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결론 및 향후계획

이상 4회에 걸쳐 국내 최초, 세계 5번째 국가로 최첨단의 ‘한국형 에너지관리시스템’이 개발된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개발 초기 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수많은 학계와 산업계 그리고 전문 언론계로부터 비오듯 쏟아지는 희망과 걱정 그리고 인력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국내 개발에 부정적인 시선을 갖는 일부 직원들의 비우호적인 여론은 선진기술의 국산화라는 과제를 놓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만 하는 개발진에게는 피땀어린 노력과 험난한 인내를 요구했다.

 민간기업의 개발진 일부도 기존 한전에서 사용하는 원방감시시스템(SCADA : Supervisory Control & Data Acquisition)에 추가로 필요한 고급기능의 S/W를 도입, 설치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으로 예산을 잡다 보니 수시로 인력과 비용이 추가 발생하는 등 개발진이 부담하기에는 어려운 난제들이 속출했다. 사실 PC상에서 운영중인 ‘조류계산’과 같은 오프라인 전력계통 해석 툴들은 여러 대학에서 이미 개발해 사용하고 있었고 적용되는 각종 전기이론 역시 10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없이 적용되고 있었지만 online real-time으로 수학적인 해석과 통계처리를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계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수학적 기법(Computation Method)들이 새롭게 적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새로운 각종 응용 S/W의 개발에 직면하면서 가장 처음 문제로 도출된 것이 데이터베이스(DB)의 구조 즉, Structure 설계와 최신의 계산기법(Computation Method)을 적용하는 문제였다. 국제표준인 CIM(Common Information Model)을 구성하는 것과 현장의 데이터를 원격으로 읽어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실시간 데이터베이스의 구성은 그동안의 경험과 실적 등으로 인해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전국의 전력계통을 구성하는 각종 설비 즉, 전압별 발전소, 변전소, 송변전선로 및 조상설비 등을 한꺼번에 읽고 내용을 해석한 뒤 그 결과를 다시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최대 30초 이내에 처리돼야만 한다는 것은 기존의 상용 DB가 DB내의 내용을 읽고 저장하는 데만도 10여분 이상이 소요되는 현실에 익숙한 개발진에게는 자동차의 엔진을 새로 제작하는 것과 같은 문제였던 것이다. DB의 Quiry 속도 향상과 해석상의 계산시간을 최대한 줄이도록 Matrix 연산의 다양한 처리 기법이 전 세계 EMS 제작사를 몇 개로 한정할 수밖에 없는 진정한 노하우가 아닌가 싶었다. 개발진은 이 문제의 해답을 얻고자 노력했으며 이미 상용 DBMS 툴에 익숙하고 상당한 경력과 지식 그리고 기법을 가진 민간기업의 박사급 연구진들에게 새로운 DB의 설계방향을 설득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이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 모든 문제들이 원활히 조화롭게 해결된 원인은 첫째, 개발 초기에 모든 연구진이 모여 한국형 에너지관리시스템의 ‘개발 기준’을 정립하고 모든 연구진에게미래의 개발 목표와 지향점을 명확히 하고 이를 공유했다는 것이다.

둘째, K-EMS의 실질적 사용자인 전력거래소 급전원들과 실무부서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졌다. 설계를 위한 기술적 토의와 회의는 물론 실증시험에 참여하여 사용자 입장에서의 의견을 다방면으로 다양하게 제시함으로써 개발진의 개발 의욕을 한층 고취시켰다.

셋째, 5년간 60개월의 개발기간 중 매달 공정회의를 개최해 문제점 해결과 개발기관간의 연결점을 사전에 해소했으며, 혹시 모를 위험 요소에 대한 공기 복구계획(Recovery Plan)과 그동안의 운영경험을 토대로 위험 대비계획(Contingency Plan)을 병행해 수립, 시행했다.

넷째, 분기별 본부장 회의와 매년 1회 CEO 미팅을 개최해 경영진의 관심과 지원을 유도하고, 매년 1회 야외 공간을 이용해 워크숍과 체육행사를 동시에 개최함으로써 개발 과정 중 발생되는 추가연구나 비용부담 증가 등으로 상호 날카로워진 개발진 상호간의 우의와 친목을 다지는 등 인적 네트워크 강화에 주력했다.

다섯째, 개발과정 중에도 발, 변전소의 실질적인 현장 데이터를 직접 받아(Listening Mode) 개발과 시험에 사용했다. 이로써 K-EMS의 결과와 현재 운영중인 AREVA 시스템 결과를 화면으로 대조해 계산결과의 일치를 확인해 볼 수 있었던 것은 ‘Test Bed’를 왜 사용자측에 설치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소중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만일 일반 R&D와 같이 공장에서 제작하고 전력거래소로 옮겨와 설치후(설치도 장담 못하지만?) 시험을 했다면 데이터 취득단계부터 모든 자체 시험과정을 거치기 위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을 낭비했을 것이다.

2500억여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정부 지원에 의한 전력 IT R&D 과제는 전력산업의 기반기술과 운영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다가오는 스마트그리드의 핵심 기술을 사전에 국산화하는 등 기술적 요소의 ‘유비무환’ 정책과 역발상 전략으로 기존 R&D 개발의 효율성을 높였으나, 다음과 같은 시행 단계의 사소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보다 효율적인 R&D 개발이 될 것이다.

첫째, 특허 출원에 대한 비용을 간접비로 묶어 둔 것이다. 개발 초기 아무도 그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과대 포장을 하지 않는다면 특허출원을 위한 비용은 결코 증액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렵게 기술을 개발하고도 기술적인 성과와는 무관하게, 단지 비용이 모자란다는 이유만으로 특허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은 개인과 회사 그리고 국가 모두의 불행이다.

둘째, 개발인력의 유지와 양성을 위한 투자이다. K-EMS에 대한 세부설계와 제작에 참여하며 양성된 수많은 인력들은 이제 곧 전혀 다른 분야의 이질적인 과제들로 하나 둘씩 이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K-EMS 설계와 개발에 대한 노하우는 몇 개월이 지나면서 새로운 과제에 매몰되어 하나둘씩 잊혀져 갈 것이다.

셋째, 정부의 적극적인 사업화 지원이다. R&D 개발과 사업은 공공분야나 민간분야 구분없이 어디서나 분리되어 운영 중이지만, 민간기업의 경우 오너의 의지에 따라 사업화가 신속히 이루어지듯이 R&D 과제의 선정과 개발 관리뿐만 아니라 사업화 지원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로 저개발국 무상지원과 대외원조자금 사용, 세계은행 차관 제공 등 사업화를 위한 각종 정책의 시행은 물론 국내 기업에의 적용을 위한 협상과 조정에 적극 참여해야만 하겠다.

산천이 바뀌는 5년이라는 세월동안 이런 저런 산고를 겪으면서 이제 2010년을 기점으로 전력 IT R&D 과제는 그 결실을 보이게 됐다. 이 모두가 정부와 학계, 산업계 그리고 스마트그리드사업단, 에기평 등 R&D 관리기관들이 똘똘 뭉쳐 목표를 설정하고 불철주야 노력한 전력산업계의 저력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제 전력산업인 모두의 힘과 지식 그리고 기술을 하나로 모아 발전된 한국의 전력산업 IT기술이 또 다른 도전과제인 스마트그리드 제주 실증단지를 통해 전 세계에 우뚝 솟을 수 있도록 힘찬 전진을 이루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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