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신용회복지원제도 시행…회생의 길 열려

생활비 공제하고 8년 이내에

채무 분활 상환 능력 있어야


최근 경기도 부천에 사는 22세의 청년이 할머니와 어머니를 살해하고 형을 중태에 빠뜨리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2년 전 모 대학을 중퇴한 그는 가족들에게 카드 빚을 갚아 달라고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이 같은 패륜을 저지른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가계부채 450조원, 국민 1인당 부채 3,000만원의 거대한 ‘빚 공화국’이 돼버렸다. 특히 강력 사건의 70%가 카드 빚 때문이며, 아버지가 딸의 카드 빚 때문에 자살하는 세상이다.
이 같은 음울한 사회상은 신용불량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신용불량자의 멍에를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신용불량자 300만 돌파

신용불량자란 은행 대출금이나 신용카드대금 등의 신용거래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을 말한다. 여기서의 신용거래액은 30만원 이상을 기준으로 하지만 30만원 미만을 연체하더라도 연체 건수가 3건 이상이 되면 신용불량자가 된다. 또 국세나 지방세를 500만원 이상 체납하거나 500만원 이상의 결손을 초래한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최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국내 신용불량자수는 308만6,018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부터 4개월 사이에 무려 45만명이 늘어난 것으로 경제활동인구 8명 중 1명은 신용불량자라는 얘기다.

신용불량자가 받는 불이익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불이익은 모든 금융거래가 정지된다는 점. 이에 따라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은행거래도 할 수 없게 된다. 그 동안 은행과 거래하던 통장을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통장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금융권 대출이 원천적으로 차단됨은 물론이다. 아울러 신원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 취업시 큰 제약을 받게 된다.

신용불량자의 족쇄를 벗는 일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연체금액을 모두 갚아 신용불량자의 꼬리표를 떼더라도 일정기간 동안 신용불량에 관한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기록이 보존되는 기간은 신용불량자가 된 사유와 연체정도에 따라 1년, 2년, 5년 등으로 정해진다. 이 기간 동안에는 각종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는 등 신용불량자 못지 않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그렇다면 신용불량자라는 ‘주홍글씨’를 지우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전문가들은 신용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채무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당사자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한다. 즉 이러한 의지를 바탕으로 개인신용 회복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개인신용 회복을 위한 방법으로 가장 이상적인 것은 신용회복지원위원회(www.crss.or.kr)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주관으로 지난해 10월 설립된 신용회복지원위원회는 ‘개인 신용회복 지원 제도(개인워크아웃)’를 통해 신용불량자가 경제적으로 회생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다.

‘개인 신용회복 지원 제도’란 상환기간 연장, 분할 상환, 이자율 조정, 변제 기간 유예, 채무 감면 등의 방법으로 신용불량자의 채무 부담을 완화시켜 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아무나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하고 최저생계비 미만의 소득이 있는 경우라면 채무상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총 채무액이 3억원 이하인 신용불량자로서 생활비를 공제하고 최장 8년 이내에 본인의 채무를 나누어 갚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채무상환을 위한 본인의 소득이 부족한 경우에는 부모, 형제자매 등 신청인 이외의 제3자가 신청인의 채무상환을 위해 본인들의 소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약식 신용회복지원제도 신설

신용회복지원위원회는 이 달 초 신용회복지원제도의 문을 더욱 넓히는 조치를 취했다.

신용회복지원 신청요건과 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약식 신용회복지원 제도를 새롭게 시행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총 채무의 50% 이상을 보유한 채권 금융기관이 채무자와 채무조정계획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경우 다른 채권 금융기관도 이에 따라 채무를 조정할 수 있게 됐다. 단 총 채무액이 3,000만원 이하로 1년 이상 연체중인 무담보채권자에 한한다.

아울러 부채증명서, 적격확인서 등 금융회사의 확인서류를 없앴으며 지원계획 확정 후에는 종전의 약정 체결 대신 신용회복지원위원회와 ‘채무조정합의서’를 작성하면 된다.

이 밖에 최후의 수단으로 금융기관이 시행하는 대환 대출제도와 소비자 파산제도 등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대환 대출제도는 수수료(연체금의 4%)를 내고 카드 빚을 분할로 돌려 원금과 함께 연체금의 20%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또 소비자 파산제도는 채무자 스스로 거의 모든 사회·경제적 권리를 포기한 채 자신을 파산자로 선고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다.


2003.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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