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태양광발전업협동조합 이재덕 이사장.
2008년에 태양광에 미쳤던 나라가 둘이 있었다. 그 첫 번째가 스페인이었고, 한국은 두 번째를 차지했다. 그것은 용량에 관계없이 일정한 기간 안에 건설되는 태양광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정부에서 높은 가격에 구매해 주는 그레이스 피리어드(Grace Period) 제도 덕분이었다. 스페인의 전기 구매 조건이 좋았기 때문에 세계의 모든 태양광 업계는 스페인에 올인(all-in)했고, 그 결과 3~4년 전만 해도 태양광 시장 통계에 등장하지도 않았던 스페인이 2008년에는 세계 태양광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역사를 이루어 시장규모 면에서 세계 1등으로 등극했다. 한국은 스페인보다는 못했지만 5%를 차지해 세계 4~5위 국가가 됐다.

아무런 대가 없이 거둔 성공이라면 박수갈채를 받을 일이지만, 성과에 비해 부작용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의 경우 태양광 발전소에 사용된 태양전지의 4분의 3에 외국산 전지를 사용해 국내 산업을 일으키자는 취지와는 달리 외국산 태양전지 업체들만 배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정부에서 발전차액기금으로 의무적으로 구매해 줘야 하기 때문에, 향후 15년간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또한 수 십 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발전소의 자연 훼손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2008년에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억제하는 정책으로 선회했고, 2009년에는 향후 3년간 건설할 경우 발전차액기금을 받을 수 있는 발전소의 용량을 해마다 일정량으로 제한했다. 또한 2012년부터는 발전차액기금으로 태양광 발전에서 나오는 전기를 정부의 예산에서 구매해 주는 FIT(Feed-in-Tariff) 제도를 폐지하고, 기존의 발전 자회사들이 공급하는 전기 중 일정량은 의무적으로 신재생에너지원 및 태양광으로 발전하도록 하는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정부의 부담을 발전사들에게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

국내의 태양광 산업의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국내 시장 기반이 한두 개 업체의 경제적인 투자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과감하게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장래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해도, 중소기업이 해외시장만을 보고 투자 결정한다는 것이 그리 문제는 아닌 것이다. 향후 3년간 태양광 시장 규모가 정부에서 고시한 내용대로 된다면, 3년간은 신규 투자는 커녕 현재의 설비만으로도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 지가 의문시 될 정도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2010년 발전차액 대상 발전소가 건설이 거의 완료됐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소 건설 회사들은 한동안은 주문을 받을 수 없어서 쉬어야 한다. 또한 발전 사업자들은, 2011년 발전차액이 2010년에 비해 현저히 낮아지는 위험을 감수하고 현재의 공사비를 지불하고 발전소 공사를 할 것인가, 아니면 태양광 발전 사업을 잊어 먹어야 할 것인가의 귀로에 서 있다.

이렇듯이 현재의 우리나라 태양광 산업에 발을 들여 놓은 사람은 하나같이 똑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 고민이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라면, 밤을 세워서라도 해 볼 수 있겠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정부의 정책이 조변석개하여 언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면서 일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암울한 상황을 타개하고, 한국의 태양광 발전 산업이 조화로운 발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조화로운 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관련된 당사자들이 어느 정도의 희생을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태양광 산업은 건전하게 육성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첫 째,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을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는 FIT제도를 지속해야 한다. 태양광 발전은 발전소 건설 이후에는 노동이 필요 없이 무인화 운영이 가능하므로 굳이 사업으로 태양광 발전을 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면서 다른 직업을 가져야만 하는 소규모의 태양광 발전 사업을 많이 만들면 정부 지원의 혜택이 전국민에게 골고루 분배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규모 태양광 산업 시장이 커짐으로써 자연히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가 야기하는 환경훼손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둘 째, 태양광 발전의 최대의 장점인 규모의 자유로운 선택 가능성을 살릴 수 있도록, 태양광 발전소의 규모에 따라 전기 구매 가격을 달리하는 것이다. 현재는 단계적으로 전기 구매가격을 달리 함으로써, 구간내의 최대 규모(30㎾, 200㎾, 1000㎾)의 발전소만 건설하는 폐단을 피할 수가 없다. 구간내의 발전소에는 그 구간의 최대와 최소 규모에 반비례해 전기 판매 가격을 달리하도록 하는 가격 슬라이딩(sliding) 제도를 선택한다면, 발전소 부지의 여건에 따라 자유로이 발전소 규모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부지 선택의 폭이 넓어 져서 많은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셋 째, 기존의 한전 배전 선로에 거의 영향이 없는 극소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는 신고로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작은 규모의 유휴 부지에 소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3개월이나 소요되는 사업허가 및 개발행위 허가를 하는 것이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의 진입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극소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가 사업 허가와 개발행위 허가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극소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많이 만든다면, 태양광 발전소의 본래의 목적인 소규모 분산 전원의 공급을 달성함과 동시에, 태양광 시장의 저변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대규모 발전소의 건설로 야기되는 자연훼손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넷 째, 이와 같은 소규모 태양광 시장의 저변 확대 정책으로도 적정한 시장규모가 않으면 RPS 제도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형 발전소는 전문적인 기업형 발전 사업이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져야 하고, 그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논리일 수 있다. 그러나, 태양광 시장이 RPS제도로만 운영이 된다면 우리나라에는 기업형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만 건설되는 부작용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같은 제도로 가기 위해 정부로서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따르는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 희생을 해야 할 것이며, 기업형 발전 사업자들은 경쟁을 해야 하고, 기존의 발전 자회사들은 RPS 제도가 도입되면 코스트가 상승하는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 약간의 희생을 해야만 조화로운 태양광 산업이 발전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태양광 산업은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 기존의 화석 연료로 발전하는 것과 비용이 같아지는 때)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는 건물의 유리창도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될 수 있고,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의 건설이 일반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태양광 정책이 자주 바뀌어 태양광 산업이 혼란에 빠지는 사태는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업계가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그리드 패리티 이후까지를 대비한 좋은 제도가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