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명분 없이 민영화 추진시 강력 투쟁
정년제 시행…58세 후 임금 감소 수용 가능

“어깨를 짓누릅니다.” 지난 4일 전국전력노동조합 출범 이래 62년 만에 최초로 3선에 성공한 김주영 본부 위원장. 그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답한 이 짧은 한 마디는 참으로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 보였다.
2002년 처음으로 위원장에 당선, 그동안 배전분할 중단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했던 그이지만, 올 한 해를 내다보는 그의 심경은 그리 간단치가 않은 모양이다.
횟수로 7년째이기에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번 이명박 정부까지 벌써 정권만 3번째다. 그런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터져 나오는 전력산업구조개편 논란을 올 해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아직도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거기에 정년제 시행, 노조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등 그의 앞에 놓여진 숙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어떠한 해법으로 이러한 난제들을 풀어나갈지 김 위원장을 만나봤다.

구조개편 종지부 바래

“과거나 지금이나 기존 틀을 허물려는 시도는 계속 있을 것입니다.”
전력노조 김주영 위원장은 이번 정부에서도 역시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것임을 예견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명분’을 강조했다.
“왜 전력산업을 민영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데 지금은 ‘왜?’에 대한 뚜렷한 답변 없이 남들이 했으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지난 2004년 배전분할을 중단했던 노사정위원회에서 그 명분에 대해서는 정리가 됐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은 전력산업에 대해 각 국가들이 처한 입장이나 상황이 다른데, 일부 국가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구조개편을 추진해서 전력산업 종사자나,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 있어 도대체가 나아진 것이 뭐가 있는지, 아울러 현재 민영화를 주장하는 학자들이 과연 진지한 고민을 했는지, 또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앵무새 같은 소리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그에 걸 맞는 논리가 없이 재차 구조개편을 진행한다며, 전력산업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임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제시하는 향후 한전의 방향은 어떤 것일까. 김 위원장의 생각은 ‘통합 한전’으로 정리된다.
“국내에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입니다. 따라서 현재 전력그룹사를 모두 통합, ‘전력종합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은 과거 IMF 외환위기 기설 반도체, 금융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통합 과정을 거쳤으나, 전력산업만 거꾸로 분할, 민영화로 나아갔다며 이렇게 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 발전부문이 분할 돼 있는데, 이미 그 분리 의미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단적으로 과거 일본보다 연료를 싸게 들여왔는데, 지금은 그 반대가 됐고, 여기에 고위직이 늘어나고 불필요한 기구가 생겨나는 등 고비용구조로 변환됐습니다. 기술 부분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됐고, 관리부분은 중복돼 낭비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현재 한수원 등 발전회사, 정비회사, 설계회사 모두 통합해, 경쟁력을 갖추고 경영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가장 큰 소망이 있다면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벌써 논쟁이 시작된 지 10년이 흘렀습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만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갔습니까. 그런데 아직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이제 마무리하고, 한전이 건강한 모습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기요금 조정 필요

최근 물가 억제 정책으로 전기요금 규제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한전 자체가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한전의 올해 순익이 5000억원대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연료비 상승 등으로 전력구입비용은 늘어나는데, 전기요금은 제자리이기 때문입니다. 60조 자산 기업이 5000억원의 순익을 기록한다는 것은 아마도 민간기업이었으면 파산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여기서 김 위원장은 민영기업이 아닌 공기업인 한전이 이를 담당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연료비와 연동한 전기요금 증감제도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교차보조 폐지 등과 관련해 소득의 재분배를 이루는 규제라면 바람직하지만, 이를 무시하는 정책이라면 당연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력산별노조 곧 시동

전력산별 노조 출범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곧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전력연대의 기본 목표인 전력산별노조 건설은 이제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될 문제이고, 반드시 가야할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IT연맹의 경우 KT와 KTF만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30여개 가까이 됩니다. 전력산별의 경우에도 모두 한꺼번에 시작하면 좋겠지만,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보며 2~3군데 정도 가능한 노조만이라도 일단 출범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58세후 임금피크제 시행

“정년제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야 하기에 올 해 사측과 교섭을 벌일 예정입니다. 분배의 문제 등 부딪치는 부분이 많겠지만, 승진적체 문제 해소와 단계적 실행방안에 대해 노사간 조속히 합의를 해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임금피크제 시행의 경우 임금이 언제부터 줄어드느냐를 놓고 갈등이 예상되지만 58세 이후 어느 정도 감소가 오더라도 수용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양방향 의사소통 필요

“사실 다양한 계층 및 근무형태 등 한전 조직이 방대합니다. 이에 각 조합원들의 욕구를 다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양방향 의사소통이 안 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각 지역에 정보가 똑같이 전달되고 공유할 수 있으며, 양방향으로 의견이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또 하나의 숙제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진실성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면 조합원들이 이해해 줄 것이라며, 다양한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최대한 대변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국가적 과제 따로 있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정부에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전력산업에 대한 민영화 문제만 걸고 넘어질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 화석연료가 65년 지나면 고갈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는데, 고갈시 뭘로 전기를 생산해낼지 국가적 고민이 필요합니다. 향후 60년간 기술 개발을 하면 현재의 과학성장 추세로 봤을 때 분명 가능하다고 보는데, 구조개편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말고, 기술개발을 국가적 과제로 채택, 실시해야 하지 않나 판단됩니다.”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