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 전력연구원 송배전연구소 공학박사 심응보
디지털 변전기술의 규격과 표준의 모태가 되는 기술 보유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제품개발은 물론 표준화에 앞서가고 있으며, 유럽을 중심으로 ABB, AREVA, SIEMENS 등 주요 제작사가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정부의 지원과 대규모 자국 수요를 기반으로 제품개발과 디지털변전소의 설치, 보급 및 운용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조금 더 앞서가고 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의 증가,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전력망의 대규모화, 첨단화 되고 디지털화 하는 산업의 고도화와 유관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망의 신뢰도를 높이고 유연성 있게 운용하고자하는 목적으로 디지털 변전시스템이 필요하게 됐다. 여기서는 디지털 변전소의 구성 요소들을 소개하고 기존의 변전소와 다른 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리고 향후에 어떤 유용한 기능이 기대가 되는지와 추진 방향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과거 제어케이블과 아날로그형 제어장치를 이용해 제어하던 변전소자동화를 이제는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구현 할 수 있게 됐으며, 디지털 변전시스템은 기존 시스템에서 제어기기들을 연결하기 위해 필요했던 수많은 제어케이블들을 네트워크용 지능형 제어기기인 IED (Intelligent Electronic Device)와 통신 네트워크 및 상위 HMI 시스템으로 대체함으로써 제어케이블과 보조계전기의 사용이 급격하게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오동작이나 부동작에 의한 고장요인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신속한 사고 분석, 예방제어, 복구제어, 사고파급의 극소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 됨으로써 공급신뢰도 향상은 물론 원가 절감 등 진정한 자산관리의 최적화를 이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Station Bus형 디지털 변전소는 현재 가장 많이 구축되고 있는 디지털변전소 형태로서, CT/VT에서 IED 사이의 신호는 동축케이블을 통해 주고받는 구조로 돼 있으며 Bay Controller에서 차단기의 on-off-trip 지령도 아날로그로 된 구조이다. IED와 HMI 사이의 신호는 TCP/IP 기반의 이더넷으로 구성돼 있다. 이 시스템은 대부분의 제어 케이블이 광케이블로 대체됐으나 일부 장치는 아날로그로 남아있는 형태이다.

Process Bus형 디지털 변전소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 개발하고 있으며, IEC 규격에서 정의한대로 만들어진 완전한 제품은 아직 구현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광 CT/VT와 같이 기존의 아날로그 변성기와 다른 NCIT(Non Conventional Instrument Transformer)를 기반으로 해 IED에 직접 디지털 신호가 입력되는 구조로 돼 있다. 이 시스템이 구현되면 154kV급 이상의 모선보호반 등에 사용되는 많은 CT가 디지털화 돼 보다 신뢰성이 높은 변전시스템 구성이 가능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디지털 변전소는 몇 개소만으로는 전력계통 운용에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원할 수 없다. 하지만 향후 대부분의 변전소가 디지털 변전소로 운용될 때에는 새로운 개념의 보호와 제어기능을 갖춘 변전소가 될 것이다. 현재까지는 기기로부터의 정확한 정보의 부족으로 구현하지 못했으나 향후에는 보다 신뢰성 있는 정보를 활용해 변전소 Bank 단위의 종합 보호제어와 자동 복구 조작의 구현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 변전소 복구조작시에 운전원의 기량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운전원의 복구조작을 도와주거나 또는 복구조작을 직접 수행 할 수 있는 기능도 가능해 질 것이다.

이와 같이 우수한 부가 기능을 갖춘 변전시스템을 개발하려면 IED와 HMI 등의 개발에 필요한 S/W의 개발과 특화된 아이템의 발굴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는, 고장 파형 분석 시스템과 운전원의 복구조작을 도와주는 변전소 고장복구 가이드 시스템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변전소가 디지털화 되면 과거의 배전반 등의 결선작업 또한 통신 네트워크상에서 맵핑하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엔지니어링 작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국내 고유의 제품으로 초급 엔지니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해 국내에서 개발하는 IED에 적용할 예정이다.

한편 개발된 제품이 국제규격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는지를 시험하는 기술은 현재 상당한 진보를 이뤘다. IED의 통신적합성을 시험하는 기술은 세계적인 시험기관인 네델란드의 KEMA와 MOU를 맺어 국내에서 사전시험을 수행해 국내 제작사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특히 우리가 개발한 클라이언트 적합성 시험 시스템은 KEMA측에서 우리로부터 기술이전을 원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005년에 이미 제품을 출시한 외국의 제작사에 비해 2005년에 정부 주도로 처음으로 연구개발을 시작한 국내의 제작기술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재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의 일환으로 구축한 성산변전소, 풍동변전소의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고 국내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이 우선이요, 그 다음은 아시아권의 틈새시장을 노크해야 할 것이다.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차별화된 기능을 탑재한 신뢰성 있는 디지털 변전시스템을 개발해 세계시장에 진출 한다면 우리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디지털 변전시스템의 개발 방향

한전 전력연구원 송배전연구소 공학박사 심응보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