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IS·SIS 일반 구매규격 확정…최고 수준
제작사 수명 25년 이상 보증 데이터 제출해야

SF6 가스 대체물질을 찾아라

SF6 가스는 탁월한 절연능력 때문에 그동안 개폐장치 절연매질로 인기를 누려왔다. 그런데 SF6 가스가 생산이 중단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 더 나아가 사용이 중지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럼 지금 SF6 가스를 이용한 개폐장치는 생산이 중단되게 되고, 설치된 개폐장치도 모두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설마 하는 이도 있겠지만, 곧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이는 SF6 가스가 이산화탄소에 비해 2만3900배나 더 지구를 온난화시키는 온실가스로 규정이 돼 있기에 현실이 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이에 향후 SF6 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SF6 가스가 언젠가 생산이 중단될 경우를 대비, 이를 대체할 절연매질을 하루 빨리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전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개폐장치의 경우 대부분 SF6 가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한전은 SF6 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25.8kV 친환경절연 개폐장치 개발 및 현장 적용 방안 수립을 위한 T/F를 구성, 추진 중에 있다. 또한 SF6가스 회수 및 재활용을 통한 CDM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전자는 SF6 가스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방안이고, 후자는 SF6 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방안이다. 한전은 이 같은 사업을 동시에 추진함으로서 향후 SF6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친환경절연 개폐장치 구매규격 제정

한전 송변전계획처 송변전기술팀에서는 올 3월 25.8kV의 교류회로에 사용하는 옥내변전소용 친환경 가스절연개폐장치(Environment-Friendly Gas Insulated Switchgear, EGIS) 및 고체절연 개폐장치(Solid Insulated Switchgear, SIS)에 대해 적용할 한전 일반 구매규격을 제정했다.

T/F가 지난해 2월 구성됐으니까 만 1년이 넘게 걸렸다. 처음 추진되는 일이라 준비할 것도 많았다. 국내 업계의 개발 상황도 파악해야 했으며, 일본, 유럽 등 해외 관련업체를 방문해 기술개발 동향을 조사하고 자료를 수집해야 했다. 구매규격안을 만들어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 이번 구매규격인데, 규격의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새로 개발되는 친환경절연 개폐장치의 신뢰성 담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각 국가 및 기업에서 운영하는 규격 중 최상위만을 뽑아 만들었기에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이번 구매규격에 기재된 친환경 절연매질은 Dry-Air 가스, N2 가스, 고체절연물 등으로 이에 대한 관리기준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고체절연물의 신뢰성 검증을 위해 현재 운전중인 25.8kV GIS의 경우 인정시험시 고체절연물에 대해 별도 시험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데, 기기 신뢰성 향상을 유도하기 위해 친환경절연 개폐장치의 주요부품인 고체절연물에 대한 시험항목을 추가했다.

무엇보다 내열시험(내환경시험), 전기적 충격시험 등 인정시험 외에도 일부 시험 사항에 대해 제작사 자체적으로 시험을 시행한 후 시험시행 절차 및 시험결과와 관련된 데이터를 도면 승인시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제작사는 Creep 시험, 피로시험 등을 거쳐 기계적 수명 25년 이상을 보증하는 신뢰성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비중시험, 경도측정, 체적저향률 측정 등 물성시험을 거쳐야 하며, 수분침투시험도 실시해야 한다.

이외에도 EGIS의 특고압 충전부는 Dry-Air 가스, N2 가스 등을 충진한 접지된 금속제 외함에 수납하고 SIS는 고체절연물을 사용해 노출된 도전부가 없이 금속제 외함에 수납하고 모든 경우에 대해 적당한 위치에 접지단자를 설치하도록 했으며, EGIS 내부의 가스누설 및 흡습을 최소로 하기 위해 가스기밀구조로 특별한 배려를 하고 수분 및 분해가스를 흡착할 수 있는 흡착제를 필요한 개소에 설치토록 했다.

EGIS 및 SIS는 단위 EGIS 및 SIS를 상호 연결 조립하는 방식으로 증설 및 이설 등 설치가 간단 용이한 분할 구조이고, 증설시에는 이중모선 중 한쪽모선 또는 인접 회로의 정전만으로 작업이 가능한 구조로 제작토록 하고 있다.

한전은 당장 내년부터 25.8kV GIS 입찰 물량의 15%를 친환경 개폐장치에 할당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전체 GIS공급업체 대비 친환경절연 개폐장치 공급 유자격업체의 비율을 예상해 산출한 수치이다. 물론 이 할당량은 관련업체의 기기개발 진행상황과 국내외 여건변화 등을 고려해 변동될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절연 개폐장치의 초기 개발비 등에 의한 가격 상승으로 기존 GIS와 가격경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개발업체를 배려하기 위한 방안이다. 이후 2013년부터는 친환경 개폐장치와 일반 GIS를 함께 경쟁입찰하고, 2018년부터는 친환경개폐장치만 입찰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한전은 친환경절연 개폐장치 도입으로 SF6 가스 감축을 통해 환경친화적 회사 이미지 제고 및 기업의 대외신인도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운전 중인 25.8kV GIS의 에폭시 절연물에 대한 신뢰성 검증으로 기자재 불량으로 인한 정전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SF6 가스 감축을 통한 CDM 사업화 가능성도 더욱 증대될 것이란 지적이다.

