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한엽 前 한전 처장

765kV 사업은 2000년대 우리나라 전력사업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최고 시스템 전압 격상 사업이다.
국가산업의 발전과 국민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날로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당시 345kV가 아닌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전압 시스템이 필요했다.

765kV 시대의 성공적 개막은 송전망 격상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고속 성장을 뒷받침해줄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또 고전압 대전력기술 분야의 선진국화로 국내 전력기술의 해외수출 기반을 다졌다는 면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지금은 격상사업이 마무리돼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시간적인 면에서, 또 품질 확보 면에서 국내외 기술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국가를 위해 한국 최고의 전력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정신으로 결국 성공을 만든 것이다.

특히 이러한 성공 뒤에는 수많은 노력들이 숨어 있다.
먼저 각종 제도를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행했는데, 당시 급박한 공기를 맞추고,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이 제도가 옳다고 판단되며 주저함이 없이 과감히 시행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물론 충분한 기술 검증을 거쳤고, 여론도 수렴했다.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송전공사에 처음으로 감리제도를 도입했고, 공사 수행의 어려움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사내에서 낭비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공사 보험제도도 추진, 시행했다. 감리제도는 공사의 합리적 추진과 사람의 적정활용이라는 면에서 큰 효과가 있었으며  거액을 투입 보험가입을 함도  최초의 대형공사의 추진이라는 점에서 공사업체는 물론 한전에도 크나큰 도움이 되었다.

업체 자격기준도 345kV 4회선 건설 PQ 기준을 만들어 엄격히 시행했으며, 철탑재도 강관재를 과감히 채택했다. 강관재는 보기에도 미려할 뿐 아니라 강도가 크기 때문에 평균 철탑 높이가 100m정도여서 풍압을 이겨내고 높은 하중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물론 약 20%정도 고가이긴 하였지만, 특히 철탑 기초의 경우 역T형 등 재래식 기초 방식을 공사 도중 과감히 심형기초 방식으로 변경 시행했다.

이는 기초 면적이 줄어들고 기초 강도 또한 높아지는 장점이 있다. 당시 공사비 삭감, 굴착장비 매수 등으로 업체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백년대계를 생각해 시행한 것이었다.
직원도 역동성, 품질 관리에 적합토록 배치해 팀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하여 각자의 능력을 200% 발휘하도록 했다. 원래 원숭이도 나무를 내려오면 물에선 자라를 따르지 못하고, 천리마도 험한 곳을 넘는 데는 여우나 너구리를 따르지 못하는 법이다. 즉 각자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적자적소에 배치한 것이 성공의 초석이 됐다.

아울러 한전 직원 60여명을 미국, 일본 등으로 보내 교육을 시행하고, 공사업체 직원들도 일본 공사현장에 교육을 알선 하는 등 해외 교육을 시행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가장 큰 관건이었던 기술적 문제는 최고의 능력자 및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처리했다.
조각을 할 때 초기에는 코를 크게 하고, 눈을 적게 하듯 초기 공사기법도 유연성을 감안해 처리했다. 사업을 수행하는데 있어 법에 따라 진행했지만, 그러나 시기에 맞춰 조정하고 유연성을 발휘했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전력설비 건설에 있어 최대 애로사항이 민원인데, 기술부장 제직 당시 제정한 송전선로 및 변전소 부지선정 원칙(국토가 협소하고 타용처가 많으므로 전력설비용 토지는 최대한 악지로 선정토록 함)을 고수, 지역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역 협력사업도 적극 시행한 것이 주효했다.

이러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만들어낸 것이 바로 765kV 사업이다.
본인은 다만 그 선두에 섰을 뿐이지만 765kV 송전망 격상사업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너무나 성실히 사업에 임했으며 자부심을 갖고 있을 정도였다. 765kV 사업의 동양최초 성공은 대한민국의 자랑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것도 국내 순수 기술 개발로 모든 것을 이뤄낸 만큼 그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765kV 사업의 의의는 본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가 비로소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국가 경제의 고속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한다는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765kV 사업의 큰 수확은 해외진출의 물꼬를 텃다는데 있다.
동양최초의 765kV 시대의 개막은 고전압 대전력기술 분야의 선진국 진입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경쟁력을 향상, 한전, 시공업체, 제조업체 모두 공히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 준 큰 밑그림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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