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0V 대비 약 35조원 건설비용 줄여
전력손실 감소…연간 5천억 원가 절감

44년만에 배전계통전압 22.9kV 단일화 사업이 최근 완료됐다.

한전은 총 2290개 선로를 대상으로 총 투자금액 4111억원(현재가치 환산기준 총 투자금액 2조 1126억원)과 연인원 254만명(연평균 6만명)을 투입해 1965년부터 시행한 배전계통전압 22.9kV 단일화 사업을 44년만에 완료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사업은 1960년대 농어촌 전기공급사업 촉진법 시행을 위한 공급여력 확보 및 전력수요 급성장에 따른 배전선로 공급능력 부족·전압강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행된 사업이다.

배전계통전압 22.9kV 단일화 사업의 추진배경 및 과정 그리고 기대효과를 살펴봤다.

추진배경 및 과정

196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배전계통전압은 3.3kV, 5.7kV, 6.6kV, 11.4kV, 22kV 등으로 다양하게 산재해 있었다. 이는 전력사업 초창기 지역별 전력사용량에 따라 전력회사들이 각기 그에 맞는 배전계통전압을 채택해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1961년 기존의 조선전업, 경성전기, 남선전기 등 3개 전력회사가 한전으로 통합 발족한 이후 1960년대 중반부터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전력수요 급성장으로 인해 전력 공급능력 부족문제가 대두됐다. 아울러 1965년 제정된 농어촌 전기공급사업촉진법 시행을 위한 공급여력 확보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상위 배전계통전압으로의 단일화가 주요 국책사업으로 추진됐다.

1964년 당시 미국 국제개발처(AID) 차관사업을 위한 EBASCO社(GE의 전기채권주식회사)의 기술용역 결과 22.9kV의 배전계통전압을 도입할 것을 권고 받아 1965년 대구지역을 대상으로 이를 시범적용하면서 배전계통전압 22.9kV 단일화사업이 착수하게 됐다.

1974년에는 이전까지 관련 자재를 외국산에 의존해 왔던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 국산자재를 개발,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22.9kV 배전계통전압은 더욱 확대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88서울올림픽 직후인 1989년 기술적으로 사업추진이 어려웠던 서울 일부 도심지역 및 제주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배전계통전압이 모두 22.9kV로 전환됐다.

관련기술의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지질특성상 어려움이 있었던 제주지역을 2003년에 먼저 22.9kV로 전환시키고, 드디어 올해 6월 서울 중심부 지역의 배전계통 정비를 끝으로 40여 년에 걸친 전국의 배전계통전압 22.9kV 단일화사업을 모두 완료됐다.
 
기대효과

22.9kV급의 배전계통전압의 단일화는 장기간에 걸쳐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성공적으로 완수된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배전계통전압 22.9kV 단일화사업은 총 44년의 기간과 현재가치 환산기준 약 2조 1000억원의 막대한 투자비, 그리고 연인원 약 260만명이 투입된 대형 정책사업이었기에 가능했다.

배전계통전압을 상위전압으로 높여 단일화하면 배전계통전압체계 단순화로 자재, 공법, 계통 운영기술 등의 표준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값 싸고 질 좋은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높은 배전계통전압으로 전력손실을 감소시키고 효율이 좋은 전력을 수송할 수 있어  동일한 전선로로 더 큰 용량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특히 배전선로 공급능력 증가로 신규설비 건설투자비가 그 만큼 절감된다. 예를 들어 배전계통전압인 6.6kV 대비해 보면 약 35조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전력손실 감소에 따른 원가절감으로 단일화사업 기간 중 총 7조원이 절감됐으며, 향후에도 매년 약 5000억원의 원가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인터뷰-한전 배전계획처 배전전략팀 장준수 과장)

전력 선진국으로 도약발판 구축

“22.9kV 배전계통전압 단일화는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국도 못한 일을 우리가 이뤄낸 것입이다. 이는 국가 경제발전 및 편의성 향상은 물론 세계적인 전력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입니다.”

한전 배전계획처 배전전략팀 장준수 과장은 이번 배전계통전압 단일화 사업 완료가 국가 경제발전은 물론 세계적인 전력 선진국으로서의 도약발판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배전계통전압이 단일화 됨에 따라 한전은 물론, 기업 및 전기사용자의 시간·비용적 측면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 완료를 통해 습득한 기술을 해외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1965년 대구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래 가속도를 내던 한전의 배전계통전압 단일화 사업도 한때 서울 일부 도심지역 및 제주지역의 지역적 특성 때문에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서울 일부 도심지역의 경우 도시과밀로 통신선에 대한 전력유도장해 문제발생 및 6.6kV 승압절연변압기 설치공간 확보가 어려웠다. 또한 제주지역의 경우 지질 특성상 22.9kV 다중접지계통에 적합한 낮은 접지저항 확보가 곤란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난 6월 44년만에 배전계통전압 단일화 사업을 완료했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배전계통전압 단일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성공적인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사업 성공이 해외 전력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해 한전은 관련 전문가들의 유·무형 효과 세부분석을 통해 사업성과를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전국에 산재돼 있는 사업추진 관련 자료를 수집해 내년 4월 중 ‘배전계통전압 22.9kV 단일화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외에 우리나라의 우수한 전력기술을 널리 홍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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