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기간이요? 우리 제품은 ‘평생’입니다”

배전반업계 최초 MAS 통해 1억여원 계약 체결
믿음으로 이어진 거래처는 평생고객으로 이어져

중소 수배전반 생산업체들은 그동안 안정적인 경영을 뒷받침해 주던 단체수의계약제도가 폐지된 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소규모 기업들에게 있어 지금은 차디찬 한파에 몸을 녹일 곳 조차 마땅치가 않다. 그러나 현실이 어렵다고 주저 앉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일단 살아남아야 의미가 있기에, 다양한 루트를 통해 자신의 제품을 팔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이런 가운데 (주)중앙전기(대표 조성필)가 배전반업계 처음으로 서울지방조달청과 맺은 ‘다수공급자물품계약(MAS)’ 의 결실을 맺어 희망의 루트를 제시하고 있다. 리더스 클럽 다섯 번째 시간으로 중앙전기 조성필 사장을 만나봤다.

“사실 단체수의계약이 없어지면서 배전반 업체들이 먹고 살기가 정말 어려워졌습니다. 특별한 대안이 없는 셈이죠. 그래서 다수공급자물품계약 제도를 이용하기로 하고, 지난해부터 철저한 준비를 해 왔습니다.”

(주)중앙전기 조성필 사장은 그 노력 결과 지난해 말 조달청과 MAS를 체결하고, 지난달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배전반, MCC 등 529개 품목이 등록됐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최근 그 결실을 맺었다. MAS를 통해 총 1억여원의 계약을 체결한 것. 배전반 업계로서는 최초다.

“사실 큰 기업들에게 있어서야 1억원이라는 금액이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소규모 기업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비중 있는 금액입니다. 특히 금액을 떠나 MAS를 통해 계약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다수공급자물품계약제도(Multiple Award Schedule)’는 조달청이 품질, 성능 등이 유사한 다수의 물품 공급자와 단가계약을 한 후 수요기관이 선택적으로 적격업체의 물품을 구매하는 제도를 말한다.

조 사장이 MAS에 대해 관심은 다름 아니라 본인도 복사지를 하나 사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가격을 비교한 후 구매한다는 점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나라장터라는 인터넷 시장을 통해 싼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은 지자체 등 발주처 관계자들에게 매우 큰 메리트로 작용할 것이라고 조 사장은 판단했다고 한다.

“MAS의 경우 정착만 된다면, 중소기업들에게 있어 상당한 판매 루트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활성화를 위해서는 발주처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MAS 활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조 사장은 MAS 등록이 쉬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중앙전기의 경우 1500여개 품목을 올렸는데, 그 중 500여개밖에 등록하지 못할 정도로 까다롭다고 한다. 여기에 모든 물품을 표준화해야 한다.

“특히 MAS는 조달계약이지, 수요처와의 계약이 아닙니다. 즉 등록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최상의 제품을 등록시키고 유지해야만 본 계약까지 이뤄지게 되는 것이라 상당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MAS 외에도 조 사장은 납품 루트를 다양화 하기 위해 지역 관공서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일정 금액 이상은 입찰이 필수적이지만 소규모 금액의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기에 지역 관공서 등을 타깃으로 적극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들의 경우 관내 업체들이 살아야 지자체도 살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특히 전력설비의 경우 사고시 어느 설비 보다 빠른 A/S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역 업체가 가장 적합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조 사장은 무조건 달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품질에 대한 일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하는 기업만 참여 할 수 있도록 해야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지자체와 지역 업체가 윈윈하는 전략인 셈이다.

한편 영업전략을 묻는 질문에 조 사장은 ‘믿음’이라고 답을 했다.

“사실 소규모 기업들은 따로 영업팀을 둘 만큼 여유가 없습니다. 이에 한번 거래를 한 곳은 무조건 ‘믿음’이 가도록 최선을 다해 유지하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조 사장의 ‘믿음’ 영업에는 A/S 기간이라는 것이 없다고 한다. 보통 하자기간이 정해 져 있는데, 자신에게 있어서 하자보수기간은 ‘평생’이라고 한다.

“A/S 기간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피곤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더 힘이 듭니다. 대충대충이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거든요. 밤이나 낮이나 거래처에서 부르면 달려갑니다. 납품만 하고 A/S는 나몰라라 했으면 중앙전기는 지금 영원히 사라졌을 것입니다.”

그렇게 ‘믿음’으로 엮어진 거래처는 ‘평생’이라는 A/S 기간 동안 ‘평생고객’으로 자리잡게 된다는 것이 조 사장의 굳건한 영업 방침이다. 이에 조 사장은 무리하게 신규 시장을 창출하기 보다는 기존 거래처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짠다.

그런데 결국 그 ‘믿음’에 대한 소문이 분명 다른 거래처와 연결되는 고리가 된다는 것 역시 조 사장의 생각이다.

끝으로 조 사장은 자신의 인생철학이자 경영철학을 밝혔다. 그것은 바로 ‘분수에 맞게 살자’는 것이다.

"내 그릇이 종지인데, 대접을 달라고 하면 안 되지요. 욕심을 부리면 그만큼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봉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1994년 창업 후 얼마 되지 않은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왔지만, 중앙전기는 신규 공장을 지었고, 남들 다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지금 새로운 도약을 위한 또 다른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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