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아시아 배출권시장 등장 주시
새로운 시장기회 포착 능동적 대비해야

국내에서 온실가스를 거래하기 위한 배출권 시장 개설이 요원한 가운데 할당량을 기반으로 한 배출권 시장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서원 책임연구원이 발간한 ‘2020년 글로벌 온실가스 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온실가스 시장 규모는 1조 유로(1500조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은 1기, 2기 배출권 제도 운영 성과를 기반으로 한층 엄격한 3기 배출권 제도를 2013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이러한 성과를 노르웨이,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들이 이어받고 있으며 미국의 각 주들 또한 이미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 미국이 내년 연방정부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게 될 경우, 미국의 온실가스 시장 규모는 유럽연합을 넘어 세계 최대가 될 전망이다.

제도적인 보완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비용 부담을 피해 공장을 온실가스 규제가 약한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기업들에 대한 대응방안이 구체화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독립적인 배출권 시장을 지역적 또는 글로벌 수준에서 묶어줄 제도적인 틀도 머지않아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덴마크의 코펜하겐 총회에서 교토협약의 뒤를 잇는 포스트 교토협약의 향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게 된다. 이 보고서는 “과연 우리는 이 새로운 기회의 바다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갚라는 화두를 던졌다.

배출권 시장 통합 이뤄질까

지금까지 자국의 할당량 기반 배출권 시장을 설립했거나 시장 설립 일정을 확정한 국가는 유럽연합 27개국 외에 노르웨이, 스위스, 뉴질랜드, 호주 등을 포함한 31개국에 이른다. 미국, 일본, 한국, 멕시코, 터키 등 여타 국가들에서도 2020년까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로운 글로벌 상품시장으로 대두되고 있는 할당량 기반 배출권 시장이 현재는 각국별로 상이한 규제체제에 기반하고 있어 통합된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새로운 시장의 틀에 합의할 경우에는 단일시장 혹은 하나의 시장 틀을 가진 다수의 지역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포스트 교토 체제와 같은 단일한 시장의 기본 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의 글로벌 단일시장 탄생이 어려워진다.

특히 아직 글로벌한 감축비용(abatement cost)에 대한 정보의 교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각 시장별 교환비율을 설정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느슨한 형태의 협력체 단계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크다. 최근 유럽연합과 노르웨이, 뉴질랜드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주들이 참여한 ICAP(International Carbon Action Partnership)는 글로벌 할당량 시장의 메커니즘을 만드는 한편 각각의 시장이 보다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작동되도록 하고 각 시장의 정확한 배출권 정보를 공유해 각 시장의 수렴을 촉진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느슨한 형태의 협력체 단계는 한 단계 진전된 상호간의 배출권 인정과 거래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최근 유럽연합과 노르웨이, 아이슬랜드, 리히텐슈타인 등이 보다 진전된 단계의 통합을 이뤄 각국에서 배출한 배출권이 모두 동일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 한 가지 사례다. 이들 국가들은 교토협약에서 제시한 기준보다 더 엄격한 국제기준을 2020년까지 준수할 것을 선언한 기반 위에서 지난해 10월 배출권 시장의 통합을 선언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배출권 거래시장이 제 3의 시장으로 등장할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홍콩, 동경, 싱가포르, 뭄바이, 상하이, 베이징 등이 앞다퉈 탄소시장 거래소를 설립하려 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프로젝트 기반 배출권, 특히 CDM사업으로 인한 배출권(CER) 공급은 풍부하다. 중국 한 나라에서만 61%를 공급하고 인도가 12%, 나머지 말레이시아, 태국, 한국 등을 합산하면 전세계 CER의 80%를 아시아지역에서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시장에서 현재까지 배출권에 대한 수요는 오직 일본에서만 있고, 일본 또한 할당량 기반 시장 대신 자발적 감축 방식을 선호하는 등 시장 수요를 적극적으로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아시아 배출권 거래시장의 형성은 중요하다. 현재로는 우리 기업이 배출권 거래를 원하더라도 구매는 아시아 개도국들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판매는 유럽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까다로운 조건 아래에서 판매해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아시아 배출권 거래시장이 형성될 경우 유럽, 미국과 대등하게 막대한 탄소시장의 거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스스로 할당량 기반 배출권 시장을 형성, 적극적인 배출권 수요를 창출해 일본이나 호주와 뉴질랜드를 포괄하는 배출권 감축 국가들의 수요를 묶어주고 이를 다시 아시아 국가들의 배출권 공급과 묶어주는 시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탄소시장의 규모는 급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탄소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각국이 할당량 기반 배출권 시장을 통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아직 자율적 기반에 의거한 탄소시장 육성에 그치고 있으며, 국내에 적극적인 할당량 기반 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글로벌 탄소시장 참여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온실가스 시장 설립에 의한 부담이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 미치게 될 영향도 중요하다. 국내에서는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적극적인 온실가스 시장 도입을 주저해 왔지만 선진국들은 이미 이들 시장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지원 방안을 모색해왔다.

그 가운데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도입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대한 부담금 부과나 수입업자에 대한 과세를 포함하는 적극적인 방식까지도 고려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글로벌 탄소시장의 형성 과정이 빠르게 진전되리라는 것이다. 이미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시장이 설립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아시아 탄소시장에 대한 각국의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요인들을 고려했을 때, 우리로서도 할당량 기반 배출권 시장의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 이행이라는 차원을 넘어 어차피 부과될 의무를 능동적 대비 차원에서 적극 수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기회를 포착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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