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울진원자력본부 박현택 본부장

원전 CO₂배출량 석유의 1%에 불과
제도적 장치로 원자력 안전성 확고해

○ 기후변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21세기에 접어들어 지구환경의 변화는 지구온난화로 보편적 위기의 수준을 넘어 생멸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4월 6일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IPCC)’는 기후변화 보고서를 통해 “지구의 기온이 섭씨 1~2°C가 상승할 경우, 지구 생물의 30%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재앙이 눈앞에 다가와 있음을 공식적으로 경고한 셈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다름 아닌 무분별한 온실가스의 방출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야기할 재앙의 징후는 이제 더 이상 간헐적인 것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해수온도가 오르면서 호주 북동부 해안을 따라 2000km 길이로 뻗어있는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산호초 군락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울긋불긋한 빛깔이 하얗게 탈색되는 백화(白化)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구 생태학자들은 2050년이면 20억명이 물 부족에 직면하고 생물종의 1/5 이상이 멸종된다고 진단한다. 인도는 경작지의 1/3이 손실되고 동남아시아는 곡물생산이 최대 30%까지 줄어들고 히말라야 빙하가 사라지면서 서남아시아 7억명이 수자원 고갈로 위협을 받는다고 경고한다.
최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27개 회원국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 감축하고 대신 전체 에너지소비에서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20%까지 높이기로 합의했다. ‘탈 석유’ 노선을 가속화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최근 발표한 에너지 이니셔티브를 통해 30여년 만에 원전건설 계획을 밝혔으며, 현재 15기 이상의 원전 건설이 추진 중이다. 反원전 기조를 유지하던 영국도 원전부활로 정책방향을 선회했다. 세계 최대 석유 메이저사인 프랑스 토탈사가 원자력 발전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기후변화시대의 당연한 흐름이다.
또한, 지난 해 12월 3일부터 2주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제13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2013년부터 한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방안을 담은 ‘발리 로드맵’을 채택하였다. 한국도 기후변화대응에서 예외일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온실가스 감축논의에 참여하게 되며, 이에 따라 그 동안 개도국으로 분류되어 감축의무를 지지 않았던 상황에서 향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나름대로의 기여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변화방지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원전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및 확대이다. kW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교하면 원자력 발전은 석유나 석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원자력발전은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이른바 선진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산업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등 신생산업국을 중심으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수요가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 높아지고 있다.

○ 원자력 안전성 어떻게 담보하나

원전가동에 대한 안전성 논란은 원자력발전에 대한 정보의 취약성과 원전과 핵무기의 혼동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히 원전건설이 본격화된 1970년대의 사회, 정치적 환경에서 소홀히 다뤄진 국민적 합의 등 민주적 절차의 취약성이 오늘날까지 원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이 같은 취약성은 이른바 정치사회민주화의 진전으로 상당부분 해소되었다. 원전정책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건설단계부터 가동단계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는 이른바 사회적 수용성 관점이 원전정책 추진의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책사업 중 최초로 갈등영향평가제를 도입하는 단계로까지 진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년 간 표류하던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방사능 관리 등 원전운영에 따른 안정성 확보와 국민적 수용성 문제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 왔다. 이 중 원전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가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대책법’이다.
원자력사업 종사자와 지자체의 방사능 방재요원, 방사선 비상진료기관의 진료요원 등에 대한 방사능 방재에 관한 교육의 종류를 지정하여 주기적 교육을 강화했으며, 5년마다 주기적으로 중앙 행정기관이 참여하는 방사능 방재훈련과 4년마다 주기적으로 지자체와 원자력사업자가 합동으로 방재훈련을 실시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특히 대 주민 안전성 신뢰도 강화와 함께 원전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반경 2Km 지역 내의 주민들이 비상상황을 신속하게 청취할 수 있도록 경보방송설비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평상시에도 주민들이 거주 지역 내의 환경방사선 준위를 스스로 감시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환경방사능 감시 단말기를 설치 운용하고 있다.
또한 년 2회 외부 전문기관에 의한 환경방사능 조사 평가 보고와 ‘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에 근거한 ‘민간환경감시기구’ 운영 등으로 환경방사능에 대한 상시 평가, 감시제도를 상설화하고 있다.
우리가 크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사회 민주화가 진전되고 소득수준이 2만 달러에 육박하면서 우리사회의 의식구조는 선진국형 모델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다. 명분지향적 분위기에서 실용주의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무자년 첫 근무일인 2008년 1월 2일 국제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여기저기서 대체에너지 확보라는 아우성이 넘쳐나는 요즘 원자력발전이 항상 그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걸 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원전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새로운 시각이 우리의 미래를 밝혀주는 희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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