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력연구원 수석연구원 / 공학박사 송일근
현 정부가 선진 일류국가 달성을 위해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비전을 제시한지도 벌써 3년이 지나갔다. 그 동안 스마트그리드는 녹색성장의 핵심으로 자리매김을 했으나, 아직도 구체적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지금부터는 기술개발과 Biz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스마트그리드를 제로 베이스에서 사업화 및 실용화 기반으로 Re-design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여건상 전문가 그룹이 제한적이고, 투입 가능한 재원도 선진국에 비해 아주 적은 편이다. 따라서, 스마트그리드 전 분야를 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국제 경쟁력이 있는 기술분야를 선택, 집중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효과적인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는 국가 이익이 먼저 고려돼야 하고, 기술개발의 파급 효과가 크고, 세계 시장 선점이 가능한 핵심기술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한국형 스마트그리드의 Value Chain은 배전망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Biz도 배전망을 축으로 생기는 중이며, 타 산업과의 전력망 생태계 변화도 대부분 배전망을 축으로 발생하고 있어 예산 투입과 기술개발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분야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FERC,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2009.3)에서 발표한 스마트그리드 정책에서도 주요 기능별 우선순위가 배전분야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 Wide Area Situational Awareness
2. Demand Response
3. Electricity Storage
4. Electric Vehicles
5. Distribution Grid Management Initiatives
6. 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결국, 양국의 스마트그리드 우선순위의 변화를 살펴보면 배전망 플랫폼 구축을 어떻게,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전략적으로 구축하는가 스마트그리드의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이제부터는 스마트그리드의 구현에 모든 전문가들이 역량을 쏟아 실행에 한치의 오차가 없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성공요인을 기반으로 Re-design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전력회사 중심의 플랫폼을 개방형 체계로 구축해 새로운 신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전력망 운영체계를 메인 EMS에서 배전망의 DEMS, 고객측의 HEMS, BEMS, MEMS 등으로 체계화해야 한다. 이런 체계가 완성되면 DR에 의한 시스템적이고 효율적인 에너지관리가 용이해진다.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RPS 도입 확대에 따른 전력망의 수용성이 크게 개선돼 정부의 CO2 감소 정책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운용하기 위한 어플리케이션은 국내 전문가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해,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한 후 수출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국 스마트그리드 분야의 이머징 마켓과 국제표준은 전력분야의 응용소프트웨어를 선점하는 국가에 의해 주도될 것이다.

둘째, 전력망 고도화가 더욱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전력망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수한 편이다. 그러나 전 세계가 전력망을 스마트그리드로 재편하는 과정에 있으며, 향후에는 새로운 수출시장이 전력망 분야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전력망 구축을 스마트그리드로 업그레이드 시키고, 기술개발은 새로운 Biz를 고려해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한다. 특히 배전망에 분산전원을 통합 운용시키기 위한 DEMS 개발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관련 기술개발과 투자가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2030년까지 실무자 중심의 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최소 30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원 확보도 문제지만 인력 확보도 해결돼야 할 문제 중 하나다. 결국 배전분야 예산 확보와 인력 투입이 스마트그리드 성공의 중요인자로 볼 수 있다.

셋째, 국가 차원의 에너지통합관리 설계도가 그려져야 한다.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전기에너지를 중심으로 통합관리가 가능하며, 향후에는 전기, 가스, 열, 수도, 통신 등의 국가 유틸리티 산업 전반의 새로운 설계가 장기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일부 시도되고 있는 통합 검침 기술 이 외에도 전기와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그리드(마이크로그리드) 기술을 신도시지역(거점도시 선정 필요)에 실증하고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육성해 향후에는 미전화 국가에 패키지시스템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부가가치가 높은 시스템 산업은 우리나라의 미래 수출산업으로 성장이 가능하다.

최근 국가적인 스마트그리드 산업 육성 의지에 따라 국내 전 산업계가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전력회사의 주도적인 역할 및 지원이 없이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세계 스마트그리드 산업을 리딩하기 위해서는 전력회사가 가전, 건설, 통신, 중전기, 전기차, 전지산업, 신재생에너지, 에너지관련 회사들과 연계할 수 있는 새로운 플렛폼을 제시하고, 국가 차원의 Biz를 찾아내서 윈-윈 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그리드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산·학·연 공감대를 형성하고, 각각의 회사 차원이 아닌 대한민국 국가 차원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심정으로 제도를 만들고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2030년 이후에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의 스마트그리드 완성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전력연구원 수석연구원 / 공학박사 송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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