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공학박사 김주용
최근 전력산업계는 스마트그리드를 중심으로 타 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타산업과 전력산업의 융합의 중심에 전기자동차, 분산전원, 저장장치 및 스마트미터 등이 연계되는 배전계통이 존재한다. 따라서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미래 배전계통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개발이 필수적이다.

기존의 배전계통이 수지상으로 구성돼 단방향으로 전력을 전송하는데 반해 미래의 배전망은 다양한 분산전원과 전기자동차 등의 연계로 인해 양방향 조류가 확대됨에 따라 송전계통에서나 적용되는 기술들이 배전망 운전에도 도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배전망에 연계된 고객 내부에 디지털 부하가 증가하면서 전력품질에 대한 요구가 과거에 비해 매우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한편 배전망에 연계되는 분산전원의 대부분은 직류전원을 생산하고 전력을 소비하는 부하도 직류인데 반해 기존의 전력망이 교류 전원을 공급함에 따라 불필요한 전력변환과정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증가하는 신재생에너지원과 직류 부하를 직접 연계해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연구가 사용자 내부에서부터 추진되고 있으며, 이러한 사용자 내부의 직류전원 사용 수요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전력사 관점에서 이에 대한 기술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즉 국가적인 차원의 에너지 효율향상을 위해 직류 배전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력회사 측면에서도 직류 배전을 적용할 경우 다양한 분산전원의 배전계통 연계를 용이하게 할 수 있으며 전력 조류제어와 품질관리를 효과적으로 수행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직류배전에 대한 연구는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고객 내부의 표준전압 선정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IDC(Internet Data Center)의 직류전원 사용을 위한 표준전압 선정을 두고 각국이 자국에게 유리하도록 표준전압을 선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KT에서 직류전원 기반의 IDC를 건설하고 이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서울대학교에서는 일반 고객 내부에 직류전원을 사용하기 위해 기존 방식과의 효율 비교와 최적 옥내 배전기술을 개발 중에 있으며, K-MEG(Korean Micro Energy Grid)사업에서도 빌딩 내 배전망을 직류로 구성할 계획이다.

전력공급자 측면에서의 직류 배전의 경우 현재까지는 대규모 분산전원의 배전망 연계를 위한 HVDC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이는 앞서 설명한 전력망 최하부에서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이와는 다르게 핀란드에서는 기존의 고압 장거리 배전선로에 연결된 고객에 대해 저압 직류 배전을 통한 투자비 절감과 전력품질 향상을 도모하고자 하는 시도를 진행 중에 있다.

이와 같이 직류전원 공급은 미래 배전망의 효율적인 운전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이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해 전력회사 관점에서 관련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국제적인 추세를 반영해 직류배전 타당성 검토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증가하는 디지털 부하와 분산전원의 배전망 연계를 위한 직류 배전계통 구성방법과 기존 교류계통과의 혼합계통 운영에 따른 기술적 문제점을 분석하고 전력사 관점에서의 기술개발 전략을 수립 중에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 급속충전기의 확대 보급으로 인한 전력망의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직류공급 방법과 직류/교류 하이브리드 배전계통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직류 배전에서 전기자동차, 분산전원 등이 연계통 양방향 배전계통에서 디지털기기에 효율적으로 고품질 전력공급을 가능하게 한다면 지능형배전기기는 기존 교류 전력망에서 배전계통의 이상을 사전에 감지해 고장을 예방하거나 불시 고장 발생시 단시간내에 고장구간을 분리하고 건전 구간의 전력공급을 복구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사용자에 고품질 전력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 배전선로 운영에 필수적인 차단기, 개폐기, 변압기 등 주요 배전기기 내부에는 선로의 전압, 전류 뿐만 아니라 각 기기별 내부 이상 징후를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열화진단 센서들이 내장돼 고장을 사전에 검출하고 조치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지능형 배전기기는 배전계통이 스마트그리드의 핵심기능인 고장예지를 통한 self healing의 구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기기 내부에 설치되는 센서의 정밀도와 고장징후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비록 각종 열화진단센서가 내장돼 있다 하더라도 이들이 얼마나 정밀하게 고장 징후를 측정할 수 있으냐 하는 것과 이들이 측정한 데이터와 고장 징후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는 앞으로도 많은 연구를 필요로 하는 분야이다.

최근 미국 SEL사 등에서는 지능형 배전기기만을 이용해 선로의 문제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상업운전 중에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기존의 배전자동화와 같이 대규모 중앙장치를 가지지 않고도 지능형 배전기기에서 취득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 기기간 통신을 통해 선로의 상태를 파악하고 자동으로 최적의 선로구성을 유지하도록 하기 때문에 여러 국가에서 이를 적용한 선로 자동복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단지 배전기기 내부에 센서를 설치하고 기기의 운전상태를 감시할 수 있는 것만으로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개발한 지능형 기기를 활용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선로 운전 알고리즘과 고장예지 프로세스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절실하다 하겠다.

이상과 같이 직류배전과 지능형 배전기기는 고품질전력공급과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이제 개발 시작 단계에 있으며, 이를 응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다.

전력연구원 선임연구원/공학박사 김 주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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