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는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일본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물가와 경기가 동시에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19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에 이어 ‘잃어버릴 10년’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리도 나올 정도다.

주요 선진국 경제가 부진에서 허덕이자 IMF는 지난 9월 내년 세계 경제 전망치를 4.0%에서 3.7%로 내려 잡았으나 전문가들은 이것 또한 낙관적 전망이라는 주장이다.

세계 경제의 적신호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직격탄을 가해오고 있다. 경영 환경의 변화를 한치 앞도 헤아리기 어려운 요즘 시기, 우리와 유사한 체질과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일본의 예를 통해 우리 조직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기회로 삼는다.

실물경제 침체와 은행 부실채권으로 인한 금융 불안 악순환으로 주가는 하락하는 등 장기적인 불황에 들어선 일본 조직이 직면한 위기와 우리의 상황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든지 일본과 같은 원인에 의해 우리 조직도 영향 받을 수 있다.

저자는 일본의 장기 불황 원인을 전후의 특수한 시기를 거치며 기업과 정부, 즉 일본의 조직이 탄력성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일본 역사상 가장 흥했다가 일순간에 망한 세 조직을 통해 ‘조직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진단하면서 현재 조직의 문제와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도요토미 가문을 통해 성장 지향 정책으로 일관한 조직이 빠지기 쉬운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명에서 일본천하를 지배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는 계속된 성장을 통해 일본을 손에 넣었다. 성장을 지향하는 조직은 성장 당시에는 큰 힘을 가지지만 성장이 조금만 지체되다 보면 내부의 인사 적체에 따른 문제점이 대두된다. 인사 적체는 과도한 확장에 무리수를 두게 되고 결국 조직은 흩어진다.

둘째,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의 육해군은 기능 조직이 공동체화되면서 급격히 몰락한 예이고, 셋째, 일본 최대의 직종이던 석탄산업은 지나친 환경 적응으로 소멸한 예이다. 필자는 현대 일본이 위의 세 가지 병에 걸려있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일본을 통해 현재의 조직, 특히 관료조직이나 기업 조직을 점검하고 그 개혁방안의 실마리를 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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