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硏, 보호주의 정책으로 구조조정 지연
수급 균형 넘어 고수익 사업 변화 필연적 분석

각국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해 태양광산업이 수급 균형점에 도달하더라도 저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호주의 굴레에 갇힌 태양광 산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태양광 산업은 극심한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의 관망세와 각국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해 예상 외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딘 구조 조정과 태양광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수급 균형점에 다다른다 하더라도 저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양성진 책임연구원은 “태양광 산업은 수급 균형을 위한 구조 조정이 아닌 고수익 사업으로의 변신을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구조 조정이 미뤄질수록 그 압력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 주요 내용.

◆ 국가적 차원서 보호주의의 강화 = 지금까지 태양광 산업은 각국 정부 주도로 육성되다시피 했다. 독일과 일본은 시장을 지원해 기업을 키웠고 중국은 기업을 먼저 육성했다. 독일은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1300억 달러의 보조금을 쏟아부었고, 중국 정부는 2010년 약 34조원을 태양광 기업에게 지원했다. 각국 정부가 태양광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까닭은 에너지 안보 및 환경 보호 등 국가적 당위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태양광 산업은 다른 에너지 산업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도 높다. 풍력은 1㎿당 21명, 태양광은 35.5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친환경적인 에너지와 고용 창출, 수출 기업으로의 육성 등 여러 이점을 가지고 있는 태양광 산업을 각국 정부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우고자 했던 것.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업은 중국 기업의 난립으로 미국, 유럽 등의 태양광 산업 육성에 대한 계획이 어그러졌다.

내수 시장 활성화와 더불어 자국 기업의 제품 사용시 혜택을 주는 등 태양광 산업 내에서의 보호주의는 점점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환경 보호라는 전지구적인 당위성 이외에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고, 고용 창출 효과까지 뛰어난 태양광 산업을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 이러한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의 날 선 공방 역시 구조 조정을 지연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보호주의의 강화는 글로벌한 합종연횡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수출 산업을 꿈꾸었던 태양광 산업이 로컬 비즈니스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기업들의 시장에 대한 막연한 환상 = 태양광 산업의 현재 상황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라고들 한다.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도 그럴 것이 태양광 산업이 아직까지는 성숙기에 접어들지 않아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대규모 투자를 해놓은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라인을 정리하거나 파산 신청 결정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저리 융자 및 세액 감면 등 정부 지원에 힘입어 대규모 증설을 한 중국 기업 대부분은 라인 가동을 잠시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재정적 부담이 적다. 그리고 정부 주도로 중국 내수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어 급하게 구조 조정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세계 생산 능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구조 조정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어 전체적으로 구조 조정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

매몰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도 문제다. 원가 경쟁력이 태양광 산업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 요소로 부각되면서 수직계열화는 업계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됐다. 특히 중국, 한국 기업 등 새롭게 태양광 산업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은 원료 수급의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 확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수직계열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Trina Solar, Yingli, Renesolar 등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구조 조정 측면에서 수직계열화된 기업은 사업을 철수하기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Yingli의 경우, 웨이퍼부터 모듈까지 동일한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어 어느 하나만을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수직계열화는 사업의 수익성 확보에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사업의 슬림화를 해야 하는 순간에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산업처럼 장치 산업의 특성이 강한 TFT LCD나 반도체 산업은 사업 초기부터 수평분업화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2000년 IT 버블이 꺼지면서 구조 조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결국 대규모 생산능력을 가진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수직계열화 붕괴에 따른 부담 등에 의해 ‘Wait and See’ 전략을 구사, 사업에 대한 조정을 최대한 늦추고 있어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구조 조정 압력 가중은 필연적 = 태양광 산업의 구조조정은 과거 공급 과잉을 겪으면서 구조조정을 경험했던 TFT LCD와 반도체 산업과는 사뭇 다르다. 대규모 선행 투자 및 세대 확장, 웨이퍼 크기 확대 등 생산기술 혁신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것이 TFT LCD와 반도체 산업의 구조 조정 방향성이었다. 때문에 강력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의 선제적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기업이 생존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 기업이 그 중심에 있었다. 또한 기술적 차별화를 통해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태양광 산업의 경우 관련 기업들이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도 힘이 들 것이고, 이미 범용제품(Commodity)화가 진행되고 있어 기술 차별화를 한다고 해서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 시장의 주요 어플리케이션이 지붕형에서 발전소 단위로 옮겨가면서 건설 및 발전 사업자의 내부 수익률 확보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태양광 산업은 전형적인 B2B 사업이 될 것이며, 발전 사업자 등의 가격 인하 압박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공급 과잉이 해소되는 시점이 오더라도 태양광 산업이 단기간 내에 수익을 회복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적 비호와 기업들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환상 때문에 구조 조정은 지연되고 있고, 구조 조정이 완벽하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수급 균형점에 다다른다고 할지라도 저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태양광 산업은 수급 균형을 위한 구조 조정이 아닌, 고수익 사업으로의 변신을 위한 구조 조정이 필요할 것이며, 구조 조정이 미뤄질수록 그 압력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