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심영섭 연구위원 지적/'선택'보다는 '필수' 요소 중시해야

한전, 발전회사 등 전력그룹사들은 물론, 국내 많은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윤리경영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성과를 내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거창하게 출발했지만 중간에 흐
지부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또한 단순히 부정부패만을 제거하면 윤리경영이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윤리'라는 개념이 포괄적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없다.

그런데 최근 산업연구원 심영섭 선임연구위원이 '윤리경영의 요체는 신뢰경영'이라는 보고서에서 좀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윤리경영 구성요소를 제시해 눈길을 끈다. 이 보고서에서 심 위원은 윤리경영이 성공하려면 '일부'가 아닌 '전체'를 포괄적으로 중시해야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윤리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전력그룹사들이 반드시 한번 기준에 맞춰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다음은 내용 요약.


▲확산되는 윤리경영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실체이므로 기업경영에 윤리적 요소의 도입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윤리경영이 자칫 기업경영의 기본을 일탈한 채 이미지 메이크업으로만 그칠 수도 있어, 바람직한 윤리경영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윤리경영의 필수와 선택
윤리경영의 내용을 필수요소와 선택요소로 구별할 수 있다. 필수요소란 시장 및 사회신뢰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항목이며, 선택요소는 기업의 재량적인 활동을 말한다.

시장신뢰는 시장에 참여하는 직접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경영과정을 얼마나 신뢰하는가의 문제로 회계투명성,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 공정경쟁질서 등을 통해서 시장신뢰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으며, 최고경영자의 기업가정신, 기업혁신노력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사회신뢰란 기업경영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대해 규범의 준수는 물론이고 사회적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느냐의 문제로, 환경보호, 고용평등 및 노사문화, 산업안전, 뇌물 및 탈세방지, 소비자보호 등과 직·간접으로 연관된 이해관계자들이 여기에 관련된다.

한편 선택요소는 기업의 부가적인 활동으로, 이익의 사회환원, 지역사회와의 연대 등 주로 기업이미지 제고와 관련이 있는 재량적인 활동들이다.

▲신뢰확보가 윤리경영의 핵심
윤리경영의 핵심은 시장과 사회의 신뢰확보에 직결되는 필수요소의 실천에 있으며, 이를 소홀히 하면 윤리경영은 실패할 수도 있다.

외환위기 이후 30대 그룹 가운데 17개가 망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회계투명성의 부족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필수요소 가운데에서도 영업방침과 관련된 기본을 소홀히 한 채, 부패방지행위 등과 같은 기업내부의 활동과 관련된 사항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윤리경영의 필수요소에는 소홀하고 선택요소에만 집착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미국의 엔론사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회계부정이 탄로나기 이전만 하여도 엔론사는 수익성 좋고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도가 높은 기업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었다.

결국 필수요소의 항목이 긍정적(+)이면 선택요소의 실행이 플러스(+) 요인으로, 필수요소의 항목이 부정적(-)이면 결국 선택요소의 강조가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윤리경영의 허와 실
윤리경영이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경영수단으로 정착되지 않는 한, 윤리경영의 구호는 공허해 질 수밖에 없다. 윤리경영이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총수 등 최고경영자의 실천의지가 절대로 중요하며, 이들의 자기구속력과 솔선수범이 요구된다.

기업 내에서 영향력이 큰 영업부서는 뒷전인 채 지원부서나 기획부서에만 윤리경영이 강조된다면 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윤리경영의 필수요소를 소홀히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행동강령을 정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여 실행에 옮겨야 바람직하다.

'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논리는 윤리경영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며, 기업이 시장신뢰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은 修身齊家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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