가스 회수/재활용 CDM 사업 진행키로

한전은 2010년 상반기에 UN에 CDM사업을 등록한 후 2011년부터 SF6 가스 감축에 착수, 이듬해인 2012년부터 UN검증 및 탄소배출권(CERs) 발급 및 거래를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한전이 최초로 시행하는 SF6 가스 CDM사업은 송배전 설비인 차단기와 개폐기의 정밀점검 및 폐기시에 SF6가스 회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이를 재활용하기 위한 신기술 및 장비적용을 통해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본격 시행된다면 지금까지 국내에서 UN에 등록한 CDM사업 중 가장 큰 연간 약 263만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획득한 탄소배출권의 거래로 연간 약 310억원 이상의 판매수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본 CDM사업은 선진국의 기술 및 자금 지원 없이, 순수 국내 기반 기술을 활용해 한전 단독으로 추진하는 ‘Unilateral 방식’이므로 탄소배출권의 100%를 한전에서 소유가 가능하다. ‘Unilateral 방식’은 개도국(非의무부담국, 한국은 2012년까지 非의무부담국임)이 독자적 CDM사업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탄소배출권을 획득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한전은 본 CDM사업을 통해 2013년 이후 온실가스 의무감축 부담에 따른 경영위험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향후 해외 CDM사업 진출의 초석을 마련할 것이며, 미래의 먹거리인 신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뷰> 한전 박진홍 송변전기술팀장

“인상 불가피한 부분…한전이 부담”

친환경절연 개폐장치는 선택 아닌 ‘필수’
종합낙찰제 등 SF6 가스 감축 방안 마련

“친환경절연 개폐장치 개발 및 현장도입 정책은 2012년 교토의정서가 발효될 경우 2013년부터 우리나라도 어느 형태로든 참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에 사전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도입하게 된 것입니다.”

한전 송변전계획처 박진홍 송변전기술팀장은 친환경절연 개폐장치로 가야하는 것은 기후변화협약 등과 관련한 국제적 환경 측면에서 보면 더 이상 선택의 개념이 아니라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박 팀장은 친환경절연 개폐장치는 기존 설비에 비해 개발 비용, 자재 비용 등 코스트가 당연히 올라가기 마련인데, 지금 체제 그대로 두면 아무도 설비 개발에 나서는 업체가 없을 수밖에 없다며, 한전에서 구매규격을 마련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정책이 향후 점진적으로 업체들을 친환경 정책으로 유도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처음 규격을 제정하는 부분이라 애로사항도 많았다고 한다. 친환경절연 개폐장치의 경우 N2, 고체, Dry-Air 등 여러 가지 방식이 추진되고 있고, 외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쓰는 나라가 없어 제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특히 고체절연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체절연물의 내구연한 문제가 제기돼 왔기에 이에 대한 품질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고체 절연물에 대한 생산 품질이 향상돼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돼 수용하게 됐습니다.”

아울러 SF6 CDM 사업과 함께 종합낙찰제도를 마련, SF6 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SF6 가스를 감축한 부분을 가격으로 환산해, 종합적으로 입찰하는 방식입니다. 즉 제품 가격이 비싸더라도 SF6 가스를 많이 감축하면, 그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어 입찰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업체들이 SF6 감축 노력을 한전이 인센티브 형태로 보상해 주는 방식인 셈이다. 박 팀장은 친환경절연 개폐장치의 경우 처음 설치하는데 따른 신뢰도 확보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인증시험 과정 중에서 충분히 확보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친환경절연 개폐장치의 경우 기존 GIS에 비해 아무래도 제작단가가 높아질 것으로 봅니다. 향후 친환경절연 개폐장치 분야 시장이 형성이 되면 그 시장에 맞게 가격이 결정되겠지만, 한전에서도 물가 조사 등을 거쳐 인상이 불가피한 부분은 한전이 부담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친환경절연 개폐장치 개발로 업체들의 경우 해외 판로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박 팀장은 내다봤다.

“개폐장치의 경우 최근 수출이 좀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활발하지는 않은 편입니다. 친환경절연 개폐장치의 경우 한전에서 우선 현장에 적용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즉 한전에서 적용했다는 점은 업체들이 해외로 진출시 큰 메리트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한전 입장에서도 업체들의 친환경절연 개폐장치를 해외로 수출하는데 있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박 팀장은 밝혔다.

결국 박 팀장은 지금은 기술개발 등에 있어 어려움을 호소해도 향후 결론적으로는 한전, 업계 모두에게 있어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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