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의 墨子는 兼愛를 이야기 하고 仁者의 할 일은 천하의 利를 일으키고 害를 제거해야한다고 했다지만 이론적 일뿐 인간 세상에 잘 맞지도 않고 실제로는 인간과 그 세상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더 많을 수 있다고도 생각된다.

이 땅덩어리도 모든 곳이 다 평평한 대지라면 훨씬 활용도가 높을 것 같지만, 사실은 높은 곳이 있어 이것이 산이 되고 또 낮은 곳이 있어 이것은 계곡이 되어 물이 고여 흐를 수 있게 되니, 인간은 산에 나무를 기르고 물과 땅을 조화시켜 양식을 구할 수 있어 비로소 생존 가능케 되는 것이다.

이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서로 다른 소질과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원초적인 불평등이 있기 마련이고, 이 불평등이 에너지를 만들어 인간사회의 온갖 업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불평등이란 묘약이 노력이란 약으로 나타난 것일 것이다. 상하, 귀천이 있어야 비로소 인간세상에서도 힘을 발휘하여 인간들을 움직이게 만들어 결국 일을 하게 만든다. 이 세상이 정의와 평등으로 가득찬 세상이라면 무슨 재미가 있고 무슨 일이 만들어 지겠는가. 모든 이들이 다 잘살고 다 귀하고 다 잘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실제로 바람직하지도 않다. 기울어진 평면 위에서만 구슬이 구를 수 있는 것처럼, 모든 것 중에 불평등이란 묘약이 있을 때 비로소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겨날 수 있다.

이것이 다 높낮이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불평등에서 비롯된 결과일 것이다. 인간 세상에도 능력 있고 지혜 있는 자가 항상 높이 되는 것이 아니며,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순서가 뒤 바뀔 수 있다. 적재적소도 중요하고 조금의 뒤엉클어짐도 긴요하다. 이것이 서로 잘 조화  됨으로써 비로소 인간 세상만사를 구비하여 잘 이루어지게 할 수 있으니, 이 어찌 불평등의 묘약이요, 힘이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만 불평등이라 하드라도 우리가 범죄시까지 하는 인권유린, 착취, 모욕, 가난이나, 저능력에 대한 멸시 등은 절대 용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것을 벗어난 불평등은 이것에 의해 상향하려는 하부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음도 물론이고, 불평등은 또한 차이와 구별로 나타날 수도 있어, 이에 따라 나타나는 다양함의 맛 또한 크다 할 것이다. 말하자면 이것은 조그마한 차이가 만들어 내는 하나의 크나큰 조화이리라.
우리에게 무한한 에너지와 힘을 주고 있는 태양도 말하자면 거대한 에너지의 불평등한 심볼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태양도 태어난지 50억년이요, 앞으로 50억년 뒤면 우리 지구와 같이 빛을 내지 못하는 별로 돌아가 평등하게 되고 만다. 이 우주 전체를 볼 때 모든 것은 평등을 향하여 움직여 가고  있다. 이 우주 물리계는 엔트로피가 증가해 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빅뱅 이후 약 150억년이 흘러 왔는데, 앞으로 또 이만큼의 세월이 흐르면 이 우주는 죽음의 우주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모든 것은 평등해 짐으로써 결국은 죽음의 틀에 갇혀 끝나고 마는 것일까?

알 수가 없는 일이지만 불교에서는 이 우주는 成,住,壞,空의 무한 사이클을 돌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住劫으로서 150억년 동안 지속되어 모든 것이 발전되어 나가지만, 다시 壞劫이 되면 150억년으로 글자 그대로 모든 것이 파괴되고 무너지는 세월이 되고, 그 다음은 모든 것이 평등해져서 아무런 일이 없는 우주의 세월이 空의 劫으로 역시 150억년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다시 成劫으로 돌아오면 그 어떤 원인으로 이 우주가 다시 생성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 개의 劫의 기간이 150억년 정도이니 전체적으로 약 600억년을 기준으로 생성 소멸을 되풀이 하는 것이된다.

우리가 알기에 현대물리학이 내린 결론도 이와 비슷하다. 아니면 불교의 결론이 더욱 구체적이어서 도리어 뛰어넘는 이론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우주의 모습은 생성할 때는 불평등을 향하여 움직이고 소멸할 때는 평등을 향하여 움직인다. 바로 위에서 쓴 데로 엔트로피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우주의 哲理가 이럴 진데 우리가 불평등을 탓하고만 있지는 못할 것이요 그 불평등의 묘약을 잘 활용하고 음미해 먹어야만 할 것이다.

- 한엽 한전 전 765kV건설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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