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公 전기안전관리업무 민간 이양…구조조정 불가피
다음 달 중순까지 100여개 공기업 개혁방안 발표 예정

정부가 진행 중인 공기업 선진화 1차 추진계획안이 나왔다. 전체 공기업에 대한 선진화 방안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인데, 전력그룹사의 내용은 모두 빠져 있어 향후 2차 추진계획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1차 추진계획안의 쟁점을 정리하고 향후 전력그룹사의 추진 방향은 어떻게 진행될지 전망해봤다.

주공·토공 ‘선통합 후이전’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는 11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41개 공공기관에 대해 이 중 27개를 민영화하고, 2개를 통폐합하며, 12개는 기능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단연 이번 1차 추진 계획안의 쟁점사안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폐합이다.

통폐합의 유는 택지개발기능 등 업무가 중복된다는데 있다. 토공의 경우 매출액 대비 80% 이상이, 주공은 30% 이상이 중복,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배국환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선통합 후이전’ 입장을 밝혔다. 배 차관은 주무부처에서 올 해 법안을 제출하면 내년 통합절차가 진행될 것이며, 혁신도시 이전은 2011년 이후니까 통합 후에 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주, 진주 등 양 기관이 이전키로 한 지역의 반발을 감안, 통합되더라도 어느 지역도 피해를 보지 않는 방안으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선 기능조정이냐 선 통합이냐를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세부 내용은 공개토론회를 통해 의견 수렴을 거친 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공항 매각도 핫 이슈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 매각도 논란거리다. 일부에서는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보고 있는 인천공항공사를 매각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는 순이익이 많이 나고 있고, 서비스 분야에 있어서도 세계 1위를 지키고는 있지만 고객 1인당 지출 비용이 많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배 차관은 “돈을 많이 들여 서비스가 좋아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배 차관은 “세계적 허브공항이 되려면 전문적으로 공항을 운영하는 회사와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51%의 지분을 가진 정부가 경영권은 계속 소유하게 되는 만큼 적절한 규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기안전공사 구조조정 불가피

이번 선진화 계획으로 전기안전공사는 저압부문의 전기안전관리 업무를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 전기안전관리대행제도는 전기설비의 소유자 또는 점유자의 위탁을 받아 사용 중인 전기설비에 대해 안전하게 유지·관리되도록 시설을 점검하고 기술지도하는 등 전기안전관리 담당자의 업무를 대행하는 업무를 말한다.

현재 이 업무는 전기안전공사, 민간전기안전관리대행업자, 개인대행자 등이 함께 수행하고 있다. 특히 전기안전공사가 민간대행업체들이 기피하는 산간벽지, 도서지역 등의 수용가를 적극 담당함으로서 전기안전관리의 사각지대 발생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 왔다.

아울러 공익차원에서 실비 수준의 수수료만을 받고 있어 업계의 수수료 적용기준을 제시하고 또 불공정 담합행위를 방지하는 역할도 수행하는 등 전기안전공사는 대행업을 수행함으로서 국내 대행업무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계획으로 여기서 전기안전공사는 빠지고 민간에서 모두 수행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전기안전공사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 저압부문 안전관리대행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직원이 15% 가까이 되는 상황인 만큼 이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가 큰 숙제로 떠오르게 됐다.

해외자본 잠식 있나

이번 계획과 관련한 또 하나의 이슈는 바로 민영화 되는 공기업들을 누가 인수하느냐이다.

무엇보다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알짜배기 기업들이 대부분 재벌이나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일부에선 공기업 민영화가 재벌이나 외국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과 국부유출을 우려하고 있는데, 정부는 중립적인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매각위원회를 구성하고 이해당사자와 일반 국민에게 매각과정을 공개하는 등 매각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해 특혜시비를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정부는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매각 대상인 공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우리사주와 일반공모를 통해 해당 공기업 근로자와 일반 국민이 공기업 민영화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의 매각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인수자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국가기간사업, 안보와 관련된 기업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제한의 방법으로 “매수자 요건 제한이나 동일인 지분 제한 등의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산업은행 매각-한전 민영화 무관

이번 추진 계획에서 전기, 가스, 수도, 건강보험의 민영화는 제외됐다. 이미 수차례 밝힌 바 있는 부분이지만, 일부에서는 민영화란 단어만 안 썼지 다른 형태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러나 정부 측은 “이명박 정부하에서는 민영화를 하지 않는 것이 확고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한편 산업은행을 매각하면 산업은행이 보유한 한전 지분(전체의 30%)까지 민간의 손에 넘어가고, 결국 한전까지 민영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민영화 준비 단계에서 산업은행을 산은지주회사와 한국개발펀드(KDF)로 나눈 후 산은지주회사를 민영화하고 국가기관인 KDF에 산업은행이 갖고 있던 한전의 지분을 모두 이관해 정부 지분으로 보유할 계획인 만큼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면 한전까지 자동적으로 민영화된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오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2차·3차 등 앞으로 더 큰 산 있다

공기업선진화위는 “앞으로 2차에선 통폐합 기관을, 3차선 시장경쟁 등 여건조성이 필요하거나 선진화 방안에 이견이 있는 기관을 중심으로 진행하며 올해 안에 모든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효율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달 중순까지 100여개 안팎의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통폐합·기능조정 방안을 마련해 8월 말께 2차, 9월 초중순께 3차로 공기업 개혁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력그룹사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내달 초 한전 등 전력산업 공기업의 선진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린다. 정부가 각계의 의견을 종합한 후 최종안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선진화 방안에 있어 가장 큰 논점은 바로 통합이냐 내부경쟁 강화이냐이다.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최근 마련된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최종안에 따르면 ‘전력판매사업의 점진적 자유화 등 최종소비자의 공급자 선택원 확대를 통한 소비자들의 후생을 증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을 보면 통합 보다는 내부 경쟁 강화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결국 현 정권 초기 논의되던 한전의 판매사업 분할 및 경쟁 유도라는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한전 및 전력그룹사는 현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내부적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엇갈린 양대 노총의 반응

이번 정부의 발표에 대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어 관심거리다.

민주노총은 “공공기관 민영화는 우선 각 공공기관의 공공성의 정도를 면밀하게 분석, 검토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국민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민영화가 적절한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번 정부의 정책은 각각의 목적을 가진 공공기관의 공공성의 정도와 중요성에 대한 평가와 판단도 없이 신자유주의 시장경쟁에 맡기겠다는 것”이라며 강력 비난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정부가 공기업민영화의 배경으로 밝힌 ‘규제개혁, 공공부문선진화, 능동적개방’은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에 기반 한 것으로 상품이 될 수 없는 공공서비스를 무차별적으로 시장에서 경쟁하게 만들어 지불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공급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각종규제완화, 법인세인하, 대기업지원정책 등 친재벌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마련을 목적으로 사회공공성을 희생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정부가 한국노총의 의견을 수용해 당초 추진하려던 전력판매부문 분리, 한전KPS 민영화 등 에너지 관련부문에 대한 구조개악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당연하고 바람직한 결정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노총은 한국석유공사와 대한광업진흥공사의 기능을 확대하기로 한 것 역시 당면한 에너지 위기 시대에 대처하는 적절한 결정으로 받아들이며 주택관리공단의 사회복지기능 확대방침도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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