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硏, 전력·고속철 등 구축에 향후 20년간 40조 달러 시장 형성

한 국가가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이 있다. 우리나라가 안정된 전력산업을 기반으로 반도체, 자동차, 철강 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전력, 통신, 교통, 건설 등 한 나라를 움직이는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인프라가 튼튼해야만 타 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 신흥국들은 이러한 인프라 시장을 확충하느라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새로운 성장동력, 신흥국 인프라 시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각 국이 향후 20년간 운송, 전력, 물, 통신 등 4대 인프라 분야에 연평균 2조 달러씩 투자하는 등 인프라 산업은 성장잠재력이 큰 것으로도 평가했다. 특히 급속한 경제발전, 도시화와 민영화 진전으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신흥국 인프라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서에서는 적고 있다. 

인프라 수요 지속적 증대
삼성경제연구소는 신흥국 인프라시장의 특징과 한국의 역량을 고려할 때 향후 유망분야로 △고속철도 △원자력 △수처리 토털 솔루션 △통신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그동안 주로 통신 인프라에 투자가 집중됐으나, 신흥국의 경제성장과 산업화로 향후에는 전력과 물 분야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신흥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함께 도시화, 민영화 진전으로 인프라수요가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BRICs, 중동, 중앙아시아 국가 등의 경제가 성장하며 화학, 철강, 비철금속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하면서 산업화에 필요한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신흥국 시장 확대를 기회로 활용해 인프라 산업을 수출 동력화 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인프라시장은 구미기업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시장진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한국이 압축성장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는 신흥국시장에서 선진기업과의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차별화된 경쟁력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中·印 등 고속철 건설 확산
보고서에서 제시한 네 가지 유망분야 중 고속철도와 원자력 분야를 살펴보자. 우선 경제성장으로 물동량과 인구이동이 급증하면서 신흥국의 운송 인프라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10년 ‘신흥국 빅5(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의 육상운송 인프라 투자액은 488억 달러로 2000년 대비 2.6배나 증가했다.

특히 운송 인프라 중 철도는 다른 수송 수단에 비해 비용이 저렴해 재원이 부족한 신흥국이 중요시하는 분야로, 그동안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주로 건설되던 고속철도가 최근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차량 및 제어 시스템 등 기기 분야는 봄바이어, 알스콤, 지멘스 등 소수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으며, 건설·운영·서비스는 현지기업이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세계 5번째 고속철도 개통국인 우리나라는 고속철도 기술, IT를 접목한 통합 운영 측면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에서 기술이전을 받아 독자적으로 고속열차를 개발한 최초의 사례이며, 정부와 민간 협력으로 한국형 고속철인 KTX-2 개발에 성공했고,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시속 400km급 고속열차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승차권 관리 시스템, 화물열차 운영정보 시스템, 고속철도 통합정보시스템 등 IT 기술과 접목된 통합운영 시스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수주를 위한 국가 차원의 협력기구 및 신흥국 인프라 투자재원지원 측면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열세에 있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지적이다. 2008년 프랑스, 일본과 같이 철도 해외진출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한 상황이라는 것. 연구소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신흥국 인프라 투자에 주로 사용되는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실적은 약 12억 달러인 반면 일본국제협력기구의 실적은 780억 달러에 달했다.

원전·스마트그리드 도입 주목
최근 신흥국은 원자력발전 건설과 전력흐름을 지능적으로 제어하는 스마트그리드 도입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데, 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신흥국은 원자력발전을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등 환경문제 해결과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달성하는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연구소 측은 지적했다.

또한 전력효율 향상을 위해 송배전망 선진화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신규전력망 투자시 바로 스마트그리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연구소 측은 지적했다. 일례로 중국은 2020년까지 4조 위안을 스마트그리드에 투자할 예정이며 인도는 현재 방갈로르에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을 진행 중이다.

보고서에서는 신규 원전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아직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기술을 조기 국산화하고, 스마트 원자로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으며, 송배전 자동화 시스템 등 기존 전력인프라 기술과 현재 진행 중인 제주 스마트 그리드 실증사업 등을 바탕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정부·민간 연계 진출이 효과적
무한한 신흥국의 인프라 시장 진출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을 연계한 종합적인 ‘패키지 딜(Deal)’ 방식으로 진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기술, 교육, 산업기반 구축, 국방 등 분야에서 신흥국을 지원해 주면서 국내기업의 인프라 투자기회를 보장받는 방식으로 전개하자는 것. 

