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늘어 ‘모바일 문화’로 자리매김/이통사 매출 ‘쑥쑥’…서비스 경쟁 치열

40대 주부 P씨.
대학생 딸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요즘 유행하는 댄스음악이 흘러나온다. 지난해 10월 P씨는 휴대폰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를 듣고 황급히 끊었던 적이 있다. 전화를 잘못 걸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요즘 P씨는 전화를 끊어버리는 ‘실수’를 범하는 일이 없다. 휴대 전화에서 흐르는 음악소리가 통화연결음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요즘 P씨는 집에서 딸과 통화연결음에 대해 가끔씩 대화를 나누곤
한다. 재미있는 통화연결음을 통해 개성을 살리는 건 좋지만 너무 자주 바꾸는 건 좋지 못하다는 충고도 한다.

-벨소리 서비스 앞지를 태세

통화연결음이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을 때 종전과 같은 기계음이 아닌 음악이나 재미있는 멘트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통화연결음 서비스는 최근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까지 인기를 얻고 있다. 새로운 ‘모바일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이 본격적으로 통화연결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상반기부터다. 각 회사들은 저마다 독창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며 ‘모바일족’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통사 중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SK텔레콤은 올해 이 분야에서 1,2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440억원보다도 약 2.7배 늘려 잡은 규모다.

이 밖에 LG텔레콤은 200억, KTF의 경우 600억원 매출액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통화연결음 서비스는 지난 3년여 동안 모바일 시장을 주름잡았던 벨소리 서비스를 머지않아 앞지를 태세다.

-‘잡초’부터 개그맨 목소리까지

통화연결음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요즘 각 이통사와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은 이색적인 멘트나 음악소리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최근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은 인기가수 나훈아의 히트곡 ‘잡초’. 노무현 대통령의 ‘잡초론’이 정치권의 이슈로 등장하면서 같은 제목을 가진 노래가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장안의 화제였던 개그맨 김병조의 걸쭉한 입담도 통화연결음으로 되살아났다. 벨소리 콘텐츠 전문업체인 인포허브는 지난 2월 개그맨 김병조의 목소리를 통화연결음으로 서비스 하고 있다.

서비스의 이름도 그가 맡았던 개그코너의 이름을 따 ‘명(明)심(心)보(寶)링(Ring)’으로 정했다.

‘아가야, 미역국은 먹었냐∼. 착허게 살어야 혀∼’라는 시골 할머니의 정겨운 목소리도 빠질 수 없다.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업체인 위트콤은 지난 1월부터 데이콤 TV광고에 등장하는 박오목 할머니의 목소리를 통화연결음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TV 드라마 ‘올인’의 주제곡 ‘처음 그날처럼’도 통화연결음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휴대전화에 이어 유선전화에도 통화연결음이 등장했다. 하나로통신이 지난달 세계 최초의 유선전화 통화연결음 서비스 ‘브이링’을 선보인 것

하나로통신은 가정 및 기업의 일반전화 및 개인평생번호 ‘0506’ 가입자를 대상으로 ‘브이링’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고 향후 인터넷전화(VoIP)로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일각선 “서비스 요금 너무 비싸다” 불만

하지만 일각에선 통화연결음 서비스 이용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비스 이용자들은 월정액 900원에 새로운 연결 음을 내려 받을 때마다 100∼1,200원의 정보이용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가입자 평균 한 달에 2,900∼3,300원의 요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직장인 S씨는 “지난해 휴대전화 이용요금이 월 평균 3만5,000원 정도였는데 올해부터 발신자 번호표시 서비스와 벨소리·통화 연결음 서비스까지 이용하다보니 요즘은 요금이 월 평균 4만원을 훌쩍 넘어간다”며 “부가서비스 이용이 확산되는 것에 발맞춰 요금도 적정 수준으로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서비스에 따른 수익 배분 문제도 자주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비스 수익의 절반은 이통사가 챙기고 콘텐츠 제공업체(CP)와 음원대행사(CP와 음반기획사간 계약을 대행하는 업체), 음반기획사 등이 나머지 50%를 나눠 갖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정작 CP나 음반기획사에 대한 수익배분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003.06.07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