이로 남쪽, Kuraymat 소재) 등을 들 수 있다.

미국 에너지청(DOE)은 올해부터 2000만 달러를 들여 CSP와 화력발전 플랜트를 결합하는 사업(SunShot 프로그램)을 벌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청은 미국 안에만도 11~21GW 규모의 CSP 구축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300만~6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CSP가 천연가스나 석탄 화력발전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가 되면 머지않아 보조금이 없이도 ㎾h당 10센트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현재 미국에만도 약 500㎿의 전력이 CSP로부터 만들어지고 있다. 2013~2014년초 운전을 목표로 세계최대규모의 플랜트를 포함한 5개의 신규 플랜트(총 1.3GW 규모)가 건설 중에 있다.

이러한 CSP-화력 하이브리드는 미국에서도 태양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애리조나주 소재 156㎿의 CSP가 결합한 Tucson Electrics Power, 네바다주에 있는 1100㎿의 가스발전에 95㎿의 CSP가 결합한 NV Energy의 플랜트,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TriState G&T의 245㎿ 석탄화력에 36㎿의 CSP 하이브리드 등이 대표적 사례다.

◆ 하이브리드, 스마트그리드로 가는 디딤돌 = 미국 전력연구소(EPRI)는 향후 10~20년 새 주목할 만한 흐름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가 천연가스의 역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2035년까지 미국 내 발전 설비 증설분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번째로는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의 증가다. 마지막으로는 전력 생산에 따른 이산화탄소 등 각종 오염물질 배출을 절감하는 기술을 들었다.

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는 하나의 트렌드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자체의 확산은 물론 기존 석탄이나 가스 화력발전의 모습을 달라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에너지 안보나 안정성 측면에서 궁극적인 형태로 평가되는 분산형 전력 체계의 정착에도 한몫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는 최적의 하이브리드 솔루션도 늘어날 전망이다.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의 위세가 꺾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는 재생에너지 산업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기술 자체뿐 아니라 저장 기기, 통합 에너지 관리 솔루션 및 관련 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산업적 파급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역 기반의 분산형 발전 플랜트까지 고려한다면 고용 창출은 물론 지역 사회의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세계는 전력의 생산과 소비가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에 주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는 다양한 에너지 자원과 IT 기술의 융합을 통해 스마트그리드로 가는 과도기적인 현 시점에서 공급 측면의 현실적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재생에너지 하이브리드가 본격적인 확산을 위한 채비가 이뤄지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지난 5월부터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융복합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개별 시스템의 개발과 사업화도 중요하지만 하이브리드 형태를 통한 전체 시스템의 차별화, 가치 제고 등에 관련 기업과 정부 차원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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