정부의 차관제공, 공적 원조 등 자금지원과 인프라 수주를 연계하는 전략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신흥국에 대해 인프라 건설자금을 차관으로 제공하면서 자국 기업의 인프라 해외진출을 지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브라질 고속철 건설입찰에서 차관제공을 검토하고 있으며, JR(일본철도) 등은 운영기술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보고서에서는 적고 있다. 

연구소 측은 인프라 투자를 수주할 경우 유지·보수, 운영·관리 등 후속기회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며, 사업타당성 조사, 프로젝트 파이낸싱, 이미 구축한 인프라의 유지보수 등에서 존재하는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소프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신흥국 시장에서 축적된 사업경험과 새롭게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선진국 시장에 진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지적이다.

환경규제·녹색보호주의가 발목 잡을 수도

기업 입장에서 해외 진출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환경 분야이다. 아무리 경쟁력이 높아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더 이상의 수출은 어려워진다. 특히 최근 친환경 바람을 타고 세계 각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리 업계의 주의가 요구된다. KOTRA는 ‘최근 환경규제 동향 및 2010년 전망’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고조되고, 유해물질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관련 규제 확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환경정책을 명분으로 내세워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녹색보호주의 논란도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EU 등 각종 규제방안 모색
우선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통한 온실가스 규제 강화가 시도될 전망이다. EU는 2012년부터 EU 역내에 도착하거나 역내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를 EU 배출권 거래제(EU ETS)에 편입시켜 탄소 배출을 규제할 계획이다.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도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규정한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강화도 주의해야 한다. 


여기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2009년 에코디자인 지침 대상에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냉장고, TV를 포함한 9개 품목을 포함시킨 데 이어 올 해 중에는 온수기, PC 및 모니터, 스캐너 등 영상기기를 추가할 예정이다. 에너지 라벨 지침도 강화해 에너지 효율 등급을 세분화하고 적용 대상 품목을 수도꼭지 등 에너지 관련 제품에까지 확대시킬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절전형 TV 규제를 최초로 입법화하였는데, 이 규제에 따르면 2011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33%, 2013년까지 49% 높여야 판매가 가능하다. 캘리포니아 주의 이번 규제를 계기로 매사추세츠 주 등 다른 주에서의 유사 규제 도입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에너지 효율 라벨 부착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 달부터 전기밥솥, 선풍기, 교류접촉기, 공기 압축기 등 4개 품목을 에너지 효율 라벨 부착품목으로 추가했다.

유해 물질에 대한 규제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of CHemicals, 화학물질 관리제도)를 통해 가장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EU 뿐 아니라 미국, 중국에서도 유해물질로부터 안전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녹색 보호주의 논란 지속
위기 이후 떠오르는 신 성장 동력인 녹색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각국의 움직임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코펜하겐 회담에서 구속력 있는 국제적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녹색보호주의 논란도 확대될 전망이다.
탄소관세 논란도 그 중 하나. 특히 프랑스 외에 폴란드, 벨기에, 이태리가 탄소관세에 대해 최근 긍정적 입장을 보이는 등 회원국이 점차 동조하고 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탄소관세 대신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이산화탄소 비용을 고려한다는 의미에서 ‘탄소포함 메커니즘’이라는 용어도 나올 정도이다.

대표적 신성장 산업 중 하나이자 우리나라의 대 EU 신규 유망수출 품목으로 부상 중인 태양광 산업에도 무역전쟁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고전하고 있는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 독일의 태양광 업계는 저렴한 중국산 견제를 위해 EU 집행위와 독일 연방 정부에 중국산 태양전지 모듈에 대한 덤핑 조사 요청과 함께 태양전지 모듈의 품질보증 기간을 20년으로 정하는 환경규제 실시를 요구하고 나섰다.

KOTRA 한선희 통상조사처장은 “환경규제가 강화되면 제조원가가 상승해 제품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규제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해외시장 진입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환경규제는 일단 높은 기준을 충족하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양날의 검인만큼 환경규제에 대한 지속적 정보 수집을 통한 사전 대응과 함께 환경 친화 기술 및 상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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