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은행과 증권회사이고, 백화점, 대형할인점, 패스트푸드점 등이 주요 대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원하기 때문.

최근 에너지 시민연대가 이를 증명이나 하듯 시청 및 구청·구의회·백화점 등 서울시 총 208곳의 실내냉방온도를 조사한 결과치를 발표했다. 이 곳의 실내냉방온도 평균은 23.1℃로 여름철 적정온도(27℃)보다 훨씬 낮게 측정됐다. 이는 같은 시기에 조사한 예년의 실내온도 23.8℃에 비해 약 0.7℃정도 더 낮아진 것이라고 시민연대 측은 밝혔다.

경기는 계속해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더욱 고삐를 죄야 할 형편이지만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두말할 것 없고, 모범을 보여야 할 시청이나 구청도 에너지 절약에는 영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닐 것이다. 요즘 일부 국민들은 월세를 살아도 에어컨은 설치하고, 집은 없어도 자가용은 끌고 다닌다. 백화점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세일만 하면 인근 지역 교통이 마비될 정도다. 이미 지난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심각했던 에너지 부족 문제도 이젠 먼 기억 속으로 사라진 듯 해 씁쓸하기 그지없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여유부릴 만큼 넉넉하지가 않다는 것을 국민들은 애써 외면하는 것 같다. 국민들이 더운 여름 오후 한 시간 만이라도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를 돌려도 여름철 안정된 전력공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산업용 전력소비량 증가율이 매월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최근 경제가 심각하다.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히 정부나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최근 국무총리가 공공기관이 에너지절약과 이용효율 향상에 솔선수범 함으로써 국가예산을 절감하고 범국민적 에너지절약 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공공기관 에너지 절약 추진 지침'을 내려보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 했다고 본다.

그러나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나 하나정도야' 하는 생각이 아니라 '나 하나라도' 라는 정신으로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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