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설비 갖추고도 되레 일본보다 떨어져
기술개발·상용화 지원 정책으로 전환 필요

현재 전 세계는 에너지 전쟁에 돌입했다. 에너지를 확보해야만 모든 산업이 돌아가기에 에너지를 얼마나 확보하는가가 국가 성장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는 그냥 생산되지 않는다. 석탄, 석유 등 일정한 자원을 투입해야만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자원이 한정적이기에 ‘전쟁’같은 치열한 상황 벌어지는 것이다.

그동안은 이러한 자원을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러한 자원을 이용해 에너지를 얼마나 더 많이 생산해 내고, 또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여 진정 필요한 부문에 집중하는 ‘에너지 효율성’이란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자원 100을 투입하면 실질적으로 가정에서는 33정도 밖에는 쓰지 못하고 있다. 즉 가정에서 에너지효율성을 1만 높이면 자원 3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단순히 절약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원천적으로 막아보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약 에너지다소비산업의 경우라면 그 효과는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에너지다소비산업은 얼마만큼의 에너지효율성을 이루고 있을까.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분명히 보여주는 ‘한국과 일본산업의 에너지효율 비교’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주요 내용을 정리해봤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원(原)단위(부가가치 기준, GDP 1000 달러를 창출하는데 사용되는 에너지소비량을 말하며 원단위 값이 클수록 에너지 효율성이 낮은 것으로 해석)가 OECD 평균 대비 1.8배로 에너지 비효율국가에 속한다. 특히 총에너지의 48%(2006년 기준)를 사용하는 제조업의 에너지 원단위는 OECD 평균의 2.7배로 격차가 더욱 크다. 이는 일본의 3.2배에 해당한다. 2006년 우리나라의 총 에너지소비량은 산업용 64%, 수송용 23%, 가정용 13%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와 선진국간 에너지 원단위 격차의 상당 부분은 에너지다소비산업(석유화학, 철강, 시멘트, 펄프·제지, 비철금속 등)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다소비산업은 국가 총 에너지소비의 38%를, 제조업 에너지소비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 22%를 훨씬 상회한다.

그러나 에너지다소비산업은 자동차, 조선, IT기기, 건설 등 주요 산업에 기초 원재료를 공급하는 기간산업이라는 특성상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어렵다. 에너지다소비산업의 제조 및 가격 경쟁력은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에너지다소비산업의 에너지효율성이 현안으로 부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다소비산업에서 에너지효율을 1% 높이면 약 3억6000만 달러에 달하는 에너지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에너지다소비산업의 에너지효율성을 객관적으로 진단한 후 에너지다소비산업이 기간산업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다소비산업의 에너지효율성을 분석하는데 있어 일본과 비교해보자.

에너지 원단위(부가가치 기준)의 한·일간 격차는 1999년 107~351%에서 2006년 22~231%로 축소됐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상승과 제품구성 변화 등 부가가치 상승에 따른 것으로 이를 에너지효율성의 개선으로 해석하는 것은 오류이다.

이에 우리나라 에너지다소비산업의 에너지효율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생산량 기준 에너지 원단위를 사용해 세계 최고의 에너지효율 국가로 일컬어지는 일본과 비교 분석해 본다.

우리나라 에너지다소비산업의 생산량 기준 에너지 원단위는 일본의 1.2배이다. 그런데 산업별로는 외환위기 이후 한·일간 에너지효율성 격차가 펄프·제지를 제외하고는 5~14% 확대되고 있다.

일본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독자적인 신공정·신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적용함으로써 전체적인 에너지효율성이 우리나라를 압도하고 있다. 시멘트 산업의 경우 일본기업은 1990년대 이후 시멘트 생산을 위한 원료 및 연료로 폐기물을 활용해 에너지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폐기물 사용량은 시멘트 1톤당 200kg으로 일본의 절반 수준이며, 전체 연료 중 폐연료 상요비율은 일본의 1/6에 불과하다.

이처럼 대규모 장치산업인 에너지다소비산업의 에너지효율 수준은 최신 설비의 보유여부와 신기술 개발, 신공정 도입 등 추가적인 노력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에 비해 최신 설비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노력이 부족해 에너지효율성이 낮다는 것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측은 우리나라 기업의 에너지효율화 노력이 부족한 것은 주로 전기요금 등 산업용 에너지를 일본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입가능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2004년 기준 우리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53달러/MWh로 일본(127달러/MWh)의 45%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업의 경우 장기적 안목을 갖고 에너지효율 관련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효율성 향상과 원가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독자적인 신기술 및 신공정 개발이 중요하다는 것.

또 기업 내부에 축적된 에너지효율화 기술과 노하우를 플랜트 엔지니어링 사업과 접목시켜 개도국 대상 수출상품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마다 에너지원 및 효율화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전략으로 접근하면 우리나라도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에너지효율화 기술개발 지원과 에너지이용의 합리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연구소 측은 지적했다.

연구소 측은 정부의 경우엔 에너지효율화 목표수립시 부가가치 기준 에너지 원단위보다는 산업별로 생산량 기준 에너지 원단위를 핵심지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가가치 기준과 달리 생산량 기준은 에너지효율성 개선을 통해서만 목표 달성이 가능해 정책의 실효성을 배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정부는 산업용 에너지를 저가로 공급하던 기존 정책을 에너지 효율화 관련 기술개발 및 상용화는 지원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소 측은 주장했다.

그 일례로 일본의 경우 오일쇼크 이후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질유 가격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한편, 에너지원 다각화 활동을 지원한 결과 석유의존도가 1973년 56%에서 2004년 41%로 하락했다.

아울러 연구소 측은 개별기업을 넘어 기업간 협력을 통한 에너지 이용의 최적화를 도모하고, 이종(異種)산업 및 지자체와 협력을 통한 산업 및 생활폐기물 자원의 수거·관리 및 재활용 시스템을 정비해 에너지